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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화를 내봤자

신연희

  • 2016-01-18 08:42:31

“인간이 모두 아름답고 강한 존재는 아니다. 천성이 소심하거나 약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약하고 소심한자가 자기 약점을 등에 지고도 전심전력을 다해 아름답게 산다는것은 얼마나 훌륭한가!”

이는 《인생에 화를 내봤자》, 이 책의 책리뷰를 준비하면서 어떤 문장으로 작가 엔도 슈사쿠를 소개하는것이 좋을가 고민하던중에 발견한 문장이였다.

엔도 슈사쿠에 대한 관심이 증폭한건 불과 한달전, “묵직한 에세이도 좋지만 때론 이 책처럼 가벼운 에세이도 좋다”면서 굳이 가방에 이 책을 꿰질러주던 한 선배의 “반갑지 않은 친절”에서부터 시작됐다.

사실 나는 너무 가벼운 에세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너무 가벼운 에세이들은 읽고난후 남는게 없어 허무한 경우가 많기때문이다. 그렇게 별 감흥이 없이 손에 든 이 책은 뜻밖의 반전을 가져왔다.

이 책은 다 읽은후 처음으로 다시 들춰보니 연필로 표시해둔 부분이 꽤 됐다. 결코 가볍지 않은 엔도 슈사쿠의 이야기속에서 다시한번 마음에 새기고싶은 이야기가 많았나보다.

무엇보다 노벨문학상 후보작에까지 올랐던 소설을 쓴 묵직한 소설가가 이렇게나 가벼운듯 무겁고, 소소한듯 거창한 에세이를 쓸수 있다는것이 놀라왔다. 엔도 슈사쿠는 1923년에 태여나 1996년에 세상을 떠난 일본의 소설가이다. “고통의 순간에 신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 책 《침묵》으로 노벨문학상 후보에까지 올랐다고 한다.

《인생에 화를 내봤자》는 38개의 짧은 에세이를 묶은 에세이집이다. 글의 제목 몇개만 봐도 책의 분위기를 짐작해볼수 있을것이다. “한가로운데다가 여유로운 이야기”, “속아 넘어가는 일의 재미”, “멍하니 있는 시간의 힘”, “가발이 주는 교훈” 등등이다.

책속 글들은 마치 옆집 할아버지가 방 한쪽에 가부좌를 틀고앉아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들려주는 이야기 같았다. 뭘 이렇게 소소한것까지 다 이야기하나 싶다가도 가끔씩 웃음이 툭 터지는 그 의미에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기도 하는 그런 종류의 이야기들 말이다.

책이 주는 유쾌함이 그저 우습고 가벼운 수준에서 끝나지 않은것은 엔도 슈사쿠가 약하고 소심하고 심지어는 굴욕감에도 수시로 로출될수밖에 없었던 험난한 삶을 살았기때문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 생을 통해 터득한 “약한것에 대한 련민, 고통이 주는 아름다움에 대한 통찰”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있다. 그는 전쟁을 겪었고 가난을 겪었으며 평생 페병으로 고통을 받아야 했던 환자였다. 그러나 그 모든 시련을 신에 대한 탐구의 힘과 긍정적이고 유쾌한 성정으로 이겨냈으며 무엇보다 유머의 힘으로 삶의 고통을 필연적인 속성이자 행복의 동반자적 위치로 한단계 끌어올렸다.

그럼에도 엔도 슈사쿠 자신은 결코 작가라는 무거운 베일에 갇혀 살기를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쾌하고 경쾌한 인간으로 기록되고저 자기의 필명을 너구리와 여우가 사는 집이라는 뜻의 고리안으로 지을 정도였다.

그러니 이 리뷰를 보는 여러분께서 《인생에 화를 내봤자》를 읽어주시기를. 그다지 책을 꼭 읽고싶다는 맛갈진 리뷰는 아니자만 여러분들이 조만간 《인생에 화를 내봤자》의 엔도 슈사쿠를 만나주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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