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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들의 욕심(외 1수)

□ 박수산

  • 2016-03-31 16:08:02

지날 때마다 쳐다보면 왜 이리 부러울가

공장들만 꽉 박아실어 소음만 출렁이는 곳

칙칙한 건물사이로 휘청거리며 흐르는 작은 개천,

퀴퀴한 냄새가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땅따먹기라도 하듯 빼곡히 자라는 갈대숲사이로

시름없이 황새 몇마리 방자하게 엉덩이를 배딱거리며 기여나오니

갈대들의 자존심이 흔들린다

작년까지만 해도 두마리뿐인데

이제는 식구가 많이 늘었나봐

노랗고 통통한 발로 살랑살랑 물의 저력도 눌러보고

긴 부리로 물속을 주물러 먹이도 빨아들이며

하얀 날개를 쫙 펼쳐 시간을 당겼다 놓는것이 참말로 한가롭다

보기에도 얕고 좁은 계천,

긴 날개로 바람을 설렁설렁 불러오면

차가 달리는 길가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질것 같은

조금만 더 날고 날면 넓고 깨끗한 계천과 하천이 많겠다만,

그래도 지날 때마다 수걱수걱 물속을 파고

서걱서걱 자갈을 번지며

느긋이 일상을 이어가니 왜 이리 정다울가

가끔 공장들을 들었다놓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개천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다

소음이 빠지면

또다시 개천으로 빨려들어가는 황새들

이제는 여기에다 아예 호적을 붙였나봐.


종 점

어떻게 여기로 왔을가

바다에 몸을 담그고

한가히 떠있는 저 페트병

속을 비웠기에

지독한 파도의 몸부림에도 가라않지 않고

여기까지 왔을거다

비우지 않았다면

살찐 놈으로 착각해서

허기의 먹이감으로

지금은 산산이 찢어졌을거다

채우기만 했다면

상어나 고래의 표적이 됐을거다

입을 벌리고 주는대로 다 받아마셨다면

이름도 모를 바다 어느 곳에

무덤 하나를 더 만들어야 했을거다

만물이 여물어가는 바다

파도와 해의 속삭임도 듣지 못했을거고

베일에 쌓인 바다의 오묘함을 만끽하지 못했을거고

꿈틀거리는 해변의 수체화도 만난보지 못했을거다

또다시 세월에 업혀 어딘가를 유람할 기회조차 없을거다

비워야

저 페트병처럼

나눔이 익어가는 이 땅에서

길게 쉼을 쉴수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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