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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굶어죽어도 좋다 (외 4수)

□ 허창렬

  • 2016-04-07 15:32:01

뭐라고 하기엔

우리 모두

이제는 너무 많은것을 훌쩍

지나와버렸구나

차마 보고싶다는

그 말 한마디에

차마 그리웠다는

그 말 한마디에

오늘도 하루종일

병신처럼 ㅡ

바보처럼 ㅡ

펑펑 울지야 않겠지

래일이야

오늘 하루쯤 없었던듯이

기다려도 괜찮으련만

되돌아갈수조차 없는

슬픈 어제날이

과거라는 패쪽 하나씩

나눠 들고

근심이 목구멍까지 골똑

차올라 나를 더는

숨쉬기조차 어렵게 하네

보리밭 흙 둔덕우에

한점의 시체로 점잖게 앉아

싸늘한 눈길로

삽살개와 난봉군들이

들개처럼 들락거리는

마을어귀를

기웃거리는 까마귀야

바람이 불면 이제 아예 바람에

네 몸을 내던져라

돌멩이들이 투닥투닥

발치에서 인사할 때쯤이면

너는 차라리 나만큼 슬프지도 않으리

벗어나지 못할 단떼의

지옥일바에야

보들레르의 신천옹이나 한번 더 읊자

이제 한 백년쯤 시인들은

굶어죽어도 좋다…

아버지 1

하늘이셨고

땅이셨고-

구름이셨고

바람 같은 존재이셨음을

이제는 우리 모두

알게 해주소서

깊은 우물이셨고

바다이셨고-

눈빛이 우울한 호수이셨고

바다 같은 존재이셨음을

이제라도 우리 모두

알게 해주소서

비록 예수 그리스도나

부처님처럼

그 삶이 거룩하고 위대하진

않으셨더라도

단단한 어깨에

쪽지게 걸머지시고

압록강, 두만강을 첨벙첨벙 건너

아리랑, 도라지 흥얼거리시며

모래밭길, 가시밭길을

눈물로, 맨발로 투벅투벅 걸어오셨음을

이제는 우리 모두

알게 해주소서

단 하루 더 살지라도

이제는 결코

당신을 닮지 않고서는

내 살아온 하루 이 하루가

너무 부끄럽고 쑥스러워

당신의 자그마한 무덤앞에

두무릎 털썩 꿇고

흐느끼며 마침내 모든것을

깨우치게 해주소서

항상 밝은 거울이셨고

한 가정의 튼튼한 대들보이셨다가

한오리 파아란 연기로 저 멀리

하늘나라 가신 아버지-

오늘도 하루종일 그리움이 없이는

결코 한구절, 한글자조차

제대로 읽을수조차 없는

장편소설이셨고 서사시였음을

이제라도 우리 모두-

알게 해주소서…

아버지 2

대들보에나 목 매달아

언녕 죽어버려야 할

그 모진 가난을 전설로

흰 보자기에 고이 싸드시고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씨베리아 찬 바람에

하얀 뼈 시퍼렇게 가대기로 갈아

혈연의 강줄기마다

새록새록 이민의 력사 아로새기며

삭막한 이 땅에

첫- 보습을 푸욱 박으신 울 아버지,

이제는 타향으로 고국으로

도회지로-

모래알처럼 뿔뿔이 흩어져

가는 자식들을

손 저어 바래여주시며

어디에 가서나 배불리

잘 먹고 남들보다 잘살더라도

고향만은 잊지 말라

그렇게 울먹울먹

신신당부하시던 울 아버지

아아, 아버지-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합니까?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또다시 어디론가 정처없이 터벅터벅

떠나가야 할 서러운 내 신세

이제는 고향의 뒤산에

무덤으로 고이 누워 계시는 울 아버지

한일 평생 모진 가난에

등마저 고스란히

활등처럼 휘여있을 우리 아버지

앉으나 서나 고향생각

죽어서도 먼 앞산을 우러러

어나제나 언제 오려나-

이 못난 자식들을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고 계실

목릉하기슭 한그루

꼬부장한 비술나무로

찬비속에서도 태연히 홀로 서계실

우리 아버지-

어떤 사람 1

아무런 영양가조차 없는 눈물

몇방울 떨구고서

마침내 인생을 깨달았다 할바에야

차라리 나도 너희들처럼

그렇고 그런 세월-

피와 눈물, 땀방울로

하루 또 하루 팽이처럼 다람쥐처럼

팽글- 팽글-

살아왔었다고 말을 하리

풀들의 공화국에서는

누가 총리를 해야 하나?

6월 뙤약볕에 알몸으로 나선

쑥스러운 태양-

미풍에 기 막혀하기와

또다시 내 삶의 트렁크에

생각들을 자꾸 퍼붓기

저렇게 억겁이 훌쩍 지나버린

수많은 이야기들속에서

검은색과 검은색이 만나서

흰색이며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을 만들

음모를 지금 한창 꾸미고있다

어떤 사람은 살아있어도

언녕 죽은거나 마찬가지이고

또 어떤 사람은 죽었어도

언제나

우리들의 가슴속에 보석으로

살아있다.

어떤 사람 2

참으로 기막히게

얼떨뜨럼한 수많은 표정중에서

나는 매일 복숭아껍질 같이

까칠까칠한 나의 표정을

분필지우개로 말끔히 지운다

먼지들의 퀭한 사상

진드기보다 알르레기를 더욱 꼭 빼닮은

우리들의 가난한 웃음 한덩어리

배꼽을 부여잡고 빈 방에서 저 홀로

박수 치며 우쭐우쭐 일어서려는

곰팽이 낀 메주 몇덩어리-

사는게 뭐 다 그런거라고

사랑이란 원래 그저 그런거라고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대수롭잖게 말하지도 마라

네가 좋아하는 맑은 표정만큼

해빛이 밝은 날이면

나는 까마아득히 잃어버린

너의 천진란만한 모습을

머리속에 다시 떠올려본다

어떤것이 행복이고

어떤것이 슬픔이고

어떤것이 불행이고

어떤것이 행운인지

이제는 우리 모두

잊어버렸다고 하자

우리들에게 남은

시간은 아직도 아름다운

약속안에 살고있으리

무엇이 문제이고

또 무엇이 더욱 큰 고민인가?

어떤 사람에게 나는

보리싹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 나는

도꼬마리가 되고

또 어떤 사람들과 함께

어떤 날은 왜 아글타글

살아야 하는지

나는 오늘도 잘 모르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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