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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하늘 마주보는 거울 (3수)

□ 리성비

  • 2016-05-26 14:39:20
세상과 등을 돌리고

환한 얼굴로 서쪽하늘 마주선 거울

연기 없는 불길이

기름에 옮겨 붙듯 팍 하는 소리가 난다

장작불보다 뜨거운 거울속에는

운명의 대안을 꿈꾸고 갈망하던자들이

무구한 날 외계세계 향해 날개를 퍼덕이며

무덤까지 갖고 간다던 그네들의 귀속말

언젠가 들은적도 본적도 없는 풍경이 된다

오늘도 밝은 얼굴로 석양을 맞는 거울

누군가 물을 끼얹어도 꺼지지 않고

누군가 돌을 던져도 깨여지질 않는다.

아빠트의 밤

이제 겨우 이삼십년 남짓한 연변 아빠트국면

오늘 밤도 바둑경기가 펼쳐진다

가로세로 곧게 펼쳐진

신의 뜻 같은 선과 선

하얀 알 하얀 창

까만 알 까만 창

흑백의 개수도 반반

고수와 하수

때론 하수의 역전이 즐거웠던

우리 말 아빠트의 밤

지금은 자고나면 진화하는 하얀 알

푸득거리며 자꾸 까지기만 한다

초저녁부터 까만 알파고가 기세를 잡는 국면

바둑경기는 언제까지 이어질것인가.

고 백

아무도 없는 빈 집에서

나는 저 홀로 배가 부르다

언제부턴가 하늘길 여는 담배도

신을 부르는 술도 외면하였다

바위 틈에 뿌리내린 이른봄 진달래꽃도

비 내린뒤 신화 같고 전설 같은 칠색무지개도

누렇게 익어가는 논밭에서 펄럭이는 허수아비도

가을언덕 넘어서 내리는 숫눈도

모두 다 외면하였다

소잔등에 붙은 야생진드기 밥버러지

그렇게 하루세끼 배가 부르다

아무도 없는 빈 집에서

홀로 두눈 감고

시퍼런 대낮처럼 바르게 깨여있어도

바다가에 버려진 조개나 소라껍데기처럼

외롭지도 아프지도 않다.

두만강수석

한폭의 산수화가 그려져있다

산에는 늙은 범이 바위처럼 앉아있고

맑은 물엔 푸른 산이 비껴 흐른다

산은 물이요 물은 산이다

숨 죽여 다가서면

등푸른 매끄러운 물고기가

빨래하는 새 아가 손바닥 같은 꼬리로

하얀 물방울을 사방에 튕기며

강물속으로 유유히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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