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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라 귀뚜라미 (외 3수)

□ 김동진

  • 2016-09-29 15:14:10
찬바람 스쳐가는 밤이 서럽고

나무잎 떨어지는 소리 서러워

잠 못드는 이 밤의 애를 끊이듯

절주 빠른 귀뚤장단 귀뚤거리며

돌담밑에 울고있는 귀뚜라미야

두날개를 마주 비비여

사랑을 부르는 절절한 목소리

흑갈색울음으로 어둠을 적시고

흑갈색울음으로 어둠을 찢어라

가을밤이 가을처럼 깊어가는데

이제 울면 며칠이나 더 울겠느냐

이 밤이 새기전에 사랑을 위해

울어라 귀뚜라미 귀뚜라미야

사랑 위해 우는건 죄가 아니니

한 생명 다하여 길게 울어라.

9월은 몸이 무겁다

부서지는 여름의 조각들을

잠자리처럼 떠나보내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개울물 주절이는 산기슭에

구절초의 미소가 향기롭다

장정길에 오른 철새들이

새봄에 다시 돌아올 하늘길을

두개의 억센 날개로 넓힐 때

사랑의 씨앗을 가슴에 품고

무게를 달아보는 9월은

만삭의 녀인처럼 몸이 무겁다

달마저 노랗게 익는

9월의 꿈길에는

황금마차의 방울소리가

짤랑짤랑~

축복의 음악처럼 들려온다.

가을산

산이

울긋불긋

폼을 잡았다

나무잎에

달린 불

누가 끌것인가

차라리

숨 돌리고

노래나 부르자

노래가

끝나면

새봄이 올테니.

가위날

한가위는 신라에서 오고

우리는 고향으로 간다

한가위가 오면

고향으로 가는 사람들

행렬이 길고

걸음이 급하다

조상의 산소에는

우리가 도착하기전

한가위가 먼저 와서

우리를 기다린다

고향의 산에서

신라의 한가위와 만나면

두무릎 마주하고

술잔을 손에 들고

천년회포를 나누면서

흙이 된 이름을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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