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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류정남

  • 2016-10-27 13:54:42

“흐흐흐흐…” 여러 마리의 개를 가두어놓은 쇠살창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서면서 백(白)가는 습관처럼 듣기에도 이상한 웃음소리를 흘리였다. 그의 왼손에는 시커멓게 때오른 쇠몽둥이가 쥐여있었다.

역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 개잡이장에는 수염이 텁수룩한 백정 몇몇과 허리가 꺼부정한 구경군들이 군데군데 모여있었다. 개를 잡아가는 사람도 있었고 할 일 없어 목을 빼들고 궁싯거리면서 구경만 하는 나그네들도 있었다. “털짧은 누렁암캐고기가 맛있겠다.” “일신이 검정색인 개고기탕은 오뉴월에 한술만 떠먹어도 보신이 된다네.” 이렇게 그들은 당장 칼도마에 오르게 될 개들에 대한 허튼 평가를 하다가는 화제를 바꾸어 이번기 브라질월드컵을 어느 나라가 안게 될것인가를 두고 목에 피대를 살리기도 한다. 때로는 좀 무거운 화제로 중일(中日)두 나라간의 조어도문제와 한일(韩日)간의 독도문제 더 나아가서는 로미(俄美)초대국간의 핵전쟁에 대한 전망까지 연구를 하는데 얼핏 생김새만 보고서 허투루 평가할 나그네들은 아니였다. 그렇게 구경을 하다가 운이 좋을 때는 개발쪽이거나 길다란 개불통 같은것들이 공짜로 차례지기도 했다. 그러면 나그네들은 서넛씩 짝을 무어 거치장스러운 그것을 노끈에 매들고서 어깨를 잔뜩 살군채 술추렴하러 가버리군 했다.

도살장에 부리워진 그 시각부터 암캐든, 수캐든, 늙은 개든, 어린 개든 언제 목에 칼이 박혀올지 모를 일이였다. 그놈들도 죽음앞에서는 갖은 수단을 다 써가면서 자기의 차례를 하루라도 더 뒤로 미루려고 애를 썼다. 며칠씩 먹이를 먹지 않아 빼빼 마른 몸체가 되거나 똥오줌에서 마구 뒹굴어 온몸의 털에 더러운 오물이 가득 들러붙게 한다면 개를 잡아가려는 주인들의 손가락질에 짚이지 않을수도 있었던것이다. 그 외에 또 한가지 수단이 있었다. 그것인즉 긴 쇠몽둥이를 들고 개살창안에 들어서는 백정놈한테 다가들면서 꼬리를 살래살래 젖거나 긴 혀를 빼들고 더러워진 백정의 다리갱이를 핥아주기도 하면서 여린 동정이나마 불러일으키는것으로 요행 목숨을 살릴수도 있었던것이다.

이상했다. 평시처럼 구석진 골목이라면 오히려 사람들이 큰 개들을 무서워 피해다니군 했을것이지만 이곳 도살장안에서는 여러 마리의 개들이 몰려있었지만서도 놈들은 언제나 사람만 보면 공포에 질려 떨고있었다.

탁! 소리와 함께 살진 암캐가 이마를 얻어맞고 쓰러진다. 곁의 개무리들은 끼잉― 외마디 김빠지는 소리만 낼뿐 다른 소리는 더 감히 내지를 못하였다. 타악! 탁! 쇠몽둥이가 련거퍼 두번 떨어진다. 이번엔 털빛갈이 좋은 중등 수캐가 허리를 빗 맞고 쓰러졌고 다시 이마에 더 센 쇠몽둥이가 한매 더 떨어졌다. 금방전까지만 해도 먼저 쓰러진 암캐와 흘레를 할려고 자꾸 매달리던 혈기좋은 수놈이였다. 아무리 솜씨 날래게 개잡이를 하는 백정들이였지만 개발쪽과 개불통을 공짜로 얻어먹는 구경군들의 눈에도 백정이란 참으로 사람이 할노릇이 아닌것으로 보인다.

백가는 이곳 도살장의 이름난 쓰푸(师傅)였다. 도살장의 백정들은 모두 “백쓰푸”를 백형(白哥)이라고도 불렀다. 특히 상고머리 원소칠(阮小七)은 백가를 무척 따랐다. 원소칠은 어릴 때부터 자기와 이름자가 똑같은 량산박영웅 원소칠을 하늘처럼 숭배해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이제 죽어 다시 환생을 한다면 원소칠의 고향 석갈호의 한마리 물고기라도 되여서 진짜 원소칠의 원혼이라도 만나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소칠은 백형의 개잡는 기술에 탄복을 하였고 그 기술을 고스란히 본받으려고 갖은 노력을 들이군 했다. 백정들중에서도 백가의 월급이 제일 높았던것이다.

백가는 개잡이를 하다가 어쩌다 흥이날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면 휘파람으로 노래를 부르군 했다. 찬찬히 들어보면 번마다 그가 흥얼대는 노래는 “엄마야 아빠야 강변 살자”라는 노래였다. 아마도 평생 이 노래 하나밖에 모르는듯 했다. 그것도 전에 안해와 어린 딸애가 마주앉아 실타래를 감으면서 부르던 노래를 곁에서 귀동냥으로 들어두었던것이고 세월을 더 거슬러 올라가(지금은 늙어서 드문드문 제정신이 아닌) 엄마가 어린 자식들을 품에 안고 불러주던 그 노래를 조금씩 기억에 남겨두었던것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노래가사도 몇마디 아는것 같지 않았고 매번마다 휘파람으로 대신하군 했다.

백(白)가는 태여날 때부터 왼손잡이였다. 옛날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왼손잡이는 손재간이 많다고들 한다. 하지만 왼손잡이가 머리가 총명하다는 말은 한번도 들어보지를 못하였다. 백가는 오래동안 개잡이를 하였기에 개들을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개무리들은 백가가 곁에 오기만 해도 이상한 독기에 눌리워서 공포에 떨군 했다.

지금은 개잡이도 반기계화로 되였다. 개털을 튀하고 개가죽을 가솔린버너로 그슬리고 하는건 모두 반기계화인 셈이다. 전에는 끓는 물에 불궜다 꺼내서는 맨손으로 개털을 뽑고 벼집불로 개가죽을 그슬렸는데 아주 고역이였다. 그에 비하면 현대개잡이도구들은 모두 “신선놀이”였다.

백가가 솜씨를 보일수 있는건 개를 때려눕히는것과 칼로 개목을 들이찌르는 순간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각을 뜯고 내장을 들어내여 밸까지 깨끗이 씻어내는 일이였다. 백가는 번마다 뾰족한 식칼로 단통에 목을 들이찔러 심장 깊숙이에 들이박히게 했는데 칼자루를 뽑는것과 동시에 시뻘건 피가 쿨룰쿨룩 소리까지 내면서 콸콸 쏟아져나왔으며 이때껏 두번씩 칼질하는 법이 없었다. 개잡이에서 특히 관건적인것은 목에 칼을 박아 피를 뽑는것인데 피는 개가 채 숨지기전에 즉시적으로 깨끗이 뽑아버려야만 고기가 색상도 깨끗하고 맛도 좋다는것이다. 그리고 각을 뜯는데도 정규화된 순서적인 솜씨가 있었다. 먼저 목을 가로 끊어 식도에 이어진 밸을 찾아 끝을 옭매놓은후 네각을 단칼질 네번에 보기좋게 뜯어낸다. 다음에 항문을 도려서 똥창자를 당겨꺼낸후 역시 끝을 옭매놓는다. 이렇게 해야 오물들이 마구 흘러나오지 못하는것이다. 그리고 수캐는 이때에 불통을 깔끔하게 떼내야 했다. 다음으로 배가죽아래로부터 웃쪽 갈비뼈까지 날랜 칼질로 휘딱 번져놓은후 심장과 간, 콩팥과 같은 내장을 먼저 떼여내고 마지막으로 가장 조심스럽게 밸과 위를 들어내서는 준비해둔 그릇에 담는다. 그리고는 체곽을 다시 큰 식칼로 토막을 내고 마지막에 도끼로 더러운 이발이 박힌 주둥이를 절반쯤 쳐버리면 개 한마리의 백정일은 끝나는 셈이다. 백가도 인제는 “쓰푸”노라고 밸을 검질하는 일은 원소칠과 같은 졸뱅이들한테 시켜버리군 했다.

소칠이네 패들이 개 한마리를 때려눕히고 깨끗이 각을 뜯어내는데 20분가량 걸린다면 백가는 10분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런 뛰여난 솜씨에 한다 하는 백정들도 혀를 내두를수 밖에 없었다.

백가가 개를 잡을 때 남들보다 특이한 점이라면 시때없이 “흐흐흐흐…” 하는 웃음소리를 흘리는 것이였다. “흐흐흐흐…” 하다가는 쇠몽둥이로 번개같이 대가리를 내려쳤고 “흐흐흐흐…” 웃다가는 목에다 날쌔게 뾰족한 식칼을 박아넣는다. “흐흐흐흐…” 웃으면서 믹서(搅拌机)처럼 생긴 개털을 뽑는 기계를 돌리였고 네각을 뜯어낼 때도, 내장을 떼내고 똥밸을 들어낼 때에도 이런 웃음소리를 가담가담 섞어갔다. 그렇게 마지막에 “흐흐흐… 흐흐…” 웃다가 “됐어!”라고 한마디 하면 개 한마리가 말끔하게 고기덩어리로 돼버린것이다.

한때 원소칠네패들도 “쓰푸”의 그 느겨운 웃음소리를 본따보려고 했지만 어쨌든 어색하게 잘 안되였다. 알고보니 백가의 막걸리처럼 쉰듯한 그 웃음소리는 개잡이를 하면서만이 익힌것이 아니였다. 어릴 때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를 너무도 못하여 애들한테 “돌대가리”로 몰리울 때에도 그런 웃음을 웃었고 선생님의 교편대에 이마를 맞을 때에도 그런 웃음을 웃었다. 약혼을 하려다 번마다 퇴빵을 맞을 때마다 그렇게 헤식은 웃음을 웃었고 썩 나중에는 녀편네를 외국에 돈벌이로 내여보낼 때 역시 공항상공에 높이 뜬 한 손가락만큼 작아진 비행기를 쳐다보면서 그런 웃음을 슬프게 웃었다. 그렇게 가까우면서도 머나먼 땅으로 돈벌이를 훌쩍 떠나가버린 녀편네는 처음 몇해는 돈도 잘 부쳐오고 딸년의 문안에다 술을 적게 마셔라는 남편에 대한 걱정까지 덧얹어서 드문드문 감동의 눈물을 짜내게하는 편지도 보내오군 했었다. 그러다가 어느해부터인가 편지도 뜸해졌고 돈도 부쳐오지를 않는다. 뜬 소문에 의하면 그곳에서 다른 나그네와 집을 잡고 새살림까지 차렸다고 하는데 백가로서는 달리 어찌할방도가 있는것도 아니였다. 그 소문을 들은후 어느날 술에 얼근히 취한 백가는 현성의 어떤 으슥진 곳의 머리방으로 “아가씨맛”을 보러 들어갔지만 뭘 어찌해보지도 못한채 경찰에 덜미를 잡혀 벌금만 떼우고말았다. 그렇게 전에 녀편네가 부쳐보낸 돈 만원을 고스란히 “빼앗기우”고 나서야 겨우 “강간죄”를 면하게 되였다. 그때도 백가는 역시 “흐흐흐흐…” 하고 웃음을 흘리였다. 앙다문 이발사이로 흘러나오는 찬기운이 잔득 배인 신음소리같은 웃음 말이다.

그보다도 더욱 백가를 아프게 한 일은 따로 있었다. 일찍부터 고중공부마저 때려치우고 도회지의 노래방에서 아가씨노릇을 하던 망할년의 계집애가 열여덟살적의 어느날인가 배가 뚱뚱해져서 식구들앞에 나타났다. 뻔뻔스럽게도 인제는 자기를 시집보내줄수 밖에 없다며 갈비를 들이대는데 백가에겐 날벼락도 그런 날벼락이 따로 없었다. 그것도 나이가 자기보다 십년나마 더 많은 남방의 번대머리장사군한테 시집을 가겠다고 고아대니 백가는 눈알이 뒤번져지면서 기절하기 직전이였다. 그래서 역정이 치미는대로 딸년의 뺨따귀를 대여섯매 답새기고 머리태까지 마구 끄집어놓았더니 그날로 딸년은 집을 뛰쳐나간것이 지금까지도 종무소식이였다. 딸년도 역시 돈 유혹에 미쳐 넘어가버린것이였다. 썩 후날, 그렇게 집을 나가버린 딸년이 그래도 자기를 길러준 부모 정에 약간한 보답이라도 한다고 그랬는지 한번은 애비의 이름앞으로 2만원의 돈을 부쳐왔었는데 백가는 “어… 흐흐흐흐…” 하며 흐느끼는듯한 웃음소리를 쥐여짜기만 했다. 웃음인지 울음인지 얼핏 분간이 가지 않는, 듣는 사람마저 모골이 송연해나게 만드는 웃음을 웃으면서 백가는 당장에서 그 돈깍지를 불에 태워버리였다. 그바람에 딸년과 련결돼있었던 가느다란 한갈래 끈마저 완전히 끊어져버린 셈이 돼버렸다.

그러니 백가의 웃음소리에는 원소칠과 같은 햇내기들은 모방조차 할수 없는 사연들이 수두룩했던것이다. 또한 백가에겐 그런 슬픔에 젖어 마음을 아프게 하는것 같기도, 듣기에마저 오싹해 소름이 끼치는것 같기도 한 웃음소리가 무기처럼 있었기에 어릴 때 닭 한마리의 목도 비틀어잡지를 못하던 왼손잡이 사내가 오늘날에는 포악스럽다못해 잔인하기까지 한 백정노릇을 할수 있었던것이다.

그런데 한평생 모진 신고를 다 겪어온 백가한테 끝내 큰 재앙이 생기고말았다. 그렇게 괴상한 웃음소리를 웃으면서 개잡이에 날고뛰는 재간이 있다던 사람도 끝내 실수를 할 때가 있었다.

회백색승냥이처럼 생긴 큰 수캐를 잡을 때였다. 다른 개들은 쇠살창안에 쇠몽둥이를 든 백정놈이 들어서기만 하면 저마다 꼬리를 사타구니에 끼고서 슬금슬금 구석쪽을 찾아드는데 이 수캐만은 그러지를 않았다. 날카로운 견치를 길게 드러내고서 크르렁거리면서 당장 맞달려들 태세를 취하고있었다. 오른손에 쇠몽둥이를 든 원소칠도 처음 맞띠우는 놀라운 정경이라 주춤거리면서 더 다가들지를 못하였다.

“이 불 떼여 개를 줄 자슥아, 저리 물러나 비켜라!” 백가가 원소칠의 손에서 쇠몽둥이를 빼앗아 근륙이 불끈거리는 왼손에 잡았다.

“이눔의 수캐가 와늘 뉘집 조상네 원쑤라도 갚아줄려고 여기를 찾아왔나?”

백가는 이렇게 욕지거리를 퍼부으면서 곧바로 회백색승냥이같이 생긴 수캐한테 성큼성큼 다가갔다. 금방까지도 사나운 상을 짓고 달려들듯 으르렁대던 수캐는 독 쓰며 다가오는 백정한테는 대번에 기가 꺾이여서 구석쪽만 피해들면서 긴 꼬리까지 살래살래 젖기 시작했다.

탁! 탁! 그러나 사정이 없었다. 맞달려들든지 꼬리를 젖든지 그런따위는 오래전부터 인정이 싸늘해져버린 백정 백가의 눈에 들어올리 만무했다. 단매면 시원히 까눕힐 놈이였지만 원소칠의 몫까지 단통 두매를 쳐서 쓰러뜨린것이다. 그다음은 의례히 그러하듯 “흐흐흐흐…” 하는 습관된 웃음소리가 쇠살창안에서 흘러나왔다.

소칠이패들이 와아— 환성을 지르면서 엄지손가락을 내들었다. 공짜 개발쪽과 개불통을 얻어먹으려고 궁싯거리면서 구경하던 싱거운 구경군들까지 투덕투덕 곰발 같은 손바닥으로 박수를 쳐주었다.

개털을 말끔히 뽑고 각을 뜯어내고 내장과 똥밸까지 다 드러내면서 백가는 습관처럼 “흐흐흐흐…” 하고 연신 웃음을 날리였다. 하지만 일을 다 끝낸후에야 백가는 오른손 식지손가락을 칼에 베였다는걸 발견하였다. 너무도 익숙한 솜씨로 잽싸게 검질하면서도 오른손에 묻은 피가 개피인지 자기 피인지를 구분하지 못했던것이다.

“우리 쓰푸가 어쩌다 개 잡다 손까지 다 베였네? 혹시나 해서라두 광견병주사르 맞아야재요?” 곁에서 다들 호들갑을 떨며 걱정했다.

“씨팔, 한뉘 개잡이를 해오면서 개한테 물리고 칼에 손베고 한적이 어디 한두번이였던가? 인제는 내 사람 독이 개 독보다 더 세다니까! 흐흐흐흐…”

백가는 이렇게 한마티 내뱉고는 아무렇지 않게 땅바닥에서 회백색개털을 한움쿰 쥐여다가 불에 태워서는 그을림냄새가 지독한 까만 재를 오른손에다 마구 문다졌다. 그 바람에 백가의 오른손은 식지손가락으로부터 팔뚝까지도 온통 시커멓게 재로 범벅이 돼버렸다. 그래서 진짜 개독을 타는지 어쩌는지도 가려볼수가 없었다.

그날 저녁 그렇게 건강하다던 백가의 몸뚱이에 끝내 “미친개병독”이 퍼지고말았다. 전에 개잡이를 하면서 생간까지 씹어먹던 커다란 입으로는 연거퍼 열물 같은것을 토해댔고 온몸은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는데 조그마한 진동에도 깜짝깜짝 놀랐으며 특히 주위에 찬물만 보이면 팔다리를 와들와들 떨어대면서 구석쪽으로 기여들어가서는 몸뚱이를 미친개처럼 옹송그리고 떨고있었다. 곁을 지키고있던 백가의 늙은 엄마는 뭘 어떻게 구급을 해야 될지를 몰라서 헤매기만 하다가 주위의 물병따위들만 대충 치워버리고는 건너방으로 들어가 잠을 잤다. 항상 신체든든한 아들인지라 좀 지나면 고뿔 지나간듯이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한일 백정으로 수많은 개를 잡아온 백가는 그날 새벽녘에 끝내 숨이 져버리였다. 전에 녀편네가 곁에 있을 때에 불교를 좀 믿었는데 백가는 인간이 죽은후에는 원하는 다른 생령으로 환생할수 있다는 그 말을 믿고있었다. 그 기억이 되살아났던지 백가는 굳어져가는 혀를 힘주어 놀리면서 겨우겨우 “온순한 새끼양…”, “귀여운 토끼…” “하얀 비둘기…” “흐흐흐흐…” 하며 련거퍼 중얼거렸다. 끝내, 칼에 베인 오른손 식지로부터 흉악하게 생긴 얼굴에까지 시커먼 독색채가 짙게 올리퍼지면서 백가는 굵다란 목이 굳어지고 커다란 눈자위가 고정됐다.

…………

백가가 죽은후 이 도살장에서는 원소칠이 “따쓰푸”가 되였다. 원래 있었던 조선족백정 둘도 다 외국으로 돈벌러 나가버리였다. 그들에게도 개잡이가 너무 공포스러운 일이였고 마침 외국 나들이도 전처럼 그렇게 어렵지가 않았던것이다. 그리고 시시한 잡담을 하면서 개발쪽과 개불따위를 공으로 얻어먹던 구경군들도 인제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한편 원소칠은 아주 백가 “쓰푸”보다도 더욱 틀을 부리면서 아래사람들을 부려먹군 했다. 월급도 백가가 받는것보다 더 많이 받았다.

그날, 원소칠은 “어느 개를 잡을가” 하고 쇠살창안을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랐다. 회백색승냥이처럼 생긴 커다란 수캐가 눈에 띄였던것이다. 보지 못하던 개였다. 주인량반이 어제저녁 늦게 사넣은것이렸다 하면서도 원소칠은 꼭 어데서 보던 개인데 하며 궁리를 해보았지만 암만해도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원소칠은 쇠몽둥이를 끌고 쇠살창안에 들어섰다. 이상하게도 그놈의 회백색수캐는 원소칠을 무서워하는 양도 없이 오히려 반가운 사람을 만난듯 코까지 킁킁대면서 그의 바지가랭이에 다가들었다. 놈의 입가에서는 연신 “흐흐흐흐…” 하는 괴상한 소리가 번져왔다.

“이 놈이 마치도 우리 ‘쓰푸’의 웃음소리를 흉내내네. 돼먹지 못한 수캐가!”

원소칠은 당장에서 쇠몽둥이로 회백색수캐의 대가리를 내리쳤다.

“흐흐…” 비명같은 소리를 다시한번 지르더니 회백색수캐는 원소칠의 발밑에서 쓰러졌다. 원소칠이 수캐를 가로 타고 긴 칼로 목을 들이찌르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세번만에야 겨우 검붉은 피가 쏟아져나왔다. 그때에도 원소칠은 분명히 “흐흐흐흐…” 하는 웃음소리같은 신음을 들은듯 했다.

문득 원소칠은 등골이 섬뜩해왔다. 하지만 이젠 간이 부을대로 부어있는 원소칠에게 그쯤은 아무것도 아니였다.

“우리 ‘쓰푸’가 생전에 네놈처럼 ‘흐흐흐흐…’ 하면서 별스런 웃음을 잘 웃엇지!”

원소칠은 껄껄 웃으며 회백색수캐를 끓는 물에 처넣고 털뽑는 기계에 돌렸다.

사람이 죽으면 다른 생령으로 환생할수도 있다는데 하필이면 개로 환생할것이야 없지. 암, 그럴리가! 환생할려면 물고기로 해야지. 그렇지, 물고기로 환생하는것이 제일 좋은 선택인것 같아! 원소칠은 혼자 궁싯거리다가 일거리를 아래 조수들한테 밀어버리고 밖에 나가 담배 한가치를 태웠다.

도살장안에서 회백색수캐의 내장과 똥밸까지 다 들어낼 때쯤, 피자욱이 얼른얼른한 콩크리트바닥우에 두꺼운 고무장화를 신고 우뚝 선채 원소칠은 높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바다로 가자

큰 바다로 나가자

파도와 해살만이 차 넘치는

드넓은 대자연으로 돌아들 가자…

한평생 개잡이로 살아갈 원소칠의 노래소리는 목구멍에 개털을 쑤셔넣은듯 쇡쇡했고 곡조마저도 형편없었다. 그래도 어디서 생겨난것인지 험악한 노래소리에는 기가 넘쳐있었다. 적어도 “백쓰푸”가 휘파람으로 부르던 노래보다는 듣기에 퍽 힘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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