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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간수 (외 1수)

□ 김선희

  • 2016-11-17 15:14:58
다시 흘러야만 했다

조롱을 벗어난 아기새처럼 둥지를 뚫고 나와

허공에 살꽃을 피우는 내안의 석간수

대나무 속청 같은 수액으로 흐를 때

어설픈 신세계가 열리기 시작한다

숨결이 닿는 곳마다 푸르름의 참뜻이 새여나와

초행길이 전혀 낯설지 않다

얼마나 흘러야 빈손이라도 넉넉해질수 있을가

또 얼마나 흘러야 뿌리로 말 걸어오는 나무처럼

익숙해질수 있을가

억겹의 현을 늘여 운석을 씻어가며

벌써

수련 몇송이

품을수 있는 늪 하나 만들고있다.

꽃의 무게

누군가 내 심장에 구멍을 뚫고있다

손놀림이 빨라질수록 점점 늘어나는 구멍들

그 사이사이로

시간이 뿌리 내리는 소리 들리고

터 잡은 뿌리들이 서로 엉키면서

피빛으로 번져가는 붉은 길을 낸다

여기는 새빨간 울음을 실컷 토해낸 마지막 지층

여기는 부서지며 펼쳐가는 꽃들의 접신 언저리다

더는 희미해져가는 뒤안길에서 어제의 꽃밭을 찾지 말자

이제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이 다시 시작되리니

꽃이 다시 피여 입술 날름거리며 지르는 소리

살아있다 살아있다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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