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라이프

위험한 애인―스마트폰

□ 리은실

  • 2016-11-17 15:19:22
잰 걸음으로 집을 나서 출근길에 올랐다. 회사까지 도착할 시간을 미루어 짐작을 해 보니 아무래도 디디를 타고 지하철 역으로 가야 할것 같다.

바삐 휴대전화를 꺼냈다. 앱은 간신히 열렸는데 위치 추정도 안되고 주변 차 검색도 안된다. 조바심에 얼어드는 손으로 화면을 두드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어찌해도 안된다. 직감적으로 휴대전화 사용이 정지되였음을 느낀다. 료금 미납으로 정지를 맞은듯 하다.

겨우 택시 한대를 불러 세워 올라탔다.

오늘따라 유난히 공기가 혼탁한것 같다. 공기오염지수를 알아보려고 스마트폰을 들고 습관적으로 인터넷창을 열어보려 시도했지만 될리가 만무하다.

지하철까지 달리는 10여분이 한시간 같다. 인터넷이 안되자 시계작용 밖에 못하는 휴대전화를 괜히 만지작거려본다.

이럴줄 알았으면 책이라도 가방에 넣고오는건데, 아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집에서 미리 전화료금을 냈을것이다. 휴대전화 사용이 정지된 이 짧은 시간이 이렇게 불안할줄을 미리 알았더라면...

지하철에 도착해서 두리번거리며 공중전화부스를 찾아 보지만 오늘따라 지하철역근처의 전화부스들이 하나같이 셔터를 내린 상태이다. 전화부스라도 있으면 충전카드를 사서 충전이라도 할텐데...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료금 충전해달라고 해야지 하고 다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가 아차, 사용정지지 하고 다시 가방에 쑤셔넣었다.

늘 내 손에서 보배처럼 떠받들리우던 이 "아이"가 이렇게 천대받는것도 드문 일이다.

회사 도착까지 지하철안에 갇힐 40분을 무엇으로 떼울가 하는 막막함을 안고 렬차에 올랐다.

쑤셔넣었던 휴대전화를 다시 꺼내든다. 가는 길에 요즘 화제인 뉴스도 찾아 보고, 간 밤 위챗 모멘트에 올린 지기들의 게시물도 보려고 했는데... 급기야 마음이 헛헛해진다.

마른 침을 꿀꺽 삼켜 본다. 문자 내역을 둘러봐도, 폰에 저장된 음악을 켜봐도 감흥이 없다. 금단현상도 이만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휴대전화를 가방에 쑤셔넣었다 꺼냈다 반복하기를 몇번, 언젠가 전화기에 다운받아 두었던 전자도서관이 생각나 열어보았더니 앱다운시 무료로 다운 받았던 《어린 왕자》라는 소설이 들어 있다.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소설이 급시우같이 느껴진다.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아, 괜히 명작이 아니구나. 대학시절 읽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사실은 읽은지가 십여년도 넘는지라 많은 내용들은 잊고있었다. 세상을 좀더 살아낸, 통찰력과 리해력을 발휘하여 몰입하여 소설을 읽어내려갔다.

어린 왕자가 여우를 만나 "길들여진다는것 "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기가 물을 주고 바람을 막아줬던 장미를 떠올리는 부분에서 렬차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나는 무사히 회사에 도착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처음 한 일은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창을 열어 전화료금 충전을 시도한 일이다. 그것마저도 여의치 않아서 급기야는 동료선생님에게 료금 충전을 부탁했다.

어쩌구려 10분 여의 싱갱이질끝에 료금은 충전이 되였고 휴대전화는 갑자기 미어터지게 들어오는 정보들을 채 감당하지 못하고 징~징~ 수차례 진저리를 쳐대며 개통되였음을 알려왔다.

밀려드는 정보를 세세히 읽어봐야 했으므로 소설은 나중에 계속하여 읽기로 했다. 그 나중은 언제가 될지. 다음번 휴대폰 사용정지를 맞았을 때나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어린왕자는 자기가 길들이고 길들임을 당했던 그 장미에게로 다시 갔을가? 소설속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길들여진다는것은 울 념려가 있다는 뜻이다."

어찌하여 나는 미련하게도, 사랑하는이도 아닌, 무생명체인 스마트폰에 길들여져 울지만 않았을뿐 민망스런 금단현상을 보일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차분한 마음으로 소설 한편을 완독한게 언제였던가 싶다. 조용히 앉아 생각을 해본지도 꽤 되였던것 같다. 손에는 늘 휴대전화가 들려있었고 그 "아이"는 자기전까지 함께 했다.

식당에서 밥 나오기를 기다리는 시간, 뻐스 정류장에서 뻐스를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도 스마트폰이 늘 손에 들려있었다. 그게 고맙기도 했었다.

려행지에 가서는 휴대전화에 달린 사진기로 사진을 찍어대느라 바빴다. 이 멋진 풍경을 오래도록 보존하고싶다는 생각에만 골몰하여 정작 그 당시를 즐기지 못했다. 사진은 남았지만 마음은 공허했다.

머리속은 계획으로 가득찼고 마음은 늘 바빴다. 무료할 틈이, 무료해서 생각을 차분히 할 틈이 없었다.

"중요한것은 마음으로 보아야만 한다"고 했던 어린왕자의 말이 오늘따라 새삼스럽다. 더 미루지 말고 오늘 저녁에는《어린 왕자》를 마저 읽어야겠다. 그리고 나에게 무료하게 앉아 바람을 느끼는 시간, 내 호흡에 집중할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야겠다.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