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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기 (외 3수)

□김 연

  • 2016-12-15 14:03:43
할매가 부엌에서 불을 지피시나보다

백설기를 만드시려고

백설기를 해주시는 날은

꼭 오늘처럼이였으니깐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드디여

할매의 떡보에 묻힌

하얀 떡 부스러기가

보이지 않는 하늘아궁에서

먹음직하게 땅에 떨어진다

두손으로 받는이도 있고

혀로 맛보는이도 있고

머리에 이고가는이도 있다

풀도 나무도 땅도

골고루 나눠가졌다

꽁꽁 꽁꽁

포동포동 살찐 손으로

떡 부스러기를 모아 다져서

하얀이를 들어내놓고

옴폭 패인 보조개 보여주며

동그란 백설기 만들어주는

이 아이는 나의 딸애

하늘가신 할매는 정녕 아실가?

장롱

깊숙이 묻혀져있던

겨울을 꺼낸다

잊혀졌던 사연들이

스카프와 함께

굴러나온다

가을을 곱게 접어

겨울자리에 넣었다

마지막 한줄기 해빛

호주머니에 넣어주고

락엽 주어다 달아주었다

봄은 바깥세상을

못내 동경하며

앞자리에 앉아

언제 왔는지

하얗게 잊어버리고

네번째 스토리가

곧 시작된다.

광풍이 혀로 벽을 긁어

하얀 아픔이 떨어진다

끊어질것 같은 숨소리

맥 버린 회색심장마저

깡그리 후려감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텅빈 가슴에

바람의 광란이 시작되고

동굴속에서

남 모르는 영문 모르는 무엇이 움튼다

불어라

그 냄새 그립다.

묵은지

어둠속에서 들리듯말듯한

소리 하나에

가녀린 숨소리가 얹혀져

더 깊숙이 익혀진다

못 박는 소리에

가슴벽이 허물어지고

거친 호흡이

벗겨진 나무에 껍질이 되여

한겹 한겹 씌여진다

그러기를 수십번

곧 폭발할것 같던 모든것이

아무도 몰래

부글부글 익어가는

소리속에서 넘쳐나

얼룩을 분해하는 리듬이

시골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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