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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월 (외 3수) -고 조룡남시인께 드림

□ 리성비

  • 2017-02-16 13:59:35
많은 사람들이 독을 먹고 죽어갔다
반디불시인도 그렇게 죽어갔다

사는동안 하루는
구세주가 내린 한알의 독약인가

머리칼 희고
머리칼 빠지고
억센 등은 구부러지고

젊은시절 진실을 숨겨
알알이 진주를 토해낸 시인

어느 화가가 스케치한 얼굴에
뚝뚝 떨어지는 “영원한 미소”.


로리커호

무수한 나무들이
제가끔씩 백설속에 묻혀있다
그러다가 누군가
구령이나 이름이라도 부르는듯
여기저기서 눈을 털며
벌떡벌떡 일어선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눈사태
별이 총총 눈 뜨는 밤이 되면
나무들은 또다시
눈속 깊이 얼굴을 묻는다


둥근 달님

무더운 여름철이면
하얀 찔레꽃이
무더기로 핀다

뒤산 언덕에
손에 손잡고 둥글게 피여서
천상의 향기 터친다

흐르는 땀에 옷이 젖는 등산길
얼핏 보기만 해도 눈에 아프다

깊은 어듬속에 둥글게 뿌리내리고
이승에 하얀 찔레꽃 피우며
천상과 이승을 함께 걷는다.


수혈

거세당한 수퇘지에게 수혈을 한다
다리가 가늘어서 일어설수 없는
젊은 수퇘지에게 수혈을 한다
흰 눈알 펀들거리며
흰 거품만 내뿜는
피없는 생명체
얼굴 창백한 녀석들에게
가망도 희망도 없는 수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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