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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무

□권중철

  • 2017-03-02 14:28:14
나처럼 늘 등산을 다니는 사람들은 물론이요, 무릇 산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번쯤 상상을 하여 보시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씁니다.

만약, 만약 산에 나무들이 없다면 그리고 나무숲이 없다면 그 산은 얼마나 황량하고 쓸쓸하고 삭막할가요?

그래서인가 나는 매번 등산을 다닐 때마다 나무들과 묵묵히 입속말로 대화를 합니다.

“나무들아, 고맙다. 너희들이 있기에 나의 행복한 오늘이 있다.”

그러면 나무들은 묵묵히 서서 나를 지켜보면서 분명히 말합니다.

“고맙긴 뭐?…”

사실 등산을 하는 사람들치고 나무들을 사랑하지 않은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릇 산을 다니는 사람들이라 하면 나무들이 인류에게 주는 혜택이 얼마나 큰지 알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나무들은 그 푸르디 푸른 잎과 숲으로 인간들과 동물들에게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이 되여주고 무더운 날이면 그늘이 되여줍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나무들은 우리 인간들과 동물들이 내뿜는 가스들을 소리없이 흡수하고 우리 인간들과 동물들의 생명에 없어서는 안될 산소를 아무런 대가없이 무한정 내여줍니다.

어찌 이뿐이겠습니까?

꽃이 피는 계절이 오면 꽃나무들은 잎도 피기전에 예쁘디 예쁜 꽃부터 피워뭅니다.

왜냐하면 꽃나무들은 알고 있습니다.

온 겨우내 아무런 어여쁨이나 향기가 없어서 몹시 움츠러들었던 인간들의 가슴을 아름다움으로 보듬어주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하여 산을 예쁜 꽃동산으로 단장하여 우리 인간들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그 꽃향기로 꿀벌이나 꽃나비와 같은 예쁜 성충들을 불러들이고 먹이도 마련하여 줍니다.

이런 나무들은 또한 서로 배려할줄도 압니다.

나무들은 서로 자기들이 빼곡히 밀집하게 들어서면 자양분도 마음껏 흡수할수 없을뿐더러 건실하게 자랄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하여 나무들은 서로 자기들의 씨를 자기의 주위에 많이 뿌리지 않기 위하여 열매들을 많이 가지지 않습니다.

또한 이런 나무들에게도 인간들처럼 슬픔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청명절이나 추석에 산소나 렬사기념비 같은 곳에서 친지들이나 렬사들을 참배하며 슬픔에 젖어있을 때에 말입니다. 그 주위에 나무가 있다면 한번쯤 그 나무들을 바라보세요.

그러면 당신에 눈에는 분명히 추모의 슬픔으로 숙연히 머리 숙이고 조용히 서있는 나무들의 모습이 안겨올 것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이런 나무들도 인간들처럼 웃을줄도 알고 울줄도 압니다.

봄바람이 솔솔 불어올 때 나무들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당신의 귀에는 분명 미풍에 가지들을 그네 태우며 사락사락 웃음을 터트리는 소리가 들려올 것입니다.

그리고 폭풍우가 몰이치거나 눈보라가 불어칠 때 나무들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당신의 귀에는 분명 나무들이 가지를 주체하지 못하여 그 바람에 마구 휘날리며 “쏴- 쏴-” 하고 소리내여 우는 울음소리가 들려올 것입니다.

어찌 이뿐일가요.

이런 나무들에게도 눈물이 있다는 걸 당신은 아시는지요?

잘리운 나무들이나 껍질이 벗겨진 나무들을 잘 관찰하여 보세요.

흔히들 말하는 수액이 흘러나올 것입니다. 헌데 나는 그것을 단지 수액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그것은 분명히 나무들이 흘리는 눈물입니다.

이런 나무들은 가을이 되면 산과 들을 이쁘게 이쁘게 장식합니다. 빠알간 단풍나무, 노오란 빛을 띠면서도 조금은 붉은색으로 타는 떡갈나무 그리고 항시 푸름을 잃지 않은 소나무들, 뿐만이 아닙니다. 갖가지 색상으로 물든 수많은 종의 나무들이 가을의 아름다움을 인간들에게 선물합니다. 그리고 나무는 잎을 땅에 남겨 땅을 살찌우고 죽어서도 썩어서 부식토로 대지를 살찌우며 화목이 되여 어느 농가의 가마목을 덥혀줍니다.

나무들이여,

고맙고 또 고맙다.

그리고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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