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라이프

겨울이야기 (외 6수)

□ 도 옥

  • 2017-03-03 11:26:04
1.

저 희디흰 겨울정강이 깊은 곳에서 마침내 추켜든 심장 어둠의 빛으로 환히 솟아올라 매화는 먼 천리길 그리움의 그 말씀 전한다

2.

살얼음 넓혀가던 강은 마침내 내리는 눈꽃 받아들인다 모든 상처의 골짜기 하얗게 덮고 촐랑촐랑 흐르는 꿈길 동면의 먼 전설 읽어내린다

3.

흰눈 한줌 입에 넣었다 할아버지 보인다 녹아사라진 아버지 눈물 보인다 내가 멈춰선 이 자리에 누군가가 따라와서 또 나처럼 흰눈 한줌 쥐여 입에 넣으리라

4.

넘기는것이 눈이 아니다 눈물이다 눈물 아니라 옛말이다 옛말 아니라 전설이다 전설 아니라 우리 가슴복판에 녹아피는 흰 넋꽃이다

5.

큰 그림자 눈에 묻고 눈사람 되자 한줄 시도 너무 길다 사랑보다 깊고 목숨보다 매서운 겨울이야기 이제 봄강물이 힘차게 대지에 쓰리라

예쁜여우사냥

눈이 오면 예쁜여우 산등허리 넘겠다

바람의 음악 들으며 윙윙

나무들은 발구름에 맞춰 몸을 틀게다

아침이면 산막 굴뚝에 구름연기 솟겠다

고드름 얼음장처럼 막은 창문

로승 같은 할아버지 산발을 굽어볼게다

눈은 옛말처럼 잘도 내리고 아이가 되다

떠나간 이름들 간절히 부르고

예쁜 자귀들 쫓아 나도 겨울산에 올라라

호랑이 춤

문명숲 하늘을 향하여 앞발을 쳐들다

검은 닭 마지막 날개짓소리 찬란하다

설산의 산맥 하늘 찌르고 우뚝 선다

불타는 태양 사람들은 희망이라 한다

날카로운 발톱 오천년 숨결 파도친다

뼈가 시를 몰아쉬는 백두대간 높이선다

지심 깊이 밖힌 활화산 천지를 뒤덮다

매서운 폭설 세기의 늑골을 넘어섰다

불을 흠친 프로메테우스 심장 빼들다

설산 넘어서 문명의 아침 열어버렸다

새끼야 따라서라 검은 닭볕을 번져라

태초의 흰메아리 온우주에 울려퍼져라.

겨울산의 차거운 침묵

말이 없어 수많은 말을 듣는다

멈춰선 시간 깊은 메아리

산새야 포롱대는 자유 노래하라

초록빛그리움은 가슴속에 있다

바람의 자유는 숲에 깊이 잠들다

무궁화 메아리 세월은 알아주리

닫힌 하늘문 누가 열어보려나

닫힌 대지의 가슴 누가 헤치려나

활활 불타는 겨울산 차거운 침묵이여.

동지날

어둠이 빛으로 넘어서는 가장 깊은

계절의 골짜기에

칼바람이 최후의 숨통 터뜨리고

설산 깊은 곳 호랑이들이

사랑에 시린 가슴

뜨거운 뼈가시로 한몸 되여버린다

가장 긴 어둠 가장 긴 빛으로

가장 매서운 체온 가장 따뜻한 가슴으로

돌아서는 동지날-

그래서 오그랑팥죽사발에 뜨는 달

천운과 사운과 땅운과 사랑 하나로

동그랗게 행운을 적어낸다

호랑이 새끼들이 그 시간 이후부터

또 하나둘 생겨나고

빛이 마침내 어둠을 넘어서고

봄이 겨울을 넘어오는 바로 거기

아름다운 설화 한줄기

찬란한 빛 머금고 어둠에서 꽃 핀다.

꽃과 별과 눈꽃 편지

1.

꽃을 찾는 나비의 마음 아십니까

꽃말의 향기에 취해

꽃의 가슴에 묻혀서 고요한 나비

나비의 속사랑 아십니까

2.

저녁별이 강물에 뛰여내립니다

그대 창가에 찬란한 별은

말쑥한 눈꽃별이 빛나기 때문입니다

함초롬 눈망울 언제나

침묵하는 맘 별빛으로 태여납니다

3.

펑펑 밤눈이 소복히 내립니다

하얗게 내려서 송이송이

피여나는 눈꽃의 말씀 들어보셨습니까

그 고운 숨결 하얗게 피는

눈꽃사랑 이제는 제가 마중가렵니다.

겨울밥

하얗게 식어버린 눈꽃은 어느 가슴안에 끓던 서러운 응어리 마침내 피워낸 찬란한 슬픔의 꽃인가

봉우리마다 언덕마다 봉긋이 솟아오른 봉고밥 하얀 백미의 겨울밥 그대 마주했던가

산새도 잠간 내려서 차거운 그 향기 맛보다 다시 솟구치는 차디찬 그 정맥의 숨결 읽어보았는가

마른 나무가지에도 설화처럼 피여서 수많은 전설을 전해주던 가난한 겨울풍경 그 뜨거운 겨울밥 넘겨보았는가

하얗게 식어버린 눈꽃을 어느 가슴안에 녹여서 희열의 희모리 환희의 계절을 빙글벙글 피워볼건가

입이 아니라 혼 혼이 아니라 넋 넋이 아니라 숙명 우리가 피워낸 하얀 불함의 눈꽃 그안에 너를 만나보았는가

먹어도 넘겨도 뜨거운 차디차고 알알이 사리로 영근 이 계절의 가슴에 황금의 밥상 겨울밥 마주했던가!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