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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사과나무에 드리는 소망 (외 2수)

□ 강효삼

  • 2017-07-20 14:37:26

허리가 휘도록 귀한 자식들

어깨 우에 올려놓고 대기하는

당신에게 소망합니다

리별이게 하십시오

보내야 할 때는 선뜻 보내는

행복의 배웅이게 하십시오

비바람 견디며 애지중지 키워서

항상 남들에게 통채로 주는 것을

락으로 아는 당신

귀한 자식 다 떠나보내고

잠시 공허로 몸이 비인다해도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사랑으로 응축된 새로운 잉태

래년에는 더 크고 실한 자식들 주렁주렁

아픔의 출산이게 하십시오

기쁨의 흔들림이게 하십시오.

억새를 보면서

지꾹한 풀숲에서도 환하게 보이는 것은

그 흰빛갈 때문이다

저 깨끗하고 도고한 모습

억새가 도달한 순백의 경지는

자연이 절로 물들여준 것 아니다

온갖 풍상 다 겪으며

때묻은 생을 하얗게 빨아

한 겹 또 한겹 물들인거다

추적거리며 울음그치지 않는

가을비에도 퇴색하지 않아

저렇 듯 담담하면서도 기끗한 백발을

나도 만년에 이고 살 수 있다면?

결코 락엽 같은 존재는 아닐 것인데…

나무 가을강을 건너다

가을 나무들이 아직 얼어붙지 않은 강을 건너

겨울의 대안으로 노저어 가자면

배가 있어야하는데

그 배는 무엇일가

세월을 등에 업은 락엽들이다

나무가 가을강에 던져놓은 무수한 배들

지친 가을을 싣고 배들은 간다

저기 저 하얀 손수건 흔드는

계절의 마지막 부두로

하여 가을의 산에 가면

무시로 나무잎 떨어지는 소리가 온통

스적스적 노젓는 소리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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