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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에 잊혀진 ‘사랑’

□ 신연희

  • 2017-08-08 08:56:28

엄가령, 그녀의 소설 《나의 할아버지가 탈옥한 이야기》는 주인공 륙언식이 14살이였던 1921년부터 1990년까지 긴 일대기를 섬세하게 그려내여 마치 중국 근대사의 한복판에 와있는 착각마저 준다.

주인공 륙언식은 유복한 가정의 모던보이에서 탈옥수로 변하며 인생이 송두리채 변한다.

주인공 륙언식은 특히 서양의 문화에 눈을 떠 미국으로 류학까지 다녀온 인물이다. 그랬던 그는 시대의 부적응자로 락인이 찍힌다. 그리고 근근이 옥살이를 하며 지내다 탈옥을 결심하며 안해와 가정으로 돌아오길 처절하게 갈망한다.

중국의 력사와 함께 흘러간 개인의 삶, 계모와 안해 사이에서 자유를 갈구하다 대초원에서 류배된 지식인 륙언식, 그는 온전히 자유인으로 살고 싶었을거다. 자신이 안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고 탈옥하지만 이미 기억을 놓친 안해와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그는 가족과 정부를 배반한 사람이 되여버렸다.

20년간 대초원에서 류배된 륙언식은 과연 문화대혁명의 시련을 이겨내고 안해의 사랑과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을가?

20년간의 류배 끝에 탈옥하고 가족에게 돌아오지만 예전같지 않다. 하지만 륙언식은 안해와 사랑과 진정한 자유를 찾고 싶었다. 인간의 한 사람으로서 력사 속에 개인의 삶이 피해를 받았지만 그 속에서 사랑을 찾았다는 점은 마음을 저리게 한다.

사실 그 광야에서 탈옥을 결심한 그 자체도 굉장히 대단하다.

탈옥을 결심한 리유는 단순히 자신의 정략결혼 상대였던 안해에게 전심으로 사랑해주지 못했던 그 미안함과 큰 괴로움 속에서 자기가 사랑하던 막내딸의 모습을 영상으로나마 보면서 안해의 모습을 떠올리는데 내가 널 이 만큼이나 사랑한다 하는 마음을 전해주기 위해 탈옥하게 되는데 40대가 넘으면 불붙고 가슴 뛰고 충동적인 사랑은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가령은 륙언식은 자기의 목숨을 걸 만큼 큰 모험을 했다. 단지, 그 사랑 때문에.

이야기는 지루할 틈 없이 진행된다.

륙언식은 젊은 시절, 탈옥시절 등 순간순간 그가 살아가는 시점에서 과거로 훌쩍 넘어가기도 하고 다시 현재로 넘어온다. 마치 내가 실제 륙언식이 된 듯한 느낌이다.

비록 굉장한 과거의 지금 엄가령 할아버지 세대니깐 아주 오랜 옛날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에 그 광야 한복판에서 수감생활을 한 이야기는 꽤나 충격적이고 적라라하다.

자기의 안해, 딸, 아들 그리고 손녀… 그렇게 피줄에 이끌린 그는 한때 탈옥도 서슴지 않는 용기를 내면서 과거와는 다른 또 다른 륙언식 즉 현실의 랭혹함에 길들여진 륙언식으로서의 달라진 모습을 독자에게 드러낼 때면 그토록 눈물이 난다.

엄가령의 글은 놀랍도록 섬세하면서 군더더기 하나 없이 간결하다. 빼곡한 문장 하나하나를 조곤조곤 곱씹으며 읽어내려가지 않을 수가 없다.

소설은 비상한 활자 기억력을 가진 륙언식이 남긴 글을 토대로 그의 손녀가 되짚어본 할아버지의 일대기이다. 부자집 엘리트 도련님에서 곱사리라는 이름의 늙은 죄수가 되는 과정과 그 사이 아스라이 그를 스쳐지나간 인연들 그리고 뒤늦게 깨달은 안해를 향한 사랑…

독자의 기대와 념려를 끝내 배신하는 결말에 책장을 덮고 나서도 마음이 먹먹하고 시큰하다.

어찌되였든 그가 자신의 행복과 안식을 찾아갔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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