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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외 3수)

  • 2017-09-21 14:50:08

당신을 사랑하기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성숙된 당신의 몸에서

피 같은 세월의 진실을 보았습니다

토실토실 여물어가는 당신의 웃음에서

익어가고 있는 내 인생을 보았습니다

높이 걸린 하늘에

질퍽한 내 꿈이 배여있습니다

졸졸 흐르는 벽계수에서

행복의 거울을 주었습니다

당신은 한 수의 시라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수석

사치스런 옷을 벗기고

그 속살을 만져본다

꿈틀대는

난해한 언어들이

제 말을 먼저 들어보라고 아우성친다

천만년 비바람이 휘갈겨 쓴

세월의 편지.

남자라는 이름으로

술이 좋아 친구 좋아

줄기차게 마셨네

남자라는 이름으로

집에 도착해

휘청 휘청

출입문에 열쇠를 꽂았네

그제야 생각이 나네

밖에서 잃어버렸던

아빠란 이름, 남편이란 이름이

정말이지, 할 말이 없네

내 집 문이 희한하네

요 집열쇠란 놈이 웃기네

어허,

내가 취했나?

여보!

앓고 있는 가로수

얼마나 아프니?

기동차들의 매연에

얼굴을 찡그리며

하늘의 스모그로

쿨룩쿨룩 기침을 깇더니

끝내는 점적주사 병을 달고 섰구나

눈물은 얼마나 흘렀니

언제가는 신축하는 공사장으로

여기저기 살을 뜯기우고

또 언제가는 혼잡스런 도로공사로

몸살을 앓았었지

얼마나 힘들겠니?

이번에는 또 무슨 병충해에 걸려

재글재글 끓는 무더위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있는 불쌍한 것아!

나는 널 어떻게 도와야 하니?

간밤엔 이슬이 찾아와

아픈 상처 어루쓸어주고

아침엔 해살이 상큼 내려앉아

멍이 든 가슴에

문안 키스까지 해주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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