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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고향 (외 3수)

□ 리성비

  • 2017-12-28 16:02:53
어릴 적 고향
강가에서

조약돌처럼 뒹굴던

발가숭이 개구쟁이들

흰 벽에 초가이영

한집 건너

배불뚝이 아낙네들

머슴앤가 계집앤가

시비 많던

자궁 속 비밀

한여름

터밭기음 매는

엄마배꼽 훔쳐보는 머슴아이.


추석달

삼복더위 따가운 땡볕 아래

돌 꼭대기에 올려놓아도

질긴 숨결

달리깨비 우리 엄마야

휘휘 휘파람 불어 한점 바람 불러오고

휘휘 휘파람 불어 한점 구름 몰아오던

달리깨비 우리 엄마야

흰 치마 저고리 살포시

아빠트 창턱 한사발 정화수에

꿈결같이 내려앉은

달리깨비 우리 엄마야

무엇이 그리 즐거우신지

무엇이 그리 반가우신지

주름진 얼굴 화장한 얼굴

날 밝을 때까지

온 세상에 환한

달리깨비 우리 엄마야.


회혼례

이팔청춘 이성지합

륙십년륜 감고 감아

진주혼 산호혼 록옥혼 홍옥혼 금혼 회혼

만복지원 금강석혼

초례상에 마주앉아

전안례 교배례 합근례…

륙십성상 지아비야 지에미야

륙십성상 곤디곤디 도리도리

륙십성상 세시풍속 신화전설

륙십성상 춘하추동 희로애락

열두폭 치마 열두폭 병풍

진달래꽃 살구꽃 오얏꽃 나리꽃 함박꽃 박꽃

찔레꽃 안개꽃 달맞이꽃 도라지꽃 국화꽃 군자란꽃

일 운 산 수 석 학

록 구 송 죽 령지 복숭아

헌수의 술잔

축복의 술잔

꿈이여 노래여 풀숲에 익은 노을이여.


코스모스

한뽐 두뽐 세뽐

몰라보게 큰 키

아주 어렸을 적

홍역 앓다 죽은

내 누이동생

높고 푸른 하늘 아래

연지곤지 찍고

깔깔거리며

하얀 나비떼를 쫓아다닌다

환갑 넘어 고향산 언덕길에

발길 멈추면

“오라버니” 하고

두 팔 벌려 막 뛰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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