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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1 (외 4수)

강효삼

  • 2018-01-11 14:22:45

하얗게 밀려오는 나그네들이

그 좁은 뜨락 다 차지할가봐

주인은 오는 족족 대문 밖으로 밀어내지만

그래도 우득부득 기를 쓰고

문턱 넘어 처마 밑까지

머리 들이미는 저 하얀 욕망들

밉다고 배척하기엔

너무 아름답고 순수한 것들

새별인양 눈매 반짝이는 것들

주소 없는 구름이 되여

허허로운 창공에서 떠돌기보다

낮고 어수선한 곳이라도 차분이 몸 대이고

아름다운 평화를 살고 싶어

아우성치 듯 몰려오는 것들.

눈 2

아, 눈부시다

저렇게 크고 깨끗한 이불을

누가 들판 가득 펴놓았는가?

눈 3

하얀 솜뭉터기에서

물레 자아 뽑아 낸 실오리

간단없이 풀어내란다

이 겨울 누구도 춥지 않게

두터운 솜옷을 지을 실타래라네.

눈 내리는 날은 온통 춤판이다

꽃정들이 수없이 무대에 뛰여들어

납실납실 발레

<백조의 호수>를 연기한다

벌목하는 톱질소리 들리지 않아도

분명 지상에 흩날리는 건

톱으로 나무를 썰때 흩어지는 톱밥들

하늘나라엔 무슨 나무가 자리 많아

눈도 바로 못뜨게 톱질인가

하늘은 그릇이다 소복히 담긴

큰 그릇의 떡가루

일부러 뒤집어 엎지른다

평생을 먹어도 못 다 먹을.

눈 4

찌프린 하늘 흐릿한 대지

온다는 예고를 아침부터 하고도

깊은 밤 남몰래 왔네

첫눈은 짝사랑인가 누군가를

사무치게 사랑하지만

부끄러워 감히 말못하고

제 혼자 가슴만 태우는

아무도 보지 않는 깊은 밤에 오고도

이른아침 해뜨자마자

살그머니 자취감추네

아쉬운 미련만 눈물로 남겨놓고.

눈 5

늦어진 발걸음이라서

아무리 먼길 힘들게 찾아왔어도

발 디디기 바쁘게

돌아가야 하는 봄눈

아쉬워 우는가

서러워 우는가

친정 집 왔다 가는

갓 시집 간 색시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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