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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공원의 하모니 (외 1수)

□ 김학송

  • 2018-01-18 14:53:04
바람이 분다. 넋을 잃은 바람이 초여름의 연길에 덮치다가 좀 뜸해 진 틈을 타 반짝 려행길에 나섰다. 꼭 멀리 가야 려행인 것은 아니다. 바쁜 일상의 틈바구니에 기분 전환을 꾀하며 집문을 나서는 찰나, 신선한 바람이 삶의 잎사귀를 살살 건드린다. 자칫 타성에 젖을 수 있는 시간이 하얗게 세탁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일원짜리 한장 달랑 들고 24번 버스를 잡아타니 금세 인민공원이다. 여기저기서 사구려소리, 노래소리가 출렁거린다. 언덕의 코배기에 인파가 자욱한데 그 중심에서 솟구치는 구수한 육성, 호기심에 끌려 헐금벌금 달려가 보니 로천노래방이 한창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지 않겠는가! 사람들이 빙 둘러선 한복판에 신들린 선남선녀들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멋대로 춤을 추며 멋대로 걸쩍거린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흥그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주변에 탐문하니 매일 같이 펼쳐지는 자발적인 군중오락이란다. 수백명은 족히 되였다. 쪽걸상까지 들고나온 걸 보니 아예 작심하고 직업적인 관객이 된 셈이다. 귀천을 떠나 자기식대로 껑충대는 모습이 여유롭고 편해 보인다. 여기 저기서 자유의 바람, 행복의 바람이 선들선들 불어온다. 참 좋다. 암 좋구말구. 넘치는 에너지를 이런 방식으로 방출하니 여북 좋은가? 바라보는 내 눈도 즐거워진다.

둔덕길을 따라 올라가니 트럼프, 마작판 풍경이 또한 가관이다. 아예 큰 숲을 이룬 마작대군이 어림잡아도 수백명이다. 대중들의 과외생활이 이런 쪽으로 흘러가는 게 별로 반갑지는 않았지만 일부 사람들의 취향이라고 생각하면 존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시대마다 그 시대의 풍경이 있기 마련이다. 리기적인 삶을 지향하는 현대인들은 무료하고 고독하지만 적당한 소일거리가 없어 쩔쩔 맨다. 그래서 공원에 밀물처럼 모여든다. 혹은 심심한 사람들이, 혹은 지나 가던 과객들이 로천오락판을 동아줄처럼 부여잡고 즐겁게 데룽거린다. 흘러가는 바람결에 지친 마음을 풀어놓는다. 지음을 찾아 아무리 목청을 높여도 메아리가 없다. 그런들 어떠리. 생긴 모습대로 한바탕 휘젓고나면 마음이 저렇게 개운해지는데야!


허기진 배를 채워도 채워도

포만감은 아득하기만 하다

달리면 달릴수록

지평선은 멀어만 가고

쾌락은 부풀어만 가는데

령혼은 왜 얇아지기만 할가?


마인드가 깊어야 인생이 깊어지는 법. 가볍게 놓아보내기에는 우리의 생명은 너무나 존귀하고 소중하다. 정답이 없는게 인생라고 하지만 보다 고상하고 보다 의미있는 방향으로 우리의 삶이 진화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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