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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실락원

  • 2018-01-18 15:06:31
얼마전 넷째 삼촌댁의 영결식에 참석했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 죽는다. 생명이 기()의 화합(化合)이라면 죽음은 기의 화분(化分)이다. 기가 뭉치면 생명이 되고 기가 흩어지면 죽음이다. 유기적 생물체로서의 인간은 태여나는 순간부터 예고된 죽음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선다. 오래동안 곡수에서 사신 분이 타계했기에 문상객도 곡수 사람들이 태반이다.
부르하통하와 가야하가 만나는 두물머리에 자리잡은 곡수촌은 워낙 린근에 소문난 살기 좋은 고장이였다. 한때 두개의 초등학교에 중학교까지 재학생수가 무려 1200명이였으니 그 번화상을 짐작하는데는 별로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제날에 곡수판에서 한목소리 내던 오성림, 김학산 등이 한자리에 앉았다. 워낙 여덟개 자연툰에 천여명의 촌민이 오손도손 살아가던 곡수촌은 왕가물에 개여울이 줄 듯 인구가 급감하여 지금은 고작 백여명이 남았는데 그나마 거개가 로인과 환자들 뿐이라고 한다. 75세 이상 로인은 단 3명이라며 쓸쓸히 웃는 오성림의 목소리에선 고향이 문 닫는 소리가 새여나왔다. 아, 천년이 가는 나라가 없고 백년을 사는 인생이 없다더니 한 마을이 무너지는 게 이렇게 간단할줄이야!
참 기막힌 일이다. 억수로 통곡할 일이다. 곡수촌은 나의 육체와 정신의 고향이 아니던가!
촌민들이 무더기로 한국에 나갔다고 한다. 한번 나간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혹시 돌아와도 그새번 돈으로 도시에 집을 마련하는게 류행이라고 한다. 곡수촌만이 아닌 조선족마을들이 하나 둘
빈 마을로 변해가는 현실이 안타깝기 짝이없다. 마을이란 한번 무너지기는 쉬워도 다시 일으켜 세우기는 힘든 법. 곡수촌의 그젯날의 영광은 돌아올 수 없는 꿈이 되고 말았다.모든 것이 잠간이고,지나간 일은 그리운 법이라고했던가!

고향에 남아 고향을 지키는 로인들의 기울어져가는 육신을 바라보노라니 내 령혼이 찢기는 소리가 아득한 곳에서 들려온다. 인생의 무상함을 절감하며 나는 오직 텅 빈 하늘만 멀거니 응시한다.


입 큰 안개에 초가집이 삼키웠다


골짜기엔 길 잃은 엄마의 꿈이

락엽 되여 뒹굴고


풍화된 웃음들은 무너진 돌담에

끼여 잠을 자고


먼 곳에 들려오는
박새의 울음소리에

밤나무가 하염없이 낙루하다


그 누구를 원망하랴? 나부터 고향을 지키지 못하고 일찌감치 고향을 탈출했으니할 말이 궁해 다만 야윈 붓대만 붙잡고 하염없이실락원을 끄적거리며 곤궁한 심경을 다독거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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