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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 (외 4수)

□ 박찬휘

  • 2018-01-25 16:11:06
단풍잎
떨려오는 떨림을 떨고 나니

미풍은

몸을 뚫고 지나갔다

당황했지만

푸르름도 돌려줘야 한다는 걸

깨달았을 땐

나무처럼 눈물이 흘렀다

생각보다 가벼워서일가

간단해서일가

마음의 험악함과

정교함에

뒤돌아보지 않아도

빚은 없을 것이다

생활을 창조한 삶이라면

빨간 도장이였고

생활을 즐겼던 삶이라면

노란 도장이였지만

자연의 인정을 받으니

생명마저 돌려주었다

편안한 아쉬움에 놓아주는

희망이 조용한 떨림이였다.


새삼스럽다

산꼭대기에서 길 잃은

돌이

외로움을 임신했다

마침표 되여

세월마저 비켜갔던 돌이

나와의 스침으로 인해

움직였다

산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풍덩’ 소리와 함께

돌은 물을 만났고

수락석출 기다린다

산꼭대기에서

나는 외로움을 느낀다.


비여있다

겨울 버드나무는

줄 끊어진 악기였다

바람은 우아한 손놀림으로

악기의 슬픔 연주하고

악기는

창상(沧桑)한 바람의 생을

연주한다

참새들의 노래를 배우는

악기에겐

정반면이 없었다

완정한 곡을

연주 못하는 걸 알기에

겨울 버드나무는

악기보다 악보가 되려한다.


경사지다

1

산은 경사져서

높이를 만들고

강은 경사져서

폭포를 만든다.


2

산엔 나무가 서있고

강엔 돌이 깔려있다

나무는 산의 면모

감추고

돌은 강의 얼굴

성형한다.


3

나무가 불을 당겨와

재가 되려하고

돌이 바람을 불러모아

사막이 되려할 때

경사진 비는

나무에 맞혀 노래가

되고

강에 꽂혀 꽃송이가

된다.


4

산의 마음에 강이

흐르고

강의 마음엔 산이

움츠리고 있다

산과 강은

경사의 조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타오르다

마당의 가을 백양나무

나의 꿈속으로 걸어들어와

성냥개비 되였다

평생 한점의 불꽃 저축했던

성냥개비가

앙상하고 긴 생활이였지만

운명처럼 거친 성냥종이에

한획을 그었다

칙-!

부르짖음 같은 웃음 속에서

가을은 상처 움켜쥐였고

뜨거운 미학이 타올랐다

성냥갑처럼 캄캄했던

내 꿈이 타올랐다

깨여보니

성냥알 같은 달을 이고선

백양나무가

단풍에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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