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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다

□ 김일량

  • 2018-02-01 15:15:52

눈이 내린다


겨울 하늘이

티 한점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사각사각

하얀 뼈를 깎아

시를 쓴다


나무들은 조용히

산을 거닐며

시를 읊고

바람은 날개를 접고

하늘에서 내리여

하늘의 소리가

더욱 아름답게 내리게

길을 내여주고 있다


새들은 눈동자 아릿하게

하늘이 쓰는 시를 감상하고

지구인들은 어깨 우에

우주의 언어를 실으며

귀중한 시간을

행복하게 소화하고 있다


하얀 글로 쓰는 시가

너무나 좋아

온 세상은 조용하고

누구의 가슴속에나

새 희망 새 꿈이

샘물소리로 소곤거리며

즐겁게 흘러들고 있다


땅은

자기가 살아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동면 속에 잠든 벌레와

모든 자연 만물들은

자기의 숨소리를

다시 한번 들어보고 있다


하늘이 쓰는 시는

똑똑

지구촌을 노크하며

가벼운 소리로 걸어다니고

사락사락

미소로 내리며

황홀한 꽃으로 피여난다

하얀 눈 내리는 하늘은

너무나 황홀하고

하얀 시를 쓰는 하늘은

너무나 장하다


울고 있는 것들

웃고 있는 것들

속삭이고 있는 것들

미소하고 있는 것들

지구는 다시 한번

힘있게 태질한다


눈 내리는 소리는 작아도

시의 의미는 끝없이 깊고

시의 무게는 무한하게 무거워

이 세상 가장 큰 힘으로

온 우주를 흔들고 있다


시란 무엇일가

사념의 하얀 뼈를 깎고

시간의 파란 살을 저미는 것일가?


눈이 내린다

하얀 글씨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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