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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 묵묵한 이름 (외 4수)

□ 박장길

  • 2018-02-08 15:45:12
아버지, 그 묵묵한 이름
한쪽 입은 땅에 묻고

한쪽 입은 하늘에 열고

하늘 땅을 호흡하였다


한 구들 따뜻함을

높이 서서 깊이 숨 쉬였다


거멓게 탄 속을

하늘과 땅에만 보이며

숨겨온 나날들


그 구새먹은 가슴이

세상을 떠나

내 안에 뿌리박았다

아버지, 그 묵묵한 이름!


나는 구새통을 품고

허공에 뿜어올린 한숨을

이제 읽으며

지금 아프다.


폭 포

아무리 주어도 모자라는

가난한 큰 사랑이여!


꽃을 배워주던 녀인

그날의 감동은 지금도 내게 머물러있다

길가의 꽃이름들을

딸애에게 가르치던

십년 전 집안시의 그 녀인ㅡ


한송이 한송이 또 한송이

내 가슴에 뛰여들어와 꽃밭을 만들었다


지금 그 얼굴은 잊었지만

마음 환하게 꽃으로 남아

집안시를 더 아름답게 장식하는 녀인


소원처럼 처녀로 피여있을

그 딸애도 만나보고 싶지만

꽃을 배워주던 그 녀인 더 보고 싶다


꽃처럼 고요히 평화를 피워주는

그 녀인과 사는 남자 행복하리라.


서호

머리속의 모든 단어들이

다 도망가서

서호에 뛰여들었다


나의 언어를 찾아주세요

눈으로 입으로 빠져나간

나의 언어들을 돌려주세요


서호에 들어가더니

다시 나오지 않습니다

돌아오지 않는 언어들을

꼭 건져주세요

수십년 정성으로 모아서

아껴둔 은빛들입니다


서호는 돌려주지 않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호반을 다 돌았지만 찾지 못했다


아예 관두고 떠나온다

잃어버린 언어들이여

나 대신 항주에서 잘 있어라.


음악의 꽃

동그란 오방색 하늘을 열며

비 오는 거리는 활짝 핀다

나도 하늘을 펼쳐들고

동그란 세계의 주인이 된다

머리 우에 튕기는 젖은 소리

나는

타오르는 한송이 음악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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