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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삶의 최우선 조건

□ 김인섭

  • 2018-02-22 15:38:14

정유년이 365일, 그 8760시간을 어디다 써버렸는지 아리숭한데 무술년이 찾아온다. 까치는 날고 말은 뛰고 산간 석암들은 좌이부동으로 세상 만물과 같이 새해에 돌입한다. 허나 삼라만상은 잠잠한데 지구 생태계의 독재자로 군림한 인간만이 송구가 아쉽고 영신이 즐겁다며 시끌거리는 같다.

해마다 이때면 례년 행사로 친구 모임이 벌어지는데 나름대로 입수한 뉴스와 눈동냥, 귀동냥 정보를 가지고 집합하다보니 이야기판은 늘 백화만발 백가쟁명의 생동활발한 국면이고 권커니작거니 술잔이 몇 순배 돌면 취담취설 연출이 불문률처럼 막을 올린다. 이번 모임의 오가는 말 가운데서 목소리 톤이 가장 높은 친구 연설이 인상적이였다. 설이 박두하니 년하 메시지들이 날아오는데 이왕이라면 그런대로 즐거웠고 ‘나그네 말죽 먹이 듯’ 회답도 보냈는데 정년퇴직 후부터는 이런 인사범절이 질색이란다. 더구나 그닥찮게 보던 친구들이 내 쎄다고 입김 큰 소리를 전해올 때면 실소리 생소리에 대포도 놓으며 맞장단을 쳐야 제 격인데 짝진 기분에 응답이 고역이란다. 그들은 지식도 사상도 일재간도 나보다 어방없는데 감투 사냥에 령악하고 관운이 좋아 상감마마 관복을 누리며 으시댄단다. 부언하여 나도 제 푼수를 잘 알고 처신했더면 웬만한 강산은 쥐락펴락할 호랑이였을 거라며 우통을 썼다.

열변을 들으며 속이 씁쓸하고 귀가 따가웠지만 의기투합한 이심전심이 원인인지 ‘자기를 아는 자가 현자’라는 자지자명 리치에는 수긍이 갔다. 세월의 징검다리를 뛰넘으며 살아오다 인생의 가을하늘에 몰골을 여겨보니 어색하게 비치는 나이다. 차분히 생각해 보면 내가 무엇이고 어디에 써먹을 ‘원자재’인지를 불문에 부치고 무작정 덤빈 업보가 아닌가 본다. 지난날 삶의 현장을 돌아보면 무엇을 이뤄도 보고 실패나 좌절을 피하려 애면글면했지만 늘 밀운불우 형국에서 탈출하지 못하였던 자신이다. 오늘 내 삶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시행착오와 자가당착 교훈의 창고를 뒤져보니 나를 잘 알아야 참삶을 산다는 소견의 진리성을 골수로 느끼게 된다.

특히 생계 전쟁에 출진한 전사들에게 있어서 내가 무슨 ‘재료’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더 결정적 의미가 있다. 내가 나무인데 강철이라 고집하면 인생이 희극놀이가 되고 자신이 나팔꽃, 풀이 분명한데 장미꽃을 피우려 한다면 뜬구름만 잡게 된다. 자신의 지능지수, 감성지수와 천성을 포함한 생득 기질부터 나의 강점과 복잡한 생존 여건을 알아가며 성취 가능한 분야에 투신해야 한다. 쾌락을 추구하는 범인의 삶이거나 가치를 추구하는 아인의 삶이거나를 막론하고 나라는 물질의 ‘물리 화학적 성질’에 대한 분석 판단이 정확해야 바른 길에 들어설 수 있다. 자지(自知)가 자신(自信)의 전제로 되여야 하고 자기의 본바탕 그대로 완벽히 인식하는 것이 희망을 열어가는 선결적 필수조건이라는 것이다.

자기를 알았다면 오로지 자신이 되여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자기로 되는 것이라 말한다. 사람은 늘 타인을 배우고 타인이 되려는 심리적 경향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량약은 체질에 맞아야 좋은 약이고 고가 패션도 체형에 맞아야 고급 옷이 된다. 그렇다면 자기 본체에 대한 자아진단이 우선이다. 위하여 늘 스스로를 돌이켜보고, 남이 평판을 귀담아 듣고, 남의 찬사에 현혹되지 말고, 남의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이리하여 자기만의 개성과 정체성을 수립해야 한다.

현대인은 자아의식이 발달하고 아집이 세며 집착이 강하여 외부의 정평을 쉽사리 마이동풍으로 흘려버린다. 물건의 무게를 알려면 저울추를 봐야 하 듯 내가 어떤가를 알려면 남의 눈에 비춰봐야 한다. 허심탄회하면 진보하고 자만자존하면 락후한다는 현인들의 교시는 명기해야 할 지침이다. 그리고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극소화시키고 무효화시키는 노력은 평생의 과업으로 떠메야 한다.

오늘의 세계는 자동화, 디지털화를 넘어 지능화시대의 해일을 맞고 있다. 새 세상을 마주하여 시대를 따르는 여세추이 정신으로 자기에게 알맞는 전문성을 키우지 않는다면 도태의 신세를 면하기도 어렵다. 하여 남의 뒤를 어영부영 따르지 말고 자아개발과 자아실현의 아성을 구축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임을 류념해야 할 것이다.

‘재질’을 알고 자기의 적재적소를 분명히 판가름한다면 인생 대성(大成)은 말고라도 유유자적 호강살이는 별문제일 것이라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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