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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에 모여 같은 ‘꿈’ 꾸다

  • 2018-06-07 16:21:36

우리 나라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인터넷문학이 성행, 오늘날까지 수많은 작품이 다양한 사이트와 플랫폼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인터넷문학은 기존 주류문단에 큰 파문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오늘에 와서는 우리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연변에서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 커뮤티니 사이트가 활성화되기 시작했으며 이 가운데서 ‘자유게시판’이나 ‘자작글’과 같은 코너를 통해 많은 온라인 글쟁이들이 배태됐다. ‘11번가’ 문학동아리가 바로 그중의 한 례다. 지난 4일, ‘11번가’의 운영진과 련계를 취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1번가’는 온라인에서 만나 글을 련재하고 댓글로 소통하며 친분을 쌓았던 10여명의 문학애호가들이 모여 하나의 릴레이 소설 작품을 공동으로 완성하면서 만들어진 문학동아리다. 그들의 창작과 활동 공간은 온라인, 대부분 사람들은 현실에서는 서로 ‘초면’이다. 서로의 이름이나 나이, 직장이나 가정환경에 대해선 더더욱 모르고 그저 닉네임으로 소통할 뿐이다.

“지난 2009년 4월에 13명이 모여 첫 릴레이 소설 <가녀는 힘들어>를 도전했다. 약 3개월간을 이어가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리더를 맡고 있는 곽고분(39세, 닉네임 ‘거부기’)은 시작은 그리 거창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다만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여러가지 소통을 통해 각자의 생활에 조금 이채를 더해주려는 시도였을 뿐, 마음껏 글을 쓰고 희열을 느끼는 것에 만족했다.

2014년 12월, 온라인에서 줄곧 끈끈한 친분을 쌓아왔던 7명의 작가들- 거부기, 강니, 신군, 판도라, 레드체리, 내가 만일, 곰 세마리 등이 모여 ‘11번가’ 위챗공중계정을 개설했다. 이듬해 1월, 자작글과 생활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으로서의 ‘11번가’ 위챗 공중계정이 새롭게 선보였으며 신군의 <이상한 동거>, <핍박에 의해 량산에 오르다>, 곰 세마리의 <다시 사랑할 수 있을가>, 판도라의 <천사가 아니야>, 거부기의 <우렁이 각시> 등 련재소설들이 계정을 통해 독자들과 만났다.

“하지만 2015년 5월 7일을 마지막으로 계정의 운영을 잠시 접을 수밖에 없었다. 글 쓰는 일외에도 우리는 저마다 먹고 사는 일에 바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로의 끈끈한 우정과 글을 쓰는 일에 대한 열정만은 식지 않았다. 그래서 그해 10월 다시 온라인에서 초기 멤버들을 집합해 공중계정 운영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도모했다. 그대로 접기엔 아쉬움이 너무 컸다.”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김해(38세, 닉네임 곰세마리)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여 2015년 11월 11일, 초기 멤버 7명외 ‘반달’의 합류로 8명이 다시 공중계정 운영을 시작했다. 곰 세마리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 <원나잇 스탠드>, 판도라의 <시간은 홀로 간다>, <전생에서 만난 그대> 등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생생한 재미를 더해주는 련재소설들이 륙속 업데이트됐다.

2015년 12월, 11번가 멤버들은 동아리 결성 이후 첫 릴레이 소설 <어느날 갑자기>를 시작했는데 주 소설 16회에 에피소드 7회로 완결됐다. 이와 같은 단체 글쓰기에는 판타지 동화와 현실버전의 글쓰기, 같은 스토리의 다른 시선으로 글 쓰기, 같은 제목으로 여러 작품을 쓰기, 한사람의 상대역으로 전개한 여러 작품 내놓기 등 기존 문학의 틀 안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여러가지 새로운 창작방법들이 시도됐다. 한편 개인 창작 역시 시나 소설, 수필 등 여러가지 쟝르를 다양한 주제와 표현방식으로 소화해내면서 ‘11번가’는 자기들만의 색갈로 조선족 인터넷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탐구했다.

편집을 맡고 있는 현청화(38세, 닉네임 판도라)는 “단체 릴레이 글쓰기는 작가마다 캐릭터에 대한 리해와 분석, 스토리전개에 의한 변수가 항상 존재한다. 그래서 캐릭터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식적이고 자연스러운 전개가 필요한데 작가들 사이의 소통이 정말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한사람의 생각이 아닌 여러 사람의 성격이나 개성, 습관, 필력을 모으는 일이기 때문에 팀워크가 형성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운데 물론 선의적인 충돌도 있었지만 상대방의 생각을 수용하는 과정이 필력을 다지는 계기가 되였다.”며 단체 릴레이 글쓰기의 장점을 꼽았다.

지난 2017년 12월, ‘11번가’는 두번째 릴레이 소설을 시작했다. <11번가 로맨스>라는 제목으로 된 이 련작소설은 11번가에 사는 남녀들의 일상을 다뤘다. 13명의 작가가 참여한 가운데 61회 및 한편의 에필로그로 막을 내렸으며 80, 90세대의 온라인 독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향을 얻었다.

현재 멤버는 32명, 올해부터는 리홍숙(37세, 닉네임 수선화향기)과 최화(37세, 닉네임 작은 도둑)가 운영진으로 영입되면서 보다 든든한 필진을 갖추었다. 그들은 온라인에서의 글쓰기는 물론 오프라인에서의 창작활동도 병행하며 주류 문단으로의 적극적인 편입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연변일보》 해란강 부간,《연변문학》, 《장백산》, 《연변녀성》 등 문학지와 잡지들에 륙속 글을 발표하면서 조선족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1’과 ‘1’이 만나 더욱 많은 가능성을 생성할 수 있듯, 사람과 사람이 모여 번창한 집을 이룬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11번가’, 서로 어깨 겯고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고 말하며 그들은 소박한 글쟁이의 기쁨을 즐기고 있다. 

박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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