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거울

2018-07-12 16:13:39

과학기술대학 북쪽방향으로 올라가는 보행포장도로에서 고래희를 넘긴 듯한 한 중풍환자가 지팽이를 살랑살랑 휘저으며 유연한 재활운동 걷기를 하고 있는 것을 늘 보게 된다. 년로한 몸에 중풍에 시달리니 그 고통이 여간 만만치 않으련만 비운의 인생살이에 추호도 주눅 들지 않은 깔끔한 차림새로 자름자름 걸음마를 열심히 옮겨가고 있었다. 어쩐지 안스럽고 측은하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경모스러웠다.

해살이 재글거리는 어느 일요일 오후에 무성한 가로수 그늘 사이로 산책하는데 머리를 무겁게 숙이고 삶의 끈질긴 욕망이 이끄는 대로 한걸음한걸음 힘겹게 걸어가는 그분의 모습이 시야에 안겨왔다. 한참 힘겹게 걸어가던 그분은 문득 발걸음을 조용히 멈추고 지팽이로 길에 놓인 어른 주먹 만큼한 돌을 움직거리는 것이였다.

보기 당혹스럽게 기우뚱거리는 몸자세의 균형을 애써 바로잡으며 전신의 힘을 지팽이를 잡은 왼손에 몽땅 모아 돌을 야금야금 밀어내는 것이였다. 돌을 길에서 치워버리려는 착한 속셈임을 너무나도 환히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그저 스쳐보는 것이 너무나도 민망스럽고 안타까워 그분이 힘들지 않게 재빨리 달려가 발로 살짝 차서 길 밖으로 곱게 밀어치워주려 하였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하면 그분의 착한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아 날렵하게 움직이려던 발걸음을 잡아세우고 약간 멀찍이 서서 경건히 지켜보았다.

중풍환자 로인은 지팽이로 자그만한 돌을 길옆으로 밀어내려고 안깐힘을 쓰는데 짜증스러워하는 기색이 추호도 없음을 먼곳에서도 넉넉히 보아낼 수 있었다. 고통스럽게 불편한 몸으로 작은 돌 하나를 길에서 치워버리려 열심히 노력하는 그 가녀린 동작이 너무나도 장엄하게 안겨왔다. 보통 성한 사람이 발로 툭 차버리면 2초도 안 걸리는 짧은 시간인데 년로한 중풍환자는 거의 2분이라는 시간을 랑비해서야 겨우 자그만한 돌 하나를 길 밖으로 밀어치웠다.

년로한 중풍환자로서 왜 이처럼 가냘픈 체력을 애써 소모하면서 이렇게까지 처절한 행동을 해야 하는가! 자기가 항상 조심조심 밟아가는 맞춤하게 넓은 콩크리트보행도로에 장애가 될가 봐서일가?그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머리 숙여 살펴가는 이 분의 조용히 느린 걸음에는 조금도 장애가 되지 않는다. 그럼 왜일가?그 리유는 아주 간단하다. 그것은 분명 이 길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이 불편해하거나 걷기운동을 하는 장애인이든 성한 사람이든 부주의로 돌을 걷어차서 아파할가 봐서 가냘픈 체력을 소모하면서 좋은 일을 하려고 한 것이다. 얼마나 깨끗하게 맑은 심성인가!수천만의 심금을 울려주는 장려한 영웅적인 형상은 아니여도 가슴에 아련한 감동으로 안겨오는 이 짧은 장면이야말로 참된 인간의 이미지를 여실히 펼쳐보여주는 작아도 감동적인 미니드라마가 아닌가!

이 미니드라마 속의 착한 주인공이야말로 우리 모든 사람들의 삶의 거울이다. 처절하게 고달픈 삶에도 주눅 들지 않는 의지도 돋보이지만 힘겹게 불편한 몸으로 남의 편리를 도모하려는 작지만 착한 움직임이 얼마나 고상하고 순수한가! 세상을 들썽하게 하는 영웅적 행동도 우러러보이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거짓 없이 진실하게 보여주는 착한 행동도 따뜻한 감동으로 가슴 깊이 오래 남아있을 수도 있다. 로인이 불편한 몸가짐으로 착한 행동을 보여주는데 사지가 펀펀한 사람으로서 저 로인의 삶의 거울을 자신에게 비추어보면서 착한 행동을 실천에 옮기지 못할 리유가 있단 말인가! 모든 사람들이 저 중풍환자 로인이 보여준 착한 움직임을 자기의 행동실천에 옮겨 정성껏 모아가면 우리 사는 마당이 더욱 조화롭고 아름다운 삶의 터전이 될 것이 아닌가!

착한 생각을 착한 행동에 돌려야 한다. 문자와 입으로 시야비야해서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부터 적극적인 실천에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저도 몰래 뇌를 꼬집는다. 불편해도 유연한 몸가짐으로 지팽이를 천천히 옮겨가며 재활운동을 열심히 하는 년로한 중풍환자의 뒤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숭엄해보인다. 삶의 거울이 내 가슴에 밝게 비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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