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저렇게 푸르게 열리면 가을아

2018-10-11 15:43:08

아침 하늘이 어쩜 저리도 푸르다냐? 밤새 누가 저 너른 가을하늘을 락엽 하나 없이 푸르게 푸르게 쓸어놓았다냐?

시인들은 저 푸른 하늘에 손 내밀면 금세 푸른 물이 들거라고 읊기도 하고 돌을 뿌리면 쨍그랑 하고 깨여질 것 같다고도 말하지. 그런데  그거 알아?

난 저렇게 맑고 푸른 하늘을 보면 웬지 자꾸 울어버리고 싶다는 것을.

물이 바닥 모래알마저 세일 수 있을 정도로 맑아지고 공기가 초겨울 살얼음처럼 투명해지고 기러기들이 사람 인(人)자 모양으로 남으로 남으로 날아가는 가을이야.

산에서는 활활 타오르던 단풍들이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고요한 호수물에 닁큼닁큼 뛰여내리고 가을바람에 억새들이 못참겠다는 듯이 하얗게 너흘거리고 있어.

가을은 사색하는 계절이요, 독서의 계절이라고 말들을 하지만 그거 알아?

난 저렇게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보면 웬지 자꾸 울어버리고 싶다는 것을.

가을 하늘을 마주하고 가을 벌판에 벌렁 누워 두 팔을 펼쳐본 적 있니?

나는 그럴 때마다 지구를 등짐으로 짊어지고 하늘이라는 바다에 풍덩 뛰여드는 착각을 하군 해.

가을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지. 그게 가을이야. 굳이 누구와 언제와 어디라는 걸 떠나서 그냥 혼자라도 언제라도 어디라도 배낭 하나 달랑 메고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이 가을이야.

가을이면 어딘들 명소가 아니며 누군들 나그네가 아니랴.

굳이 알프스가 아니라도 좋겠지. 돈강, 센강, 템스강, 라인강, 허드슨강이 아니면 어때? 가을이라는 낱말만으로도 울먹이는 감성적인 사람이 곁에 없어도 괜찮겠지. 이 하늘, 이 공기, 이 물, 이 산, 이 바람만으로도 가을을 온전히 즐길 수 있잖아. 근데 그거 알아?

난 저렇게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보면 웬지 자꾸 울어버리고 싶다는 것을.

나풀거리는 락엽이 가을이요 속삭이고 있어. 뒤산 오르는 개구리들이 가을이요 꽈르륵거리고 있어. 무서리가 내린, 조색판보다 더 다양한 색상의 들판에서는 메뚜기들이 가을이요 시름없이 풀쩍이고 있어. 산 정수리에서는 세월이 스쳐가는 소리가 가을이요 들릴 듯 아슴하게 메아리치고 있어. 바싹 마른 콩꼬투리 속에서는 노오랗게 또르르 살찐 콩알들이 가을이요 차르랑차르랑거리고 있어. 그런데 그거 알아?

난 저렇게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보면 웬지 자꾸 울어버리고 싶다는 것을.

가을이면 세상이 익어가고 익어가는 세상이 가을이요 소리소리 지르지만 왜 우리는 가을을 즐기면서도 가을을 보내야 하는 걸가?

가을의 뒤꽁무니를 따라 겨울이 오고 겨울의 하얀 치마자락에 끌려 봄이 오고 봄의 연두빛 미소 뒤켠에서는 장마비 가득 움켜쥔 여름이 기다리고 있고 여름의 무더위를 걷어내며 또 가을이 오겠지. 푸른 하늘에 기대선 백양나무 가지들이 부저가락처럼 발갛게 달아오른 가을, 누가 뭐래도 이젠 가을이겠지. 근데 그거 알아?

난 저렇게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보면 웬지 자꾸 울어버리고 싶다는 것을.

내가 통곡해도 가을은 오고 내가 통곡해도 가을은 가는데 먼발치에서라도 가을 푸른 하늘을 보면 나는 왜 리유없이 그저 그 하늘이 무너지도록 통곡하고 싶은 걸가.

우리들이 사는 세상은 눈물 밖에 없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가을은 저렇게 저 혼자 깊어가는데…

인생은 이렇게 저 혼자 지줄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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