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움 (외 2수)

2018-11-30 09:10:29

밥사발보다 밥구멍이 더 많은 김씨 집에

민며느리로 들어와서 뭔가를 숨기고 싶었던,

가끔은 적라라하게 녀자임을 꺼내놓고 싶었던,

그곳이 바로 김치움이였다고 말씀하시였다

어쩌다 고기붙이가 생기면 그걸

당신은 먹기가 차마 아까워 조금씩 베여내서

빈독에 넣었다가 얼굴이 노오란 막둥이에게

가만히 먹여주었다는 곳이기도 했다

가난이 줄줄 흐르는 처마 밑에서 굶기를 밥 먹듯

하던 시절, 아린 손끝에서 피 같은 김치물이

당신의 손가락에 달라붙어 서걱일 때

설움도 눈물에 매달려 질척였었겠지

보리고개를 허이허이 넘기시며

해마다 김치가 삭기도 전에 당신의 마음이

먼저 삭어서 부실부실 떨어졌었을 게고

굶어죽은 귀신은 개도 안 문다고 하던데 김치도

마음대로 못 먹었다는 우리 엄마는 살아서

얼마나 가슴이 곯았었을가?

엄마는 일찍,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였다

그렇게 김치움은 엄마의 생무덤이였던 것을.


코뚜레


함박골서 어린 송아지

이슬풀 뜯다 막무가내로

욕망의 갈구리에 꿰이여

뚫려진 코청으로

아픔과 슬픔을 다 마시다


세월의 고삐에 조이여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땡볕과 광풍에 패워져

이마가 할미골 된 할머니,


가슴은 언제나 세월을 태우는

불가마 되여 바싹 마른 풀에

생은 갈비살에 부시를 쳐대다


코구멍 털은 일찌기 단김에

다 타버리고 말았는데

죽을 때가지도 뚫린 코청에

바람 잘 날이 없더라.


돌쩌귀


울 엄마와 울 아버지

사이에 박힌 쇠못

겨울바람이 불어치면

찌익-찍 찌익-찍

아버지의 매운 욕이

엄마의 위장을 아리게 했고

콰앙-쾅 꽈당-탕

아버지의 술주정이

엄마의 가슴뼈를 갉아내렸다

돌쩌귀 사이로 쇠 같은 바람이

외양간인 양 들어와

누더기 이불로 벗은 무릎을 감으며

문짝이 달아날가

항시 가슴 얼구시였다는 천녀(贱女)

엄마의 가슴은 녹았어도

녹이 쓴 대못만은 누구도

뽑아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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