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들어오고 마지막으로 죽어라

2018-11-30 09:10:29

“처음으로 들어오고 마지막으로 죽어라!”

영화 《벤허(Ben-hur)》의 클라이막스인 전차경주에 의미심장한 쐐기를 박는 일더림의 대사이다.

여기서 이르는 처음이란 당연히 시간적으로나 순서적으로 맨 앞이라는 뜻이지 결코 어떤 경험을 새롭게 해본다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주인공 벤허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파멸로 몰고간 소시적 친구 멧살라에게 복수를 결심하고 아랍인 부족장 일더림의 도움을 받으며 전차경주에 나선다. 챔피언에 걸려있는 화려한 명예와 부를 위해서라기보다 풍비박산난 가족의 비장한 존엄과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기 위해 뜨거운 죽음으로 차거운 주검을 포옹할 각오를 한다.

배짱으로 시작되여 살륙으로 끝나야만 하는 모험의 레이스는 숨가쁜 15분을 엄살하며 1분에 한번씩 마필과 도전자들을 죽여나간다.

열혈 사나이들의 스펙터클한 생사경쟁은 무소불위의 불도젤처럼 관중들의 호흡을 뭉개며 난망의 스릴을 안긴다.

야비한 멧살라는 바퀴에 칼날을 장착한 그리스전차로 모든 라이벌들을 괴멸시키며 벤허를 압박해왔다. 설상가상으로 전차에서 튕겨떨어진 채로 무차별로 끌려가는 벤허는 생에서 가장 긴박한 생사의 분수령을 톺으며 음양의 천평을 기울여야만 했다. 이것도 일종 생명의 려행이라면 려행의 과정이 괴롭고 힘들수록 목적지가 더욱 아름답고 고맙게 생각된다는 말은 벤허에게 준비해놓은 듯하다.

처음으로 들어오려면 반드시 멧살라의 공격을 피해야 했고 마지막으로 죽으려면 먼저 멧살라를 죽여야만 했다. 기적은 벤허를 버리지 않았다. 강인한 의지로 버텨오던 벤허는 극적으로 다시 전차에 올라탔고 역으로 멧살라는 바퀴가 리탈하여 뒤집힌 전차에 깔려 중상을 입고 말았다.

벤허의 생사려행은 완벽한 승리로 막을 내렸고 이제는 일더림의 충언 대로 처음으로 들어왔으니 남은 것은 행복하게 살다 마지막으로 죽을 일 뿐일 것이다.

영화가 막을 내린 지 한참이나 되였지만 일더림의 그 한마디 대사는 강한 전류마냥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들어오라는 것은 과감하고도 맹렬히 돌진할 수 있는 객체가 필요하다지만 역시 의식주도의 창의적인 마인드와 명석한 두뇌의 기획적이고도 기교적인 전진의 전제하에 생존의 일정한 지속적임이 포함되지 않을가 생각된다.

얼마나 많은 영재와 명물들이 처음으로 들어왔던가? 조충은 6세 때 남다른 총명으로 부력을 리용할 줄 알았기에 세상을 놀래웠고 군사의 기재 곽거병은 17세 때부터 군사를 이끌고 무패를 이루었기에 명장이 되였으니 어찌 처음으로 들어오지 않은 부류라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마직막으로 죽으라는 말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인내를 안고 끝까지 견지해나갈 수 있는 정신과 생존의 지구력을 말하겠지만 확고부동한 승자의 신념으로 하나의 관념을 살아간다는 긴긴 려행을 가리킬지도 모른다. 절세의 영재 조충은 13세에 요절해버렸고 무패의 열혈 장군 곽거병은 23세에 요절하였으니 처음으로 들어왔지만 마지막으로 죽지는 못한 것 같다.

처음으로 인종을 소멸해보려던 나치의 잔인함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명분이 없는 까닭에 력사의 치욕으로서 죽어버렸고 손바닥만한 섬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동아공영의 기발을 내걸고 대륙으로 기여들어왔던 일제도 마지막으로 죽을 명분을 건지지는 못했다.

반면 이딸리아의 피사탑은 지금까지도 바로서기를 거부하고 기울어져있기에, 애급의 피라미드는 아직까지 그 현대문명의 제스처를 거부하고 있기에 지존을 지키며 마지막으로 죽을 부류라고 일컫지 않을 수 없다.

그 얼마나 많은 명물들이 처음으로 들어오고 마지막으로 죽었으랴만은 일더림의 대사를 이렇게 천박하게 풀어나가기에는 조금 부끄러운 듯하다.

세상에 어떤한 영재든 명물이든 언젠가는 죽을 것이고 피사탑이든 피라미드든 영생하리라고 믿지는 않으며 그 어떤 굴지의 공정도 무너지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성은 무너져도 봄은 무성하듯이 그들이 처음으로 발기한 정신과 령혼의 과실은 영원히 남으니 그것에 문학이 포함되지 않나 생각된다.

입을 뗀 일더림이야 문학을 아는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문학과 그 정신이 아주 적절한 리정표를 찾은 듯하다.

문학의 참신함은 언제나 우리를 처음으로 들어오게끔 엄살하고 마지막으로도 죽지 않을 문학은 언제나 우리의 메마른 령혼을 향해 손젓고 있는데 우리는 과연 어떻게 처음으로 들어가고 마지막으로 죽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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