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아이

2018-12-06 15:08:13

그 아이를 알고 나서 내 일상도 엉망이 되고 말았다. 그 아이의 구원수로 투입된 내가 결국 그 아이의 세상에 빠져 함께 허우적거리게 되고 말았고 나는 헤여나올 수 없는 깊은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였다.

처음 그 아이를 본 건 6개월 전 어느 하루였다. 엄마와 함께 내 상담실을 처음으로 찾아온 그 아이는 첫인상부터 남달랐다. 보통 심리치료를 받으러 오는 아이들이 보여주는 경계와 두려움의 눈빛이 아닌 뭔가 갈증에 허덕이는 눈빛이였다.

“선생님도 절 이상하게 생각하죠? 제가 하는 얘기 다 말도 안되는 헛소리라 생각할 거죠?”

10살 나이답지 않게 그는 벌써 자신에 대한 내 믿음을 저울질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이종격투기 링 우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난 선수처럼 바짝 긴장하고 말았다.

“뭐 그렇게 생각해도 이상할 건 없어요. 내가 선생님이라 해도 내 얘기를 쉽게 믿을 수는 없을 거예요. 그래도 뭐 선생님은 나쁜 사람처럼 보이진 않네요.”

테블 우에 놓인 과자를 손에 들어 우물우물 씹으며 그 애는 날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순간 여태 내가 굳게 믿었던 나의 평정심에 아주 미세한 금이 살짝 가고 있음을 느꼈다. 강렬하지만 뭐랄가, 순수함과 간절함이 가득한 눈빛이였다.

‘세다!’

별의별 내담자를 다 거쳐온 베테랑 상담치료사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듯 센 상대를 만난 느낌은 처음이였다. 나는 긴 호흡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고 첫인사를 꺼내려는 순간 그 타이밍마저 놓치고 말았다.

“물고기 좋아해요? 먹는 생선 말고 살아있는 물고기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살짝 당황했지만 흔들림없는 표정으로 편하게 대답했다.

“좋아해. 특히 바다에 사는 물고기를 좋아하지.”

“왜요?”

“자유로운 것 같아서. 넓고 깊은 바다 속 그 어디에도 마음껏 갈 수 있을 것 같으니까. ”

“근데 선생님은 왜 물고기를 안 키워요?”

그 아이는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

“글쎄… 그건 작은 어항에 물고기를 넣고 나만 보는 건 물고기도 원하지 않을 것 같아서. 나도 사실 작은 곳에 갑갑하게 갇히는 거 싫어하거든.”

묘하게 립장이 바뀌는 느낌이였다. 나는 그 아이의 질문에 아주 솔직하게 답을 하고 있었다. 내 대답에 그 애는 약 5초간 흔들림없는 눈빛으로 나를 직시했다. 예리한 레이저빛이 내 온몸을 스캔하는 느낌이랄가, 나도 모르게 흠칫 놀라고 말았다.

“난 선생님이 마음에 들어요. 제 이름은 김수영이예요. 녀자 이름 같기도 하지만 보시다싶이 전 남자아이구요. 그리고 이름처럼 수영을 제일 좋아하고 또 제일 잘해요. 물고기처럼요.”

그 아이는 자그마한 손을 내 앞으로 쑥 내밀었다.

“난 구성아라고 해. ”

나는 그 아이의 작은 손을 맞잡으며 악수를 했다.

“우리 잘 지내요. 구선생님. 왠지 선생님이 절 구해주실 것 같아요.”

그렇게 우리의 첫만남이 이어졌다. 첫눈이 내렸던 그날, 우리의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이 상황이 조금은 나아졌을가? ‘나’ 아닌 다른 심리치료사를 만났더라면 그 아이의 선택이 달라졌을가? 나는 오늘도 수없이 많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본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감정에 절대 이입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상담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없는 표정으로 가장 편한 방법으로 아이들의 아픈 마음에 다가갔던 것이 나의 큰 무기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김수영이란 아이를 만나면서 나의 원칙과 리성이 조금씩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두번째 상담시간에도 수영이는 엄마와 함께 찾아왔다. 처음보다 많이 편안해진 아이의 눈빛과는 반대로 불안과 초조로 가득한 아이 엄마의 눈빛이 더 심각하게 느껴졌다. 눈동자는 쉼없이 흔들렸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무척이나 신경쓰는 모습이였다. 웬만한 눈치가 빠른 사람은 엄마의 모습만 봐도 저 집 아이가 문제가 있나 보네, 하고 알아차릴 정도로 자신의 아이를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력력했다.

“선생님, 수영이 선생님을 좋아하니까 다행이긴 한데, 어째 더 이상해진 것 같기도 해요. 룡궁, 룡왕, 무슨 사수물고기 등 말도 안되는 소리를 더 많이 해요. 우리 수영이 제발 좀 구해주세요. 저 애 때문에 요즘 딱 죽고 싶은 심정이예요.”

아이 엄마의 눈시울이 젖어들고 있었다. 눈은 울고 있는데 나는 왠지 그 눈물에 마음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진정 아이를 향한 안스러움보다 자신이 구원을 받고 싶은 욕망이 더 강해보인다고 해야 할가, 암튼 나는 내 생각이 단순한 편견이길 바라며 말을 이었다.

“어머님이 이런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수영이의 치료에 전혀 도움이 안돼요. 수영이는 그냥 마음이 아픈 거니까 왜 아픈지 원인을 찾으면 좋아질 거예요.”

“이제 수영이가 물고기가 어쩌고 저쩌고 그런 말을 할 거예요. 전 이젠 물고기 세 글자만 들어도 온몸이 경련이 일어날 정도예요.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 생선을 먹지 않더라구요. 억지로 먹이면 다 토해내구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 안했는데 글쎄 지금은 자신이 사람이 아니고 물고기라는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죠? 나는 정말 우리 수영이가 다른 집 아이들처럼 정상적인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휴…”

내 예상 대로였다. 아이의 어머니는 벌써 치료사인 나에게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과 판단을 미리 심어주고 있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였다. 사실 보통의 아이와 조금 다른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는 대부분 아이들이 더 악화되는 리유가 바로 부모의 성급한 판단과 진단이다. 옆에서 가장 많은 믿음을 줘야 할 가족이 때론 더 모질게 아픈 곳을 찌르고 있다.

“어머님, 그건 수영이한테서 제가 듣고 판단할게요. 그러니 조금만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주세요. 오늘 상담 끝나고 제가 따로 어머님을 찾겠습니다.”

나에게 연신 허리를 굽신거리며 인사를 하고 축 처진 뒤모습을 보이며 나가는 걸 보면서 나는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갔다. 순간 수영이가 참 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뒤.

“선생님, 제가 제일 잘하는 건 수영이예요. 물속에서는 저를 따를 친구가 없어요. 선생님은 수영 잘하세요?”

두번째 만남인데 수영이는 나한테 많은 경계를 푼 것 같았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신의 얘기를 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수영을 못해. 어렸을 때 수영장에서 놀다가 물에 빠졌었는데 그때 그 무섭던 기억이 너무 커서 수영을 배울 수가 없게 되였지.”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사실 헤염치는 거 별거 아니거든요. 정말 쉬워요. 제가 나중에 선생님 가르쳐줄게요.”

“그래. 고마워. 그럼 수영이는 수영장에 자주 가겠네. 수영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니 말이야.”

나는 슬슬 그 아이의 정신세계에 접근하려고 조심스럽게 시도했다.

“아니요. 요즘은 전혀 못 가요. 예전에는 그래도 일주일에 한두번은 갔었거든요.”

수영이는 머리를 깊게 숙이며 옅은 한숨을 내쉬였다.

“혹시 수영장에서 안 좋은 일이라도 생겼던거니?”

“아니요. 엄마가 안 보내줘요. 나에게 솔직하게 말하라고 해서 다 말했더니 이젠 수영장 근처에도 못 가게 해요. 잘하는 건 안해도 된대요. 그래서 수영학원 다 빼고 그 대신 수학학원 수업시간을 늘였어요. 요즘은 엄마가 내 이름도 막 싫다고 바꾼다고 그러는데 나는 왠지 엄마가 나를 엄청 창피해하는 것 같아요.”

“혹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선생님이 물어도 될가?”

나는 온갖 촉을 다 동원해서 그 아이의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선생님, 선생님은 토끼와 거부기의 달리기 경주가 공평하다고 생각하세요? 만약 바다에서 내기를 했더라면 토끼는 아예 엄두도 못 냈을 거 아니예요?”

대답이 엉뚱한 데로 튀고 있었다.

“사실 난 물고기인데… 아니 례를 들어 내가 물고기라면 엄마는 자꾸 원숭이처럼 나무에 오르라 그러고, 표범처럼 빨리 뛰라고 그래요.”

드디여 나왔다. 물고기…

“수영이는 제일 잘하는 게 수영인데 철봉을 잘하는 친구와 비교하고, 빨리 달리는 친구와 비교한다는 거구나.”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 아이의 대화로 녹아들려고 노력했다.

“네. 맞아요! 학교 체육시험도 달리기, 줄뛰기, 멀리던지기 뭐 이런 것밖에 없잖아요. 내가 제일 잘하는 수영은 보여줄 기회조차 없어요.”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 아이가 외로운 리유, 답답한 리유를.

“또 어떤 일들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해?”

“공부도 마찬가지예요. 전 암기를 잘하거든요. 그래서 우리 말은 물론 영어, 한어 다 잘해요. 그런데 대신 계산을 잘 못해서 수학은 영 엉망이예요. 참, 사람들은 물고기가 15초 기억력밖에 못 가진 멍청한 동물이라 생각하는데 그건 틀린 생각이예요. 물고기 종류가 얼마나 많은데요. 바보 같은 물고기도 있고, 똑똑한 물고기도 있어요. 사람들도 뭐 다 똑똑한 건 아니잖아요?”

터졌다. 이 아이의 진심이. 그리고 보였다. 이 아이의 세상이.

“그렇지. 그건 네 말이 맞아. 송어의 한 종류는 낚시군의 모습을 기억해 같은 낚시군이 나타나면 도망을 가고, 미끼를 물었다가 상처를 입고 도망친 후에는 같은 미끼가 다가와도 물지 않지. 이거 내가 말한 것이 아니라 영국의 유명한 헌팅포드 교수가 연구해낸 거야. ”

짝짝짝, 수영이는 나의 말에 박수를 쳐주고 바로 엄지손가락을 척 치켜들었다.

그날 수영이는 나한테 자신이 물고기라는 말 같은 건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밤, 나는 실면하고 말았다. 이 아이가 갇힌 세상에서 스스로 용기를 내서 나오도록 힘을 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인데, 웬지 스스로 갇힌 게 아니라 우리가 가두고 있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파고들었다. 물을 떠난 물고기가 땅 우에서 파닥파닥거리다가 힘없이 죽어가는 장면과 함께 말이다. 나는 머리를 힘껏 흔들며 정신을 차리라고 자신에게 경고했다. 정신을 차리라고, 절대 리성을 잃지 말라고!

세번째 상담이 잡힌 날, 나는 수영이 어머니를 설득하여 수영장에 수영이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수영이 어머니는 내키지 않는 표정이 력력했지만, 수영이의 세상에 더 가까이 접근하려면 이 방법이 가장 타당하다고 오래동안 설득했다.

수영장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수영이는 표정이 달라졌다. 짙은 어려움으로 축 처졌던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수영복을 갈아입고 수영장에 풍덩 뛰여드는 모습은 한마리의 날쌘 물고기를 련상시켰다. 물속에서 수영이는 자유로웠다. 이리저리 전혀 힘든 기색 하나 없이 물속을 누비고 다녔다.

“참 잘하죠? 제가 보기엔 수영인 타고난 수영선수 감이예요.”

수영코치가 나한테 넌지시 말을 걸었다.

“대단하네요! 수영이는 즐기고 있네요, 수영을.”

“제가 그렇게 아이 부모님한테 수영선수로 좀 키워보자고 해도, 운동은 1등만 기억되는 거라고 모든 걸 걸기엔 넘 위험하다는 거예요. 그리고 운동선수를 해도 웬만큼 공부가 따라줘야 한다며 일주일에 두번 오는 것마저 이젠 다 끊었네요.”

“참 안타깝네요!”

그동안 수영은 수영장을 연거퍼 몇번이나 왕복했다. 이젠 힘들 법도 한데 수영이는 물속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그 속은 수영이가 원하는 세상 같아 보였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나오고 싶어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 속에서는 수영이가 가장 훌륭해보였고 자유로워보였으며, 무엇보다 가장 행복해보였다.

거의 탈진할 정도가 되여서야 수영을 멈추고 벤치에 걸터앉은 수영은 숨을 헐떡이며 나한테 말했다.

“선생님, 제 말 맞죠? 저 수영 잘하죠?”

“그래, 정말 대단해! 선생님은 여태 너처럼 수영 잘하는 애를 본 적 없어!”

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때 수영이는 살며시 내 옆에 다가가 귀속말로 속삭였다.

“선생님, 사실 이건 정말 엄청난 비밀인데요, 저 사실 사람이 아니예요.”

“뭐?”

“사실 저는 바다 속 아주 깊은 곳 룡궁에서 살던 사수어예요. 큰 공을 세운 대가로 인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선택했는데 정말 후회막급이예요. 전 인간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무척 아름다울 줄 알았어요.”

수영은 진지한 눈빛으로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그런데 인간세상에 와보니 너무 아니네요. 10살밖에 안된 아이가 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건 뭐가 잘못된 거겠죠? 중학교에 다니는 누나를 보면 숨이 막혀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서 하기 싫은 운동하러 나가요. 고등학교 진학시험에 체육이 필수과목이 된 후로 저렇게 아침잠도 못자고 나가죠. 그리고 매일 줄뛰기, 오래달리기, 누웠다 일어나기, 배구만 죽도록 훈련해요. 그리고 어디 그 뿐인가요? 아침 6시 반부터 밤 9시까지 학교에서 공부만 해요. 문제를 풀고 풀고 또 풀고. 난 누나 얼굴 본 지가 언젠지 기억도 안나요. 어쩌다 보게 돼도 웃는 모습을 볼 수가 없어요. 지치고 짜증난 표정 뿐이예요.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누나를 보고 있으면 앞이 막막해요. 휴-”

수영은 깊은 한숨을 내쉬였다.

“선생님, 저 어떡하죠? 제가 만약 중국 연길이 아닌 다른 곳에서 태여났더라면 다르게 살았을가요? 정말 간절히 바다로 돌아가고 싶어요. 여기서 죽으면 다시 돌아갈 수 있을가요?”

나는 정지화면처럼 멍하니 굳은 표정으로 그 아이를 바라보다가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너무 락심하지 마, 수영아. 잘 찾아보면 인간세상도 재미나는 게 참 많아. 선생님이 찾아서 도와줄게.”

“정말요? 그럴 줄 알았어요. 선생님은 제가 한 말 다 믿으실 줄 알았어요!”

그 아이는 갑자기 나를 와락 안았다. 작은 그 팔에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나는 숨이 막힐 정도였다.

“고마워요, 선생님! 저 이제 혼자가 아니예요.”

“그래. 수영아, 우리 같이 찾아보자!”

나는 무엇을 찾을지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 아이도 묻지 않았다. 사실 나도 무엇을 찾아야 할지 몰랐다. 그냥 세상구석에 홀로 버려진 그 아이의 편이 되여주고 싶었다.

네번째 상담을 잡은 그날, 수영이는 3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그것도 엄마의 동행이 없이 혼자서 말이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은 벌겋게 부어있었다. 누가 봐도 맞은 자국이 분명했다.

나는 그 아이가 실컷 울어버릴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뺨에 난 손자국을 보면서 내 마음속에서는 복잡한 감정이 일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감정을 드러낼 수 없었다. 상담자로서 내담자의 그 어떤 감정에 이입되지 말아야 했으니까. 하지만 그 아이의 오열하듯 울던 그 울음소리가 내 가슴을 마구 후벼팠다.

그날 수영이는 학교에서 수학시험에서 또 빵점을 맞았다고 한다. 수학선생님의 관점에 의하면 4점도 아니고 10점도 아닌 빵점은 선생님을 일부러 골탕 먹이는 거라고 한다. 그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날 체육수업에 800메터 장거리 달리기를 시켰는데 수영이는 끝까지 버티고 뛰지 않았다고 한다. 체육선생님은 감히 선생님의 명령에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 분노했고 담임선생님은 자초지종을 학부모한테 얘기했고 그 과정에서 모진 수치심을 느낀 수영이 엄마는 리성을 잃고 결국 아이한테 모든 화를 쏟아내고 말았다.

“선생님, 저 사실 수학은 정말 모르겠어요. 이제 겨우 더하고 빼고를 알겠는데 곱셈과 나누기를 하라니 어떻게 할 수 있어요? 흑흑… 그리고 물고기는 팔과 다리가 없다 보니 난 달리기, 뛰기 이런 운동을 못한단 말이예요. 뛰면 죽을 것 같은데 그래도 참고 뛰래요. 엉엉… 흑흑…”

그날 밤, 나는 이불 속에서 혼자 울어버렸다. 수영이가 망상증환자라고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그건 그 아이에게 사망선고를 내리는 거나 다름없을 것 같았다. 그 아이가 원하는 세상이 우리가 정한 기준에 못 미친다고 환자취급을 하는 건 너무나 잔혹한 일 같았다. 그리고 이상한 건 그 아이의 말들이 단순히 망상증에서 나온 것이 아닌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애가 잘하는 건 보려고 하지 않고 잘할 수 없는 건 꼭 하라고 강요하는 이 답답한 세상이 이 아이를 삼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아이를 구원해주기로 마음 먹었다. 다른 사람의 인생에 개입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잘 알지만 외면할 수 없었다.

그 후로도 몇번의 상담이 이어지고난 뒤 나는 드디여 용기를 냈다. 처음으로 우리의 가장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나는 아이가 비정상이 아니라는 것과 우리의 고정관념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국내외 있는 인맥을 동원하고 관련 병례가 있는지 찾아보았고 이 상황을 어떡하든지 해결해보려고 노력했다.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의 어머니를 설득했고 학교 선생님들과도 접촉을 시도했다. 조금은 특별한 아이의 세상에 우리가 조금만 마음을 열어보자고 간곡히 부탁했다. 하지만 돌아온 결말은 너무나 씁쓸했다. 나 역시 정신나간 사람으로 몰렸고 수영이 어머니는 나의 상담치료를 거부했다. 우리가 바라는 건 아주 작은 리해인데 나와 수영이가 단둘이 헤쳐나가긴 엄청나게 큰 풍랑이였다.

수영이는 휴대폰도 압수당했고 우리는 위챗 련락도 할 수 없게 되였다. 그래도 어렵게 신청한 공동메일로 일주일에 한번 정도 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내가 도우려고 나섰던 일인데 결과적으로 수영의 목을 더 옥죄는 일처럼 되여버렸다. 아이는 자신을 알아주는 유일한 사람인 나한테 모든 것을 걸었고 그 책임감  때문에 나는 모진 고통 속을 헤매야 했다. 너무 길고 또 너무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이였다.

그리고 한달 전, 나는 수영의 메일을 받게 되였다.

선생님, 래일 학교운동대회를 하는데 나는 죽을 만큼 싫어요. 선생님은 아시잖아요, 저 오래 뛰면 심장이 터져서 죽어요. 정말 가기 싫은데 엄마가 또 저번처럼 저 때문에 약을 먹고 응급실에 실려갈 것 같아서 아마도 가야할 것 같아요. 학부모들도 많이 온다고 하니 선생님도 와서 멀리서 절 지켜봐주면 안될가요? 선생님이 옆에 있어주면 긴 시간이지만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요. ]

웬지 불길한 예감이 드는 메일이였다. 항상 나의 불길한 예감은 틀린적 없었다. 그래서 나는 불안해졌고 오로지 수영이를 살리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그 애를 살리기엔 나의 힘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그 끈을 놓을 수 없었다.

피할 수 없는 신의 정해놓은 운명이라고 할가? 운동대회 날, 수영이 반 1000m 달리기 선수가 그 전 경기에서 부상을 입으면서 급하게 그를 대체할 선수를 구해야 했다. 담임선생님의 시선은 수영에게 향했고 애들도 떠밀었다. 나는 멀리서 안된다고 머리를 흔들었다. 수영의 부모님은 간절한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꼭 마치 여태 문제아로 몰렸던 그 불명예를 한꺼번에 만회라도 할 수 있듯이 말이다. 눈물을 꾹 참은 수영의 머리가 점점 깊게 숙여지다가 체념을 하 듯 출발선으로 향했다.

“수영아, 안돼! 그러지마. 넌 뛰면 안되잖아!”

나의 간절한 웨침에 수영이는 머리를 돌려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경비원들에게 끌려 운동장 밖으로 내쳐지면서 나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이 세상이 지금 한 아이를 죽이고 있다고 말이다.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몸이 일제히 앞으로 향해 뛰였고 그 속에 수영의 모습이 보였다. 한바퀴도 다 뛰기 전에 그의 몸은 축 처졌고 숨을 헐떡였다. 확성기에서는 끝까지 힘을 내서 뛰라는 응원이 쩌렁쩌렁 울려퍼졌고 학급 친구과 선생님 그리고 부모들도 힘내라고 소리쳤다. 모두들 일제히 그에게 뛰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렇게 한걸음, 또 한걸음 앞으로 뛰여가는 수영의 모습을 보며 내 눈앞이 뽀얗게 흐려졌다. 그리고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눈을 감아버렸다. 얼마 후, 자지러진 비명소리가 이 곳 저 곳에서 들려왔고 구급차의 싸이렌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것이 악몽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그 아이의 마지막 모습도 보지 못했다. 우리 모두에게 자신이 ‘물고기 아이’라고 말했던 수영이, 자신의 꿈 한번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시들어야 했던 그 아이는 지금쯤 ‘바다’로 돌아갔을가?

수영이가 없어진 세상은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는 듯 했다. 다만 달라진 것이라면 소문이 퍼질 대로 퍼져 가뭄에 콩나 듯 찾아오는 내담자로 나는 페업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꼭 수영이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나 스스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회의감을 느꼈고 갑자기 방향을 잃은 느낌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정적이 흐르는 나의 상담실에 갑자기 불쑥 한 녀자아이가 찾아왔다. 그리고 애원하 듯 간절한 그 아이의 목소리가 그동안 흘렀던 깊은 고요를 단번에 와장창 깨버리고 말았다.

“선생님, 저 좀 도와주세요! 제발요!”

간절함으로 가득찬 눈빛은 나를 구세주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내가 무엇을 도와주면 될가?”

그 아이는 주변을 경계하 듯 둘러보더니 소리를 죽이며 내 옆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이건 사실 비밀인데요. 저의 어깨죽지에 날개가 숨어있어요. 이것만 빼면 저 날 수 있어요! 그러면 멀리멀리 날아갈 수 있겠죠. 근데 혼자 힘으로 뺄 수가 없네요. 선생님이 저 도와줄 수 있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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