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보따리(외 2수)□ 최옥란

2019-03-15 08:55:39

돌틈에 뿌리 내린

가냘픈 몸으로

노란 꽃 보따리

이고 선 민들레


어쩌면

가슴 시린 가난을

머리 우에 보따리로 달래며

한생을 풀꽃처럼 살아온

엄마의 모습


아버지의 빈자리에 쌓인

무거운 설음

거미줄 출렁이는 쌀항아리의

허기진 하품


찌든 땀방울로 채워진

희망 보따리로 버티며

가시밭 언덕 넘던 고개길

몇천 몇만리…


진액을 다 쏟아주고

지극히 가벼워진

민들레 홀씨를 보면

아스무레 비쳐오는

엄마의 부풀어오른

하얀 보따리 생각난다


보따리 매듭 풀리자

바람따라 여기저기

떠나간 꽃씨

더 높이 날기 위한

꿈속에

엄마의 잃어버린

인생이 있다.



무명초

(요절한 녀동생을 그리며)


늦가을

응달에서 돋아나

그 누구도

보아주지 아니한

작은 풀


시린 잎끝에

매달린 이슬 같은

생명


사랑의 굶주림이

반복되는

낯선 세상을

힘없이 버티다


바짝바짝 말라가는

입술을 꼭 깨물고

한송이 꽃으로 피지도 못한 채

이승의 끈 놓아버린

가엾은 망울


꽃샘 추위 꼬리 흔들던

3월 어느 날

뒤산 자락에 묻고

축축한 슬픔에

삭신이 무너지는데

하늘이 작은 무덤 우에

하얀 눈꽃을 피우고 있었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

1

외로움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그대의 마음이

그대의 욕망을 넘어서야 하리라


2

고독은 아름다운 꿈을

숙성시키는 누룩이다


3

신 한컬레 샀다

좀 작은 듯해도 맵시에 끌려

그냥 신기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편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아마도 이건

발만이 아는 비밀인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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