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은 어디에…□ 김태현

2019-04-25 14:16:17

아득히 뻗은 두 갈래의 철길우에서 끝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시작도 없었다. 끝도 시작도 없는 철길은 결국 마음이 추스리는 하나의 알 수 없는 원점에 불과했다.

길가에 노란 개나리가 활짝 피여나고 산새들의 지저귐소리가 흐드러진 버들개지를 불러깨우는 4월의 어느날, 싱싱한 봄향기에 흠뻑 취해 숲속에서 지저귀는 풀벌레들의 노래소리를 들으며 뉘연히 뻗어간 화룡ㅡ남평구간의 철길을 걸으면서 저기, 저 끝간데도 알 수 없는 거무스레한 레루장의 끝은 어디일가, 하는 생각을 굴려보게 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보이지 않는 레루장의 하얀 끝이 부서지는 해살과 함께 지금까지 정신없이 끝도 모르고 달려온 지난 50여년의 구겨진 인생을 꿰차고 왔다. 아릿한 추억에 걸음을 멈추고 선자리에서 순간적으로 더듬어보니 마치도 철길우에 고스란히 누워있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저 두 갈래의 거무틱틱한 레루장의 련속과도 흡사했다.

엄마의 자궁을 떠나면서 터뜨린 영아의 울음소리로 줄달음쳐 온 인생의 길은 시각마다 도전이였고 또 끝을 모르는 철길과도 같이 길고 긴 향수의 마라톤이였다.

후회는 없다!

그러나 후회도 없이 둘러보는 마음이 어쩐지 조금은 허전하다. 허옇게 덮는 귀밑머리가 인생의 방황을 말해주었고 깊어가는 주름살에 실리는 세월의 고역을 고스란히 이마에 새겨왔다.

그렇다고 천방지축 겁 없이 달려온 지난 인생을 후회하고 터무니없이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만큼 역경을 이겨내고 오늘의 인생그라프를 올곧게 변함없이 그려왔다는 그 자체가 바로 성적이였고 남부럽지 않은 무한한 행복이 아니겠는가?!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픈 추억과 같은 2015년을 악몽으로 그려보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라지는 바람처럼 쓰리고 아픈 기억의 슬픔들을 흘러가는 세월에 철저히 지워보려고 애쓰고 노력한다.

하지만 상상으로 그쳐지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추억이 아니다.

영원한 아픔으로 고스란히 남아있을 2015년 10월 5일, 숨 막히는 한차례의 대형화재로 인해 모든 것이 순식간에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이웃집의 실수로 인한, 작은 불씨로 번져진 화재가 용감한 소방대원들의 강력한 진압에도 불구하고 삽시간에 내가 살고있는 집을 포함하여 잇따라 다섯집을 통채로 삼켜버렸다.

생각만으로도 눈앞이 아찔한 순간이였다. 그러나 인명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그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시뻘건 화염 속에 빨려들어가는 처절한 현실 앞에서는 ‘다행’이라는 속마음보다는 미친 통곡성만이 나왔다.

50여년의 삶 속에 글을 쓴답시고 마련한 전부의 보귀한 재산이, 1만 2000여권의 귀중한 서적이 눈앞에서 고스란히 시뻘건 화염으로 변해가는 것을 볼 때 마치도 비수로 내 살점을 오리오리 저며내는 것만 같았다.

하늘을 우러른 한탄도 목메는 통곡과 흐느낌도 재난 앞에 무너지는 모래산마냥 너무나 무맥하였다.

하지만 사람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한가지 희망과 념원으로 머리를 들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불에 타다남은 재더미 뿐이였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들이 여기저기에서 살뜰한 인정과 사랑으로 고마움을 전해왔고 상처를 딛고 재난 속에 다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정성을 붓고 넓은 아량으로 살뜰히 품어주었다.

한맘으로 당과 정부에 감사했고 하나의 작은 인간으로서 크나큰 세상과 더불어 함께 살아간다는 그 자체에 감사했고 또 한지에서 헤매는 인민들의 실질적인 곤난앞에 다시 재기의 힘을 실어 준 인민정부의 뜨거운 사랑과 지원에 무한한 행복과 감격과 격동으로, 지금도 눈시울이 젖어오른다.

화룡시인민정부와 화룡시문체국, 그리고 화룡시 광명가두판사처와 화원사회구역(花园社区) 사업일군들의 적극적인 지지하에 새롭게 분양받은 아파트에서 화재의 아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었으며 연변작가협회와 여러 문우들, 화룡문화관 동료들의 진심어린 축복 속에서 아름다운 래일을 기대하며 삶의 새 락원을 펼쳐갈 수 있게 되였다.

눈앞에 고스란히 누워있는 저 두 갈래의 철길도 시작 앞에 꼭 끝의 종착역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하나의 일념으로 글쓰기라는 나만의 ‘직업’을 가지고 다져보는 또 하나의 어우름이였다.

인간도 례외는 아니다.

욕심을 버리고 철저히 마음을 비울 때만이 ‘끝’이라는 무아의 경지에 도착하게 되는 법이다.

세월과 시간의 제한된 삶은 언젠가는 꼭 ‘끝’이라는 종착역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바람처럼 사라지게 된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 세상의 공통한 철리가 아니겠는가?! 나는 오늘도 보이지 않는 아니, 알 수 없이 펼쳐진 끝의 그 종착역을 향해 부지런히 글농사를 짓고 있다.

지금까지 수확이 없는 쭉정이 글농사라고하지만 절대 부끄럽지 않다. 모든 것은 과정과 시간의 수요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참된 마음으로 덕과 선행으로 세상을 베풀며 오늘을 용서하고 다가오는 래일을 활짝 열린 마음으로 정답게 맞이할 것이다.

이 세상의 시작과 끝은 결국 보이지 않는 하나의 꿈이였고 또 사람을 놀래우는 신기루 같은 환상의 절정(绝晶)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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