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는 가을 끝에(외 1수)□ 홍연숙​

2019-05-09 15: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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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은 손을 놓고

치매로 매달립니다


령감! 어찌하라우!

푸른 꿈 다 잃고

이파리에게

가지에게

피와 살까지 내여주었는데


담을 넘으려는 손가락 물어뜯으며

참아왔던 날들이 단풍 되였습니다

손톱 발톱 닳아가며

치렬하게 써내려간 삶의 흔적들

박제로 굳어진 어머님의 일기를

담벼락에 새겼습니다.



그 풍경



세살짜리 딸애가

자기 머리통만한 참외를 들고 웃는다

삭아서 새까만 이가 다 드러나도록 활짝 웃는다

그런 아주아주 빛바랜 사진을

돋보기 걸고 본다

보고 또 본다

아이의 뒤에서는 도랑이 흐르고 젊은 내가 빨래를 한다

그 뒤로는 희미하게 낮다란 흙집들이 올망졸망 보인다


그래 맞어

그 뒤엔 큰 길이 있었고

소달구지들이 투덕툭툭 소똥 흘리며 굴러갔고

뜨락또르가 통통통 볼 부은 소리를 냈지

큰길 옆에는 학교가 있었고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이 왁작지껄 시끄럽고

교실 안에는 랑랑한 글소리가 넘쳤지


그랬구나!

그랬었지!!

그랬겠지!!!


그때는 몰랐다

그것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인 줄을

이제야 알겠다

그때가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것을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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