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날□ 박초란(훈춘)

2019-06-14 08:35:32

세월이란 참 빠르다. 승현이가 태줄을 묻은 고향을 떠난 지가 어언 1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줄줄 흐르는 촌티를 맑은 물에 씻어버리듯 떨쳐버리고 시내 사람들처럼 품위 있고 폼나게 살아보겠다고 승현이는 고향을 등지고 시내로 들어갔다. 정이 들 대로 든 고향은 승현이에게 밤에 머리를 쳐들면 살아가는 데 아무 도움도 안되는 별들만 보여주고 낮에 머리를 숙이면 숱한 일만 기다리는 농사일만 안겨주었다. 고향에다는 숱한 원망만 남겨둔 채로 대도시에 들어간 게 벌써 십여년 세월이 흐르다니? 승현 자신도 흘러간 세월을 생각해보면 저도 몰래 망연자실해났다. 대도시에 들어온 십여년 사이에 돈주머니가 불룩하게 된 것도 아니고 촌티를 훌떡 벗어버리고 얼굴도 몸매도 모든 것이 샤방샤방해진 것도 아니다.

밤이 짧고 낮이 긴 여름철이면 고향에서는 새벽 네시가 되기 전부터 날이 대낮처럼 환하게 밝아지지만 대도시는 그게 아니였다. 대도시라서 여름철이라도 밤은 여전히 긴 채로인지 5시가 되여서야 도시면모가 뒤집어썼던 베일을 서서히 벗기 시작한 듯 어렴풋하게 드러난다. 이 도시 시민들은 그때면 한창 단잠 속에 빠져있다. 제각기 알록달록한 꿈을 꾸면서…

남들이 다 굳잠에 빠져들어있는 컴컴한 새벽부터 테블 네개를 놓은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승현이는 뻐스를 한시간 남짓이 타고 도매시장에 가 싱싱하고 눅은 식자재를 사와야 했다. 그리곤 숨을 돌려쉴 새도 없이 다듬고 씻고 하면서 식사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또 손님을 맞이해야 했다. 이렇게 일을 시작할라치면 온종일 소변마저 씻은 빨래의 물기 비탈아 짜듯이 힘을 주어 뇨도 밖으로 빨리 흘러내리우고는 다시 로보트처럼 일을 했다. 이렇게 밤 늦게까지 일을 마치고 가게 뒤정리까지 하고 잠자리에 들 때면 소란스럽던 이 도시도 졸음이 무더기로 쏟아내린 듯 조용해지군 했다.

대도시에 들어와 작은 가게를 해서부터 정리할 때까지 승현이는 하늘의 구름과 별을 쳐다볼 사이가 없이 바삐 돌아쳤다.하지만 아무리 두 주먹을 부르쥐고 신발 벗기는 줄도 모르고 줄기차게 달려봤자 왠지 이 도시 시민들처럼 잘살 수가 없었다. 숱한 성냥곽을 눈이 아스라해질 정도로 올리 쌓아놓은 것 같은 고층아빠트들이 시내는 물론 이젠 시내외곽에까지 즐비하게 늘어섰지만 이 도시에는 승현이 이름으로 된 개구멍만 한 집 한채도 없다. 수입은 별로 늘지 않았는데 집값은 천정부지로 뛴다. 밤만 자고 나면 평당 천여원씩 오르더니 한해 사이에 집값이 평당 2만원 가까이 뛰여올랐다. 정말 승현이로선 24시간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풀가동된 기계마냥 주야 없이 일하고 뛰여다녀도 집마련 같은 건 꿈도 꾸기 어려울 일이였다. 세월이 흘러갈수록 내 집 마련 꿈은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았다. 마치도 마라톤경기에서 일등을 다투는 선수와  맨 마지막에 간신히 뒤따르는 선수와의 격차가 갈수록 점점 심하게 벌어지듯이…

일은 빡쎄게 해왔지만 시내사람들과의 격차(수입을 비롯한 기타 면에서도)가 점점 벌어지는 반면에 나이는 한해한해 늘어나기만 했다. 승현이의 치부욕망도 점점 불타올랐고 치부정서도 점점 조급해났다.

그래서 돈 빨리 벌어 몸을 담고 있는 이 시내에다 번듯한 집과 자가용을 마련하고 여우같은 안해를 맞아들여 토끼 같은 아이들을 낳고 알콩달콩 살아보고 싶었다.

승현이가 돈을 빨리 많이 벌기 위해 새로운 아이템을 구상한 것이 바로 고향에서 누구나 다 즐겨먹는 고기꼬치구이집을 꾸리는 것이였다. 고향사람들은 언녕부터 꼬치에 인이 박히듯 한주에 한번 꼴로 꼬치집을 찾군 했다. 더우기 고기꼬치집은 1차, 2차까지 마치고 3차에도 즐겨찾는 집으로서 어느 집이나 다 호황세를 이루고 있다. 여기 남방사람들도 우주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아닌 이상 고향사람들처럼 고기꼬치를 즐기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원래 하던 가게를 정리하였다.

남들이 고기꼬치집 차려 떼돈을 번다기에 승현이는 이 몇년간 아글타글 모은 돈으로 전에 고향에서 먹었던 꼬치 맛을 되새기면서 꼬치집을 오픈했다. 자기 인생에서 마지막 몸부림이고 도박이며 꿈을 실현하는 최후의 고비라고 여긴 승현이는 그 꼬치집에 온갖 정성을 다 쏟아부었다. 고향의 맛을 그대로 옮겨오려는 욕심에 고향에서 사업하는 친구에게 부탁해 고향의 소고기와 고향의 꼬치집들에서 사용하는 조미료까지 들여왔다. 그러다 보니 고기원가는 한배 가까이 뛰여올랐다. 하지만 가증스럽게도 승현이가 몸을 담고 있는 이 대도시는 승현이의 분투와 예기한 목표를 몰라줬다. 다들 부자인 양 대형 식당이거나 이름난 식당엔 줄지어 찾아들어가면서도 도시 어느 모퉁이의 눈에다 불을 켜고 들여다봐야 겨우 보일 정도로 작은 간판을 건 승현이네 작은 가게로 들어오는 손님은 별로 없었다. 손님을 끌려는 의도로 승현이가 노릇노릇하게 구운 꼬치를 구워 가게 앞을 지나는 행인들에게 시식하라고 쥐여줘도 대부분 사람들은 피부병 전염환자 피하듯 슬슬 피하군 했다. 어쩌다 받아 시식하는 사람들이 있어도 하나씩 공짜로 얻어먹곤 제 갈길을 가기에 바빴다. 너무나 무심한 사람들 때문에 승현이 입안은 싹싹 마르다 못해 체온이 막 올라가는 느낌이였다.

이 도시는 손바닥만한 땅이라도 금값이다. 아무리 코구멍만한 가게라도 임대료가 장난이 아니였다. 달마다 집세며 지출을 줄이기 위해 한사람만 고용한 주방일군의 월급이며 이런저런 여러가지 비용을 내고 나면 수지균형을 간신히 이루거나 때론 적자가 생기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하면 할수록 적자가 많이 생길 터이니 정말 혀를 가로물 일이였다. 조금 모아두었던 돈도 이 가게에 몽땅 처넣었는데 이것마저 승현이가 찾지 못할 곳에 숨어서 숨박곡질하듯 하니 이젠 어떡한단 말인가? 가게를 처분하자니 잘 안되는 가게라는 데서 밀어넣은 돈 만큼 받지 못할 건 뻔한 거고 계속 지탱하자니 앞이 캄캄할 노릇이였다. 하면 할수록 진흙탕 수렁 속에 빠질 것임은 자명한 일이니깐. 정말 진퇴량난이였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앞길이 막막해난 승현이는 숙소에서 빠져나와 스적스적 걸어서 자그마하게 꾸며진 동네 공원에 이르렀다.

승현이만 빼고 이 도시 사람들은 죄다 먹고 입고 쓰고 사는 걱정을 하나도 안하고 잘사는 것 같았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천천히 산책하는 젊은 엄마며 부부금슬이 평생 좋았다고 과시라도 하는 듯 나란히 벤취에 앉아서 오가는 사람을 여유작작 구경하는 로인부부며 깡충깡충 뛰는 아이를 보면서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부부들이며 지어 손을 맞쥐고 이 세상은 날 위해 존재하고 있다는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달콤한 련애에 한창인 청춘 남녀들을 보면 죄다 행복해보였다. 다 잘살고 있는 것 같아보였다. 다들 일이 순순히 풀리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오로지 자신만이 벼랑 끝에까지 몰려와 손바닥에 땀을 쥔 채 혼신의 힘을 다해 간신히 버티고 있는 사람 같아 괜히 슬퍼났다. 절로 한숨이 입술 사이로 새나왔다. 그 한숨소리에 청신한 공기를 마시며 자라고 있는 이 작은 공원의 꽃나무들이 잎을 파르르 떨어댄다.

봄철이라 공원 안 가로수들에 나무잎이 파릇파릇 돋아나 새로운 생기를 부여해주고 있지만 승현이의 눈에는 자칫 가물가물 쓰러져가는 나약한 생명체처럼 가냘파보였다. 마치도 이 도시에서 남들이 전혀 주의를 돌리지 않는 어느 사이엔가 조용히 떨어져 자신의 존재를 감쪽같이 완전히 잃어버리는 가로수의 한 여린 나무잎사귀 같은 자신의 처지처럼 보여서.

후~ 한숨을 길게 내쉰 승현이는 말끔히 쓸어놓아서 오그랑떡만한 자갈돌 하나 보이지 않는 산책길을 발로 툭툭 걷어찬다. 그 바람에 바지가랭이가 이 발에 채였다 저 발에 채였다 하며 시뿌연 색갈을 띤다. 그러나 말거나 승현이는 머리를 수긋하고 그냥 터벅터벅 걷기만 했다.

승현이는 문득 길옆에 수염발이 시허연 할아버지가 땅에다 펴놓은 사주팔자를 본다는 광고딱지에 눈길을 주었다. 점쟁이령감이 한세기는 지나왔을 법한 원색을 찾아보기 힘든 거머누르께한 나무쪽걸상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생기 없는 눈길로 쳐다본다. 하지만 도시사람들은 점쟁이령감 같은 건 존재하고 있으나마나 하고 또 점 같은 건 볼 필요도 없다는 듯 눈길 하나 주지 않는다.

(그래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데 점이라도 쳐볼가?)

자기에게 내밀어지는 지푸라기라도 보이면  잡을 마음이 있는 승현이는 점쟁이령감 앞에 마주앉았다.

“점 한번 보는 데 얼마입네까?”

“기본이 50원인데 마음에 내키는 대로 내면 되우. 자 어디 출생일시와 이름을 적어주게.”

하얀 종이장과 볼펜 하나를 승현이에게 넘겨주는 점쟁이 로인의 시뿌연 눈이 갓 잠에서 깨난 사람처럼 정기 없어보였다. 승현이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서 출생일시와 이름을 한자로 또박또박 적어서 령감에게 넘겨주었다.

령감은 돋보기를 코등에 걸고 이리저리 계산하고 또 승현이를 해부라도 하려는 듯 한참이나 마주보았다. 점쟁이령감의 시뿌연 눈길에 승현이 눈앞도 희뿌얘졌다.

“젊은이 집을 떠난 지 꽤 오랜 세월이 흘렀구만.”

“......”

대답을 하기가 싫었다.

“집에 조상무덤은 누가 그사이 관리를 안 한 모양이구만.”

“......”

여전히 대답을 회피했다.

대답은 회피하면서도 승현이는 속으로 이 눈길이 뿌연 점쟁이령감이 정말 귀신 같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점쟁이의 입에서 또 어떤 말이 나올지 령감의 입만 쳐다보면서 식판을 들고 밥순서를 기다리는 유치원 어린이인양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젊은이 최근에 일이 영 안 풀리는구만. 일이 안 풀리는 데는 다 원인이 있는 거유. 조상님의 혼이 지금 몹시 노하고 있소. 해마다 청명날과 추석날이면 조상들 령혼은 일찍부터 서둘러 후손들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소. 그런데 기다리던 친인들이 찾아오질 않으니 지금 그 노한 조상님들 령혼이 밖으로 나와 둥둥 떠다니는 거요. 그 령혼을 위로하기 전엔 일이 잘되기를 바라지도 말아야 하우.”

문득 승현이는 먹고살기에 바빠서 조상무덤같은 건 오래전부터 아스라한 기억의 저편에 묻어두고 살아왔음을 기억해냈다. 명절마다 조상의 제사상을 생각하기는커녕 자신의 생일날자마저 잊고 지날 때가 많았다. 점쟁이령감이 수사일군이거나 정보수집 일군마냥 사전에 승현이 속사정을 미리 조사했거나 아니면 속속 들여다보고 말하는듯 하다. 너무 잘 알아맞춰서 마음이 섬뜩해날 정도였다.

어쨌거나 고향을 떠난 후 조상에게 제사상 한번 차려드리지 못한 점이 무지 켕겨난 승현이는 점쟁이에게 돈을 주는 것으로 위로받고 싶어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오십원짜리 지페 한장을 꺼내 령감의 사주팔자 광고문 우에 놓고 스적스적 숙소로 향했다. 이 공원에 찾아올 때부터가 홀가분한 건 아니였지만 지금은 두 종아리에 바위돌이라도 달아매놓은 듯 무거워났다.

숙소에 돌아간 승현이는 다른 생각을 할 사이 없이 인터넷에서 곧바로 고향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샀다. 3일 후가 바로 청명날이기 때문이였다.

그 사이 먹고 살기가 바빠서 조상님 산소는커녕 시름 놓고 숨 한번 시원하게 쉬여보지 못할 정도로 숨이 차게 살아왔던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고향을 떠난 뒤 산 사람 입만 중요시하고 고향의 남산 어느 한 소나무 아래에 고즈넉이 묻힌 조상님들의 산소는 아예 선생님에게 검사 맞히기 위해 암송했다가 검사 뒤에 까맣게 잊어버린 리론내용처럼 새까맣게 잊고 살아왔다. 그래서 벌 받고 이렇게 모든 일이 잘 안 풀렸을 거라고 생각한 승현이는 이번에 고향에 다녀오기로 작심했던 것이다. 점쟁이 말처럼 밖에서 떠도는 조상들의 령혼을 위로해드리면 얼키고 설킨 실타래같이 잘 안 풀리던 일이 잘 풀릴지 누가 알랴!

청명날, 승현이는 제사상차림에 신경을 써서 삶은 닭이고 과일이며를 빈틈없이 차려가지고 산소로 향했다. 어깨에 삽을 메고 한참을 걸어 수림 속에 있을 조상님들 묘소를 찾아 산길을 걸었다. 고향도 변하고 사람도 변했으나 고향의 산만은 여전했다. 한참을 걸어올라가니 소나무 한그루가 보였다. 그 아래에 묘소 하나가 있었다. 틀림없는 조상님의 묘소였다. 단 한가지 이상한 것은 십여년이 지났는데도 묘지 옆에 있던 소나무가 별로 크지 않고 십여년 전과 꼭 같이 고만고만했던 것이다. 승현이는 원래 소나무는 늦게 자라는 나무인지라 그사이에 변함이 별반 없는가보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래우는 채소나 과일처럼 약 치고 비료 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라지 않는 것도 무방한 일로 간주되였다.

승현이는 상차림감을 싼 보자기를 내려놓고 삽으로 땅 우에 한벌 덮인 소나무잎이며 가둑나무잎을 슬슬 밀어버리고 흙을 파서 묘지 가토를 했다. 그사이 못한 가토를 다 보충하려는 듯 승현이는 초봄이라 꽤 싸늘한 날씨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흙을 파 가토를 두텁게 했다.

한참 후, 묘지는 새로 만든 듯 봉긋하게 되였다. 가토를 마친 묘지 우에서 아지랑이마냥 김이 알리락말락하게 서려오르고 있었다.

이마에 난 땀을 훔치고 난 승현이는 싸온 제사음식을 제사상에 하나하나 보기 좋게 올려놓았다. 꽤나 푸짐해보였다. 승현이는 전에 하던 대로 산신령에게 먼저 제를 지낸 뒤 제사상 앞에 다시 돌아와 잔에다 술을 꼴똑 부었다. 그리곤 연거퍼 세번 절을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늦게 찾아와 죄송합니다. 그동안 찾아오질 않았다고 많이 노하신 거죠? 먹고살기 바빠서 인제야 찾아왔음에 량해를 구합니다. 그리고 이 손주가 돈을 잘 벌어 잘살게끔 도와주십시사 하고 부탁합니다.”

승현이는 두 눈을 지긋이 감고 두 손을 맞쥐고 아주 절절하게 그리고 간절하게 부탁을 했다. 묘지 속의 조상님들이 밖으로 나와 여겨듣고 있기라도 하듯이.

“어험!”

건가래를 떼는 기침소리가 뒤켠에서 나기에 승현이는 깜짝 놀라 엉거주춤 일어났다. 소리나는 쪽으로 뒤돌아보니 마을 촌장이였다.

“엉? 승현이 아닌가? 참 오래간만일세. 근데 누기 제사를 이렇게 지내고 있는가?”

“네, 수고하십니다. 오랜만에 고향에 왔던 김에 할아버지, 할머님 산소에 찾아와 제사를 지냈습니다. 마침 오늘 청명절이라.”

“헛참, 이 사람, 오래동안 외지에 가 있더니 자기 조상님 무덤자리도 싹 잊어버렸군. 여긴 자네 조상님 무덤이 아닐세.”

“네? 그럴 리가요?”

“이 무덤은 우리 마을 오보호로인이였던 왕로얼 무덤일세. 돌아간 지가 이젠 십년도 더 되지. 우리 촌민위원회에서 여기다 묻어주다 나니 내사 빤하지. 자네 할아버지, 할머니 무덤은 여기서 한 오십메터쯤 더 올라가면 있네.”

순간 승현이의 눈앞이 팽그르르 돌아갔다. 맥이 싹 풀려난 승현이는 그만 무덤 앞에 폴싹 주저앉고 말았다.

제상 우에 놓여있던 고개가 비뚤어진 삶은 닭이 비스듬히 감긴 두 눈으로 넋을 잃고 땅에 퍼더버리고 앉아있는 승현이를 내려다보고있었다. 승현이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곬을 치고 흘러내린다. 승현이는 사맥이 다 나른해짐을 느끼면서 앉은자리에서 멀거니 묘소만 바라본다.

뻐꾹! 뻐꾹! 뻐뻐꾹! 어디선가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처량하게 울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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