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피는 계절》을 읊어보셨습니까?□ 우상렬

2019-06-21 09:36:20

‘살구꽃 피는 계절’이라, 구미가 동한다. 우리에게는 분명 살구꽃 피는 계절이 있었다. 그럼 살구꽃 피는 계절은 어떤 계절이였던가? ‘살구꽃처럼 환하던/ 두 사람의 봄을 그리며’ ‘살구나무 아래서/ 백년해로 다짐하던 그날 밤’, ‘시처럼 만발한/ 살구나무 꽃바다’에서 알 수 있다싶이 그것은 영원한 사랑이고 다함없는 행복에 다름 아니다. 사실 살구꽃은 언녕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사랑, 행복의 상징코드로 되여있다. 이 서정서사시는 처음 이런 상징코드로 행복멜로디를 뽑아내는가 싶더니 급전하강으로 비극멜로디가 흘러나온다. 행복멜로디는 어쩌면 이 비극멜로디의 전주곡으로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이 비극멜로디의 충격은 크다. 또한 이 비극멜로디가 서정서사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 비극멜로디는 순정남과 마음 변한 녀인의 충돌 속에 일어난 것이다. 전통적인 가부장사회에서 대개 남자가 변심하고 녀자가 눈물을 흘리는 형국인데 이것은 그게 아니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사실 이것은 우리 조선족사회의 사랑비극을 읊고 있다. 살구꽃 피는 산골에서 오손도손 그래도 행복했는데 가난이 문제다. 그래서 그 개도 안 먹는 돈 때문에 녀자는 남편과 가짜 리혼을 하고 외국으로 간다. 그런데 ‘몸이 멀어지면 맘도 멀어지’는가, 녀자의 가짜리혼이 진짜리혼으로 둔갑한다. 마음이 변한 것이다. 인간성 파멸의 비극에 다름 아니다. 이것은 “다른 녀인의 손 한번/ 아니 잡은 채/ ‘일편단심 민들레’로/ 하얀 순정을 지켜”온 순정남에 대한 배반으로 된다. 따라서 아름답던 사랑도 파멸된다. 호랑이 잡던 사냥군 사나이와 ‘선녀처럼 눈부신’ 처녀는 천생배필이건만. 그래서 그 사랑의 비극이 더 충격적이고 우리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이런 비극이 연출되고 있다. 이 서정서사시는 분명 이런 사랑비극을 읊으면서 제목을 <살구꽃 피는 계절>이라 하고 있는데 이것은 하나의 역설이면서 그것을 더 돋보이게 한다. 이 서정서사시는 바로 이런 사랑비극을 읊고 있어 사회적 의미와 시대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 전통적인 아름다운 녀성의 순결미 및 순수하고 진지한 사랑의 파탄이기에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노스텔지아에 기인하는 일시적인 가벼운 감상이 아니다. 그것은 민족과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 인간이 영원히 간직해야 할 아름다운 인간성이고 사랑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의 감정이 희박해지고 헌신짝처럼 내버려지는 현시대에 있어서 말이다. 따라서 <살구꽃 피는 계절>은 제목이 시사하다시피 바로 그런 아름다운 인간성과 사랑에 대한 갈구를 톺아내고 있다. 그래서 시적 자아는 ‘올해도 살구꽃이/ 구름처럼 흐드러진 범진령’, ‘살구꽃 피는 계절/ 아!/ 그 계절이 그립다…’고 되뇌이고 있다. 그래서 이 서정서사시는 더 값진 줄로 안다. 시인은 바로 이런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존재들이다. 김학송도 여기에서 례외는 아닌 줄로 안다.

하지만 <살구꽃 피는 계절>은 비극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마지막 부분에 ‘그 이름도 청순한 민들레촌,/ 순이는 딸애와 함께/ 이 마을의 새 주인이 되였다’, 그리고 ‘아빠의 귀여운 손녀가 어느덧/ 학교 갈 나이가 되였다’로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져주기도 한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어찌 희극 뿐이랴. 비극이 생기고 있는 것도 정상. 인생은 희노애락의 파노라마가 아니더냐. 그래 우리는 비극에 대해 정시하기도 해야 하겠지만 정상으로 대할 수 있는 평상심도 가져야 한다. <살구꽃 피는 계절>은 이런 정상적인 평상심을 읊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어 좋다. 우리 시대정신과도 통한다. 산 사람은 어떻게 해서나 살아야 한다. 그 비극을 딛고 말이다.

그래 우리는 누구나 <살구꽃 피는 계절>을 한번 읊어볼 필요가 있다. 이 시는 얼마 전 조문판 《연변일보》 ‘해란강문학’ 코너 전면에 실려있었다. 김학송의 시는 워낙 우리 조선족의 삶의 정서를 그 누구보다도 감명 깊게 읊어낸다. 그는 우리의 희노애락을 시의 꽃으로 피워내는 명수다. 그는 우리 조선족의 대표적인 향토 서정시인이 되기에 손색없다.

김학송의 서정서사시 <살구꽃 피는 계절>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그것은 우의 사상내용이나 서정도 한몫 했겠지만 간만에 접하게 되는 서정서사시 형식이 신선하다. 사실 우리 조선족 시에는 이런 서정서사시 형식이 없은 것이 아니다. 새 중국이 성립되여 얼마 안되는 1950년대는 더 말할 것도 없고 개혁개방 후에 김철의 <산촌의 어머니>를 비롯하여 얼마간 나타났다. 사실 한 시대를 거창하게 노래하는 데는 이런 서정서사시가 제격이다. 그런데 현단계 우리 조선족 시단에는 이런 서정서사시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 시대가 많이 세속화되고 파편화되면서 시인들도 스케일이 작아지면서 짧은 서정시에 많이 연연하기 때문인 줄로 사료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김학송의 <살구꽃 피는 계절>은 새롭고 돋보인다. 그것도 이전의 서정서사시가 우리 조선족의 혁명력사 제재를 많이 취급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 조선족의 현실생활을 제재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살구꽃 피는 계절>은 민족적 색채가 진하다. 첫 시작에 등장하는 ‘호랑이’도 그렇고 ‘민들레촌’도 그렇고 ‘순이’도 그렇고 민족적 정취를 풍기는 이미지가 많이 등장한다. 이미지 및 그 조합들이 생경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정답다. ‘뜨락의 살구꽃도 궁둥이를/ 요상하게 흔드는걸 보니’, ‘내물의 입술도 바짝 마르는 걸 보니/ 아마도 말 못할 속사연이 있었나 보다’. 사랑의 변심을 이렇게 자연의 상징적 이미지의 력동적인 의인화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살구꽃 피는 계절>의 서정이 직설적이고 공허하기 보다는 이미지화된 만큼 진정성이 넘치면서 차분해서 더 몸에 와 닿는다. 례컨대 안해의 변심 때문에 슬픔에 젖은 순정남의 슬픔을 시적 자아는 객관상관물로 뻐꾸기를 끌어들여 ‘뻐꾸기만 뻐꾹뻐꾹/ 어리석은 나그네를 비웃으며 날아간다’로 야속하고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살구꽃 피는 계절>은 우리 조선족 시단에 하나의 좋은 시작이 될 줄로 안다. 우리 조선족 시단의 ‘살구꽃 피는 계절’을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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