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추 (외 4수)□ 백진숙

2019-07-05 09:41:40

초경을 치르던 그날

마침내 녀자의 세상을 알아버리고

마음의 첫 단추 꽁공 채우기 시작했다


하나 둘 그렇게 세월과 함께

마음에 들어와

다소곳이 앉은 다섯 단추


달, 별의 유혹 밀쳐내며

오직 해 하나만 믿고

살아오는 동안


단추구멍 찾지 못해 허둥대기도 했고

잘못 채운 단추로 울기도 했다

때론 혼자서 몸부림치다가

다섯 단추 와락와락 뜯어던지고

시원섭섭 지퍼라도 달고 싶었다


허나 단추들의 정다운 눈길 속에

번마다 다시 일어서군 했었지

무너지려는 녀자를

삶의 실로 한뜸한뜸 꿰매며

다섯 단추 용케도 지켜온 지난 세월


초경

내 녀자를 지켜준 생의 첫 단추여.

비 밀


밖으로 새여나올가봐

갑옷으로 온몸 감싸고

철통같이 입 봉했으나

쉭쉭 조금씩 김빠지는 소리에

비밀의 마음은 늘 불안하다


배신받은 이들이

아픈 가슴 부둥켜 안고 뒹굴 때

편지 속의 고백처럼

멀리 부쳐보내고 싶은 것들이 있다


소 궁둥이에 한 말은 안 나가도

엄마와 한 말은 나가거늘

그 누구도 믿지 말고

당신 가슴에 날 꽁꽁 숨겨두소


비밀의 말씀 가슴에

흘러드는 날이면

령혼에 금빛 해가 두개 뜨는 날이다.

독 서


령혼이 빛을 찾아 떠나는

힘든 고행길


해, 달, 꽃, 바람이

서로가 빛이라고 아우성이다

그 유혹의 언덕 뛰여넘어

빛을 찾는 일은 만만치가 않다


위인들과의 따뜻한 대화는

이 고행길은 고집할 때만이 가능하거늘

령혼과 령혼이 만나 불꽃 튈 때

빛은 비로소 찾아오는 것이다


그 빛이 다가와 한송이 꽃으로 피여날 때

령혼은 더 푸르고 살쪄간다

빛을 찾아가는 고행길

그 끝은 아직도 아득하다.

침 묵


세월의 벽에 부딪쳐 넘어졌을 때

마음 곳곳에 심어놓은

침묵을 끄집어내여

구중천에 홱 던지고 싶을 때가 있다


수말도 새끼 낳게 하고

벙어리도 말 시키는 걸 보면서

침묵의 카텐 내린다는 건

소가 웃다가 꾸레미 터질 일


마음에 잠갔던 문 열어제껴라

침묵의 열쇠 힘껏 까부셔라

돌 들어 까부시려다가

조용히 미소짓는 침묵 앞에서

들었던 돌 내려놓고 머리 숙였다


침묵은 기발이요

제일 으뜸가는 재산이거늘

이발 사이사이까지 달려나온

말들을 꿀꺽 삼키며

침묵을 원자리에 다시 심어놓는다.


렬사비와 백양나무


청명날 아침

두둥실 봄 나들이 나온 흰구름

가던 길 멈추고 백양나무 가지 우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어 꽃이 폈네


렬사비는 눈물 그치고

백양나무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어 당신한테 바칠 흰꽃이

내 머리 우에 피였네


렬사비와 백양나무는 그렇게

서로 마주보며 허허 웃었다


긴긴 세월 서로 벗하며 살아온

고향의 두 친구.

  •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주소:중국 길림성 연길시 신화가 2호 (中国 吉林省 延吉市 新华街 2号)

신고 및 련락 전화번호: 0433-2513100  |   Email: webmaster@iybrb.com

吉ICP备09000490号 | 吉新出网备字005号 | Copyright © 2007-2017

吉公网安备 22240102000014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