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물살□ 량춘식

2019-07-11 15:53:39

달이, 쪼각달이 구름 속을 헤치고 나올 무렵이였다.

핸드폰이 늦가을 메뚜기처럼 울었다. 동갑친구 박이였다.

“와이, 로쒸 말여, 걸렸당이, 쯧쯧.”

“양?! 또 간암이우?”

“암이 아니구 법에!”

“양?! 퇴직을 했는데 뭔 소리유… 게다가 제 착고에 맞다니…”

남석구는 스프링처럼 튕겨 일어나 앉았다. 그 시각따라 박가를 만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이 솟았다.

“이보게나, 우리 만나서 얘길 하게나.”

“나 산에 와 있당이.”

그 말은 뜻밖이 아니였다. 도심에 아파트를 두고 범이 심심찮게 소나 염소, 개들을 잡아먹으러 내려오군 한다는 산에 기거하기 시작한 박가다…

박가와 허가는 나이 58세때 차운전훈련장에서 만난 친구다. 그들도 퇴직후의 여생을 고독, 우울, 치매… 방지를 위한 ‘랑만’ 때문에 선택한 ‘차운전학습’일 것이다.

“남선생님, 나이 랠 모레면 이순인데 차 학습을 다 하단요…”

“큭큭. 악세레다를 밟는다는게 유멀을 콱 밟아서…”

애초에 아들 벌이나 되는 놈들의 그런 걱정은 순 폄하던 것이다.

그러나 이 악물었다. 그건 최후의 ‘결전’이고 ‘포부’였으며 위대한 ‘인생도박’이 아닐 수 없었다.

차학습의 첫과목은 전자문자선택으로 되는 리론지식이였는데 한뉘 인텔리로 살아온지라 열흘만에 시험에 합격을 했지만 두번째 통과할 문은 차운전기술 장악이였다. 발과 손이 령리하지 못하여 젊은이들이 단 며칠만이면 넘는다는걸 한달이 다 가도록 대가리가 궁둥이인지 차가 계속 반칙을 하고 만다.

“왜 그리도 둔합니까. 이거 나 도저히 골이 나 못해먹겠습니다… 에이씨…”

훨씬 젊은 나이의 차교련이 한번씩 골을 낼 때마다 남석구는 수치스러워 얼굴을 둘데가 없어했다.

에이, 관둬라, 관둬! 다 나이 탓이니깐. 그날 철저히 실망을 하고 기 푹 죽어 차훈련장을 떠나고 있을 때였다.

“이보시우, 나이가 쉰여덜이라구 교련이 씨벌이더구만요. 나와 여기 이 친구도 쉰여덜인데유…”

그날, 셋은 자석에 붙은 쇠덩어리처럼이나 마음이 한덩어리가 되여 술을 들이켰다. 서로 퇴직후의 삶에 대해 열렬한 토론을 벌렸고 조언이랍시고 목에 피대까지 세워가며 우기기까지 했는데 마치 저녁대기 속의 강물처럼 도도했다.

박: 나 오천원을 들여 남이 몰던 봉고차를 하나 살거야. 산기슭에 양봉을 하고 잣, 구기자, 오미자나무를 심고…

허: 난 말야, 그래도 한 삼만원어치 가는 남이 몰던 북경현대패 자가용을 갖출거야. 얼도꺼우촌에 하나 봐둔 한족녀인이 있단 말여. 그 녀잘 태우고 여생을… 큭큭.

남: 퇴직 후의 내 꿈은 황홀하길 이를데가 없다우. 호화차를 몰고 전국을 일주하고…

그런데 박의 드센 공격을 받을 줄이야.

“차 기름값이 얼만데 하는 일 없이 차를 몰구 여기저기 쏘다니다 말겠수… 퇴직비를 차에다 몽땅 처넣을려구…”

박가는 또 한단위에서 사업하고 있는 허가를 면박주었다.

“오, 그러니까 차를 몰구 30키로 떨어진 얼도꺼우 산골마을루 ‘과부사냥’ 아니, ‘황혼련’을 다닌다 그거우? 당신 얼도꺼우에 내려가 삼림위법조사를 했다는게 거짓이구만… 원장이 알면 큰일 날라구…”

허가는 그저 코웃음을 쳤다.

허가는 십년전에 한국에 나간 안해가 전혀 귀국할 기미가 없을 뿐더러 설령 귀국을 한다해도 꼴도 보기 싫타는 거였다. 자식들의 면목을 봐서라도 리혼은 할 수 없겠고 그러니 산골짝 한족동네들을 두루 다니며 눈이 맞는 그 녀자와 여생을 꾸민다는 것이였다.

남석구는 속으로 산중생활을 택한 박가는 ‘중노릇’으로 흙검불꼴이겠고 허가는 늙으막 ‘색게임’으로 지레 진이 다 빠져 제명을 다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석구의 윤택질 퇴직생활의 전제는 무려 삼십오만을 넘기는 호화제 자가용 ‘뽀우마’를 마련하는 것이였다. 아들 내외가 한국에서, 딸이 일본에서 잘 나가는지라 벌써 아버지가 차학습을 시작한다니까 아들이 10만원을, 딸이 20만원이나 보내온 게였다. 그러니 퇴직이 출세의 버금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들 셋은 차운전훈련이 끝난후면 거리의 으슥한 술집을 찾군했다… 아들벌이나 조카벌 밖에 안되는 젊은 교련원의 ‘욕’을 먹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다리 부러진’ 노루들의 모임이였다.

자전거도 탈줄 모른다는 아녀자도 달포가 안 걸려서 차운전면허증을 탔다는데 그들 셋은 꼬빡 아홉달만에, 이듬해인 59세에 이르러서야 운전면허증을 받게 된 것이다. 그 동안 얼마나 심한 모욕감을 견뎠던지 모른다. 운전면허증을 받던 날, 그들 셋 다 울었다. 공공변소 뒤에서 엉엉 소리내여 울 때 교련원이 다가와 “그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제가 오늘 저녁 사죄도 할겸 술 사겠습니다.”해서 석구가 교련의 품에 시허연 머리통을 박고 엉엉 더 크게 울었던 일은 죽을 때까지 잊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들 셋의 퇴직후의 보람된 삶을 열기 위한 준비는 운전면허증을 따는 것으로 마무리 짓고 그러한 악에 찬 원견적 실현의 덕분으로 서로 의가 맞아 즐거운 친구들을 사귀게까지 되였으니 실로 꿩 먹고 알 먹는 격이 된 것이였다.

그런데 퇴직한지 단 한해반만인데 허가의 ‘몰락’이 찾아올줄이야. 이는 그들의 ‘만년’이라는 ‘배’를 저어가는 단 세매의 ‘노’ 가운데 너무 일찍이 ‘노’ 하나가 부러진거나 진배없었다.

“하기야 외국에 잠적한지 십년이 넘는 탐관들도 붙잡아내는 세월이라 퇴직했다고 가만 놔둘리 있겠소. 호랑이든 파리새끼든 다 쳐야지… 문제는 허가가 리혼을 하지 않은 형편에서 설상가상으로 유부녀를…”

창가에 매여달린 창백한 쪼각달님을 바라보면서 핸드폰 통화는 계속되고 있었다.

박가가 상세히 그 내막을 알려주고 있었다.

몇해전 그러니까 허가가 쉰일곱살 적의 어느날부턴가 조직의 규정에 의해 허가는 과장직으로부터 일반 과원으로 사업하게 된 것이란다. 박가 역시 나이의 ‘덕분’으로 하루 아침에 일반 과원으로 ‘추락’되였다지만… 허가는 정년퇴직을 하자면 아직 장장 4년이란 시간이 있는데 이건 너무 이른게 아니냐며 불평을 부렸단다. 허가는 절망이던지 어데가서 술을 기껏 마시고 길 한복판에 쓰러진채로 잠이 들었는데 그 때문에 차량들이 줄지어 몰리고 도로가 마비되여 난리를 일으켰다. 결국 110에 련행되여 원장까지 불러오는 소동을 빚고 말아 더욱 난처한 상황에 처하고 만 것이란다.

실망한 허가는 기 죽어 가끔씩 허공을 응시하는 눈길이 죽은 붕어의 눈알처럼 부옇더란다. 그 꼴이 보기가 하도 안되여 어느날, 박가가 자기의 퇴직후의 여생을 열기 위한 준비로 차운전을 배우는게 어떠냐를 제의한거란다.

차 운전학습을 시작하고부터 허가의 사기는 백팔십도로 전변되였다고 한다. 결국 알고보니 삼림법원사업일군들이 제일 가기 싫어하는 얼도꺼우 부근의 한족동네들로 자진하여 하향을 내려가군 했는데… 그렇게 자기보다 15살이나 어린 살결이 타서 검고 몸매가 풍만스런 ‘아프리카 미녀’를 방불케하는 한족녀인과 남 모르게 눈이 맞은거란다.

그렇게 유부녀인줄 뻔히 알면서 허가는 ‘부부살림’을 비밀리에 한거라고 그랬다. 결국 그녀의 어리숙한 남편이 원장을 찾아가 울면서 안해를 시퍼렇게 앗기운 하소연을 퍼부어 허가는 ‘잡혀’서 갇힌거란다.

“법에서 어떻게 처리하겠는지, 참 근심이 된다구…”

“허가가 너무 애처로와 어제 내가 찾아가보았지 뭔가. 쇠창살이 박힌 감옥은 아니지만 접대실 안칸에 갇혀있더라구. 차거운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두 눈 퀭하니 천장만 쏘아보구 있더라구… 날 보자마자 왕왕 울더라구…”

석구는 박가의 그 말에 가슴이 찡해났다. 그는 다우쳐 물었다.

“그래 뭐라든가?”

핸드폰속의 박가의 숨소리가 좀 떨리고 있었다. 허가는 울면서 “박과장, 당신이 원장을 찾아가 내 사정을 털어놔주구려. 억흑흑. 난 안해가 한국 ‘달아난지’십삼년이나 된다구… 퇴직후 그 고독한 나날을 홀로 보낼 일이 하두나 한심해서…억응응…” 하도 울길래 나도 슬퍼지다가 버럭 고함이 질러지더라구.

“이 사람아, 퇴직금 한 사천원으루 먹고 입고 앓고 부조하는데 드는 비용에 층집, 차에 녀자에게 드는 비용이 록록한가… 그런 젊은 녀자가 미쳤다구 집을 거두어 주고 밤에 공 자주고 하겠는가… 이 사람아, 정신 좀 차리라구! 나처럼 도시를 벗어나 산자락에 꿀벌 치고 자연에 기탁하는데 재미를 붙히라구…”

박가의 그런 ‘일침’보다는 마지막 ‘일침’이 장밤 석구로 하여금 잠 못 이루게 하고 있었다.

“사람은 말야, 강을 잘 건너야 하는 법이야! 뜨락또르로 건너야 할 강을 ‘뽀우마’나 ‘쌘따이’를 몰고 들어가서야 될법 한가, 빠져죽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그 말은 직방 석구, 자기의 정곡을 찌른 일침 같았다.

강! 지금 자기 앞에는 퇴직생활이란 강이 가로막고 흐른다. 강은 물 속으로 휘돌이를 놓거나 세찬 물살을 이룬다. 에메랄드빛 바다나 늪이나 호수와는 달리 고요한 명상이나 동경을 던져준다거나 랑만을 만끽하기에 앞서 치렁치렁한 검푸른 색갈과 깊이와 소용돌이치는 세찬 물살 때문에 강은 위험과 공포감만 서리게 하는 ‘저녁물살’이 아니랴.

그 저녁의 강처럼 박가가 가 있는 산비탈의 농막 앞, 강을 건너야 했던 날이 있었다. 그러니까 석구가 퇴직전선으로 ‘쫓겨’나던 그해 7월께였다. 문득 박가로부터 소식이 왔다.

“남가우? 나 박! 나 오늘저녁 ‘동방화촉’을 밝힌다우. 그러니께…”

깜짝 놀랄 밖에 없고 있었다. 박가도 허가처럼이란 말인가.

“글쎄 캐묻지말구 와 보믄 안다꼬…”

‘뽀우마’를 몰고 시교를 벗어져 달렸다. 그 남산까지의 어구에 승리촌, 마패촌, 개과부촌, 소밸촌이 촘촘히 들어앉은 바람에 번마다 차가 어긋나게 달려 시간을 잡아먹었는데 목적지가 코 앞인데 또 중뿔나게 검푸르게 용용한 물살이 세기로 고막을 울릴 자그마한 강이 악어처럼 가로막고 있을줄이야.

가득이나 소똥, 말똥, 개똥들이 지천으로 널린 비좁은 길을 달려온 호화차가 마저 강물에 처박힐순 없었다… 그제야 보니 박가, 허가의 누더기같이 뵈는 차들도 강어구에 정차되여 있는게 보였다.

어둠을 쓰고 번져지는 산자락농막에 대고 소릴 지르니 허가가 서리맞은 뱀처럼 기여나왔다. 박가가 놓았다는, 와이야줄 우로 대충 펴인 씨걱대는 나무다리를 겨우 건느니 농막에서 풍겨오는 개고기냄새가 군침을 고이게 하여 ‘동방화촉’이 더욱 궁금해났다.

허리를 굽히고 막을 들어서니 시커먼 막안으로 콩기름등잔불이 그물그물 긴 연기를 말아올리고 있었고 박가는 낯 모를 한족들과 코물을 후륵거리며 양념을 만드느라 꾸물거리고 있는 중이였다.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동방화촉의 신’, 녀자란 보이잖고 있었다.

양봉기술원이란 한족의 말에 의하면 자기가 젊은 시절 이 박법관의 신세를 진 일이 있었고 그래서 한해전에 이 산채의 주인이던 늙은이가 병으로 죽자 별루 돈 안 들이고 이 산의 농막과 산자락밭 한헥타르를 소유하도록 힘 썼다던거였다… 그제야 알 것 같기도 했다. 원래는 ‘동방화촉’이 도시라는 늙은 ‘녀인’을 떠나 여기 농막에 기거하면서 꿀벌을 치고 오미자, 옥수수, 감자, 무, 배추를 심는 자연회귀인 것이다. 그런데 축하하러 올라간 석구뿐 아니라 허가까지 술이 들어가자 박가를 폄하하고 공갈해댄 것이다.

“엥이엥이, 엊그제 페병으루 죽은 령감이 기거하던 농막에 ‘동방화촉’을 밝히다니…개고기에 페암바이러스가 버글거릴걸…”

“나처럼 살락꼬, 나 다음달엔 상해, 남경, 항주, 소주를 ‘뽀우마’를 운전해 장거리려행을 할거야. 이건 뭐야, 산귀신이 돼갔고…”

박가는 한입으로 두 입을 막느라 개고기, 술맛을 잃고 있었다.

“…이제 하나는 진이 빠져 풍을 맞을 것 같고 또 하나는 자칫 차사고라도 낼 것 같단 말여… 나야 꿀 생산하고 오미자와 농작물 풍년이 들어 돈 벌고 신체가 근육으로 울뚝불뚝할거 아니겠냐고… 우리 내기를 걸자우!”

남석구는 그날밤, 강 건너까지 “남석구우- 돈 오백원만 투자하믄 우울증과 치매를 멀리하는 여게 산기슭의 밭 반헥타르를 부치며 여생을 할 일 있게 살 수가 있다우- 언제든 납득이 되면 날 찾어오라구우-”라던 박가의 권고가 귀전을 쳐오고 있으며 언녕 끊어져 고요해진 핸드폰을 귀에 댄채로 깜깜한 집안에 발가벗은채로 멍청하니 서있었다…

퇴직한지 꼭 한해 반이 흘러갔다. 그동안 박가가 여러번 전화 왔었다. 농막에 올라오면 꿀 한통 준다고, 오미자나무가 소리치며 잘도 자란다고, 기름이 잘잘 흐르는 찰옥수수를 뜯어다가 삶아먹으라고… 그런데 허가는 ‘동방화촉’만 밝히며 전화 한통 없다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불륜죄로 덜컥 법에 걸려 구속되고 ‘남선생’ 자신은 ‘뽀우마’로 큰 사고 두번이나 냈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족령감을 쳤는데 입원치료비 3만원이나 처넣었고 다음은 후시경을 안 보고 급카브를 하다가 산같이 덩치 큰 트럭과 충돌하여 차 반신이 뭉개졌는데 하마트면 목숨을 잃을번했었다. ‘뽀우마’를 수리하는데 4만원이나 들어갔다… 그보다 더 화 나고 슬픈 일은 이젠 그만 돌아와 함께 ‘뽀우마’를 타자고 저녁마다 달 보며 애걸하다싶이 했어도 십년전에 어뤄쓰로 나가 장사하는 안해가 코방귀만 뀌면서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갑자기 오래동안 해오던 고민의 ‘강’이 풍덩 풀리고 있었다. 그렇지, 석구는 무릎을 탁 치며 울부짖음에 가까운 소리를 냈다.

-박법관! 나 이 놈은 ‘뽀우마’를 팔아버릴거야. 기리구 거기루 가 산기슭 밭을 붙히구, 꿀벌두 칠가하네…

꺼진지 오랜 핸드폰에 대고 석구는 그런 소릴 질러대고 있었다… 저녁의 강물소리가 한낮의 강물소리를 압도하며 은빛 갈기를 날리며 효용하는 청마의 울음소리처럼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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