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을러서 가난하다?□ 신연희
단상 갤러리

2019-08-09 08:40:41

“새벽 5시에 뻐스를 타보면 게을러서 가난하다는 말, 그거 진짜 다 개소리거든요.”

영화 《싱글라이더》의 한 대사이다. 울먹이는 주인공의 한마디는 이 잔잔한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의 진폭을 크게 만든다.

영화는 버는 족족 류학자금 보내기 바쁜 아버지와 오스트랄리아에서 힘겨운 워킹홀리데이를 이겨내는 젊은이가 주인공이다. 자신의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살아가고 있을 뿐 결코 부자는 아니다.

대학을 졸업한 지 10년이 가까워지는 이제 와서야 나는 이 문제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된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개인이 스스로의 의지가 없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비슷한 속담으로 ‘가난 구제는 지옥 늧이다’라는 것이 있다. ‘늧’이란 ‘어떤 일이 일어날 조짐이나 징조’라는 의미로 결국 가난 구제에 나서는 것이 지옥에 떨어지기를 자초하는 일이란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매우 부지런함에도 불구하고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경우는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 걸가? 열심히 일하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난하기 때문에 추가로 드는 비용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열심히 일해야 하지만 빚은 늘어만 가는 악순환의 련속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상해에서 오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방 하나짜리 아빠트 렌트비는 못해도 5000여원이다. 한달에 월급 1만원을 벌어도 절반은 집세로 나가고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통신비 같은 기초생활료금을 빼면 남는 돈이 없다. 야근이 잦고 주말에도 부장의 호출이 수시로 이어진다.

물질만능주의 세상, 더욱 공고해진 학력주의와 대학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올리뛴다. 가난은 꼭 개인만의 문제일가? 국가와 사회는 책임져야 할 임무가 없는걸가? 국민들의 소득과 자산 격차가 극심해졌다. 이러한 결과도 개인만의 책임일가? 이는 로동시장, 주거, 로후 등과 밀접하게 련결되여있는 문제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교과서에서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배웠다.

교과서와 현실이 이렇게 다른 리유는 뭘가?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최저임금으로 생활하기 체험에 나섰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 동안 식당 종업원 가정집 청소부, 월마트 매장직원 등으로 일하고 책 《로동의 배신》을 썼다. 딸린 가족이 없는 홀몸에 건강하고 차까지 있는 자신 같은 사람이 열심히 일해도 먹고 살기 힘겨울 정도라면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경제학자가 아니더라도 임금은 너무 낮고 집세는 너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에는 그녀의 짠내 나는 고군분투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건 미국이잖아?”라고 반문을 해오는 이들도 있을 듯하지만 결코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진 먼 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가족을 위해 이웃나라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 부모님들의 일상이기도 하다. 저녁이 있는 삶도 바라지 않는다. 주말이 있는 삶이라도 꿈꾸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이야기하는 이들에게 과연 게을러서 가난하다는 말을 할 수 있을가?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속담은 이제 내 귀에는 배부른 이들을 더욱 배불리기 위한 핑게로 들린다. 서민의 삶이 피페해지는 리유는 불경기만이 아니다. 아무래도 앞서 소개한 속담들은 가난 구제에 소극적이였던 기득권자들이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슬며시 품어보기도 한다. 가난 구제를 하는 것이 어째서 지옥에 떨어지는 것일 수 있겠는가?

힘든 일은 꺼리려는 구직자들의 태도문제를 론하기 전에 부지런히 일해도 생활은 나아지지 않는 현실을 더 꼼꼼히 진단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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