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빛이여□ 최균선

2019-08-09 08:56:31

이른바 혼돈의 세계에 맨처음 빛이란 것이 생긴 것은 언제부터일가? 찬란한 빛의 유래를 알아보기엔 인류의 력사가 너무 많이 흘러버렸는데 맨처음 빛이 생겨서 수없이 이어진 무구한 그 빛을, 처음으로 빛이라고 명명한 사람을, 우주가 처음 생겨나고 빛이 처음 나타나고 빛이라 이름한 령장류가 진화되고 그 동물의 심장을 일컫는 마음의 빛을 생각해본다. 나로서는 버거운 일이지만.

대저, 광명이라 하면 우선 빛의 상징물인 태양을 떠올린다. 저 하늘에 태양이야말로 이 세계에서 가장 진실한 진실로, 빛나는 실체로 영원한 진실과 진리를 시사하고 있다. 태양은 누가 즐기고 아니 즐김과는 무관하게 예이제 찬란하고 잠시 구름이 가리우더라도 머나먼 우주의 축복을 멈출 줄 모른다.

태양은 누가 즐긴다고 해서 빛을 더 하사하는 법이 없고 싫어한다 해서 줄이는 법이 없이 광명정대하여 이 우주공간에서 가장 위대한 실체이다. 태양의 이미지에서도 지구촌 구석구석 골고루 비춰주려는 그 관용, 빛과 볕에 얽힌 천실만실의 우주언어, 보건대는 그저 흰빛으로 현연되는 태양의 찬란한 그 색채, 겨울에도 먼곳에서 온기를 보태주려 애쓰는 듯한 해빛의 불타는 열정, 강렬한 빛발 아래 섬세하게 그려지는 천태만상, 태양 아래 엮어지는 더없이 풍부한 내함들…

창망한 하늘에 명월이라도 대낮 같지 못하고 쏟아질 듯 총총한 별무리가 하늘가에 가득 박혀 바라보는 자에게 빛을 주지만 그 빛이 너무 멀기에 마침내 인류의 문명시대는 밤을 밝히는 ‘인조태양’ㅡ전등불빛을 창조해냈다. 낮에는 청청 푸른 하늘에 눈부신 해살이 인간촌을 축복해주어서 살맛이 나고 밤에는 어두운 거리를 촉수 높은 가로등이 눈을 크게 뜨고 비춰주어 고맙고 칠흑의 어두운 방을 네온등이 밝혀주어 광명의 혜택을 새삼스레 찬미하게 되는 우리들이다.

광명천지 한낮의 태양은 우주의 섭리와 대자연의 발전과정을 대표하고 전등불빛은 인류의 심령세계에 방전된 노력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며 그 모든 빛을 마주하면 저도 모르게 ‘빛이여, 소중하여라’라는 감탄성이 저절로 흘러나온다. 우주에는 태양의 빛이 있어 인류는 축복을 받고 있고 인간촌에는 전등불빛이 있어 생활이 윤택해짐에랴! 이 시점에서 변함없이 늘 우리와 함께 하는 동반자로서의 빛이 우리에게 말없이 새겨주는 인생의 의미를 다시한번 음미해본다.

인간들의 생활에서 태양의 빛, 전등불빛 어느 하나도 없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두말할 것 없다. 그러나 개개인이 삶을 영위함에서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자기 마음의 빛이라고 생각해본다. 마음의 빛이란 말 속의 '빛'의 의미는 희망이나 영광 등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에 쓰인다.

‘온 세계는 실로 일심일 뿐이고 마음밖에는 아무 것도 없다’, ‘마음은 공교한 화가와 같아서 능히 온갖 만물을 지어낸다. 이 세상 어떤 것도 마음이 짓지 아니한 것이란 없다.’는 구절이 생각난다. 그렇다. 소유가 자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빛이 나 자신을 만드는 것이다. 마음이 어두우면 어두운 정신경계가 나타나고 마음이 밝으면 밝은 정신경계가 나타날 것이다. 내 마음이 바로 나의 삶의 왕국이고 내 마음이 바로 나를 만드는 조물주인 것이다.

그런데 마음에 빛이 있는 반면 그림자도 있다. 즉 마음속의 어두운 면이다. 나의 삶의 일상을 반성해보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손으로 만져지는 경계를 따라 마음이 흔들리고 변화무상한 생활의 경계를 의식하며 그것에 적응하려 애쓰면서 그것에 매여 살아가기를 바랄 뿐, 자기 마음의 어둠 속을 비춰주는 빛을(정신을) 창조함에는 만족스러운 돌파가 없었다. 이런 삶을 향방 없이 허둥지둥 살았다고 할가? 어찌 생각하면 인간의 본성은 유무에 상관이 없는 청정한 실재이다. 누구의 마음에나 자기의 빛이 있기에 삶의 턴넬 속을 용케 뚫고나가는 것이 아닐가?

제한된 자기의 생명을 끝간데 없는 물욕의 충족을 위해 소비하는 무모한 짓이다.

자신의 마음의 빛이 밝아지느냐 어두워지느냐는 순전히 자신이 할 탓에 있다. 수요를 넘어선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사람이 마음에 밝은 빛을 품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 빛은 때론 어두워질 수도 있는바 마음의 빛을 잃으면 삶의 기로에 들어서게 된다.

스스로 모름지기 새록새록 마음의 빛을 만들어내면서 시들어가는 인생일지라도 어둠 속에 묻히지 않도록 밝혀가야 하겠다. 그리고 내 마음의 주인이 되여 마음의 빛을 근원으로 돌이키는 수행을 하여야 할 것이다. 마음의 빛은 무엇일가, 그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성품이며 본성이며 자성이리라. 어두운 경계에 빠져드는 마음을 밝히며 찬란한 본성ㅡ 태양의 빛을 온몸에 받아안아야 하겠다. 자성은 본래로 불멸의 태양 뿐이지만 태양의 도리를 받들어가려는 욕심일지라도 그리해야 하겠다.

삶의 의욕이 왕성하던 그 시절엔 왜 이런 생각을 못하였을가? 성찰이, 자성이란 것은 인간의 생명나무에 년륜이 겹겹이 둘러지면서 차차 깊어지는 것이여서인가? 천층만층구만층의 각자 인생길은 그렇게도 각이할 수 있지만 결국 세월의 물결에 실려서 도착하는 곳은 한 곳임을 알면서도 왜 인생마당은 각투장이 되는 것인가? 마음의 골방을 비추는 빛으로 가슴을 따스하게 덥히고 착한 사람들을 마주하여 착하게 웃으면서 동고동락하면 좋을 텐데 나부터가 그리 안되니 참인생이 아닌가 보다.

사람은 누구라 없이 그 마음속에 빛이 있다. 그런데 그 빛이 자기중심과 리기심으로 하여 이렇게도 저렇게도 굴절반사 된다. 그 사람의 마음속에서 내비치는 빛은 다른 사람이 볼 바에는 역광이 된다. 사진사들이 역광을 리용하여 사진을 찍으면 빛이나 꽃잎이나 나무잎을 통과하기 때문에 색과 모습이 섬세하게 나타나 사진이 밝고 따뜻해보인다고 한다. 그처럼 한 사람의 마음의 빛은 그 사람의 얼굴ㅡ인상을 고착시킨다.

맹자는 ‘우환에 살고 안락에 죽는다.’라고 말했다. 여지껏 내가 걸어온 인생길이 옳바른 길이였는지 아닌지 이제서야 의혹을 가지게 되고 돌아보니 아쉬움과 유감만 콜짝거리는데 걸어온 길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들에게 밝은 인상을 남기기나 하였던가, 인생살이가 파란만장하였고 지금도 힘겹고 고달프지만 세상을 탓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의 빛을 돋구며 황혼의 역광이 되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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