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그루 뿌리깊은 나무 □ 김동진

2019-08-09 08:57:59

한그루 뿌리깊은 나무

□ 김동진


도문이라는 자그마한 국경도시에

수남이라는 아주 큰 동네가 있더라


마을회관 앞 당수목 곁에

보물처럼 모신 전통우물 하나

자새를 돌려 끌어올린 바줄에는

이발이 시린 세월이 묻어나와

백년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북산정자로 통한 흔들다리는

흔들리며 사는 삶을 반추하는데

전통과 력사가 손을 잡고 피운

아름다운 문화예술의 꽃이

호사로운 흔들림 속에 향기롭더라


고려령 계곡을 스쳐나온 솔바람은

바위의 ‘넋’을 쓰다듬어 더욱 푸르고

봉오동 골안에 살아있는 혼불이

꿈 많은 사람들의 밤하늘에

찬란한 별이 되여 반짝이는 곳


도문이라는 자그마한 국경도시에

수남이라는 아주 큰 동네

그 동네는 한그루 뿌리깊은 나무

하얀 얼의 나무가 되여

창성의 푸른 가지를 펼치고 있더라.


꿈을 그리는 마을

□ 김영능


물남 마을

수남촌이라는 동네

몇십호 작은 촌락

아리랑 오선보로

숨결을 고르는 정결한 거리


가슴이 타서 재가루로 되고

오장이 병들어 통채로 내쳐버린

마을를 지켜선 백세 버드나무

이웃집 천세 우물 젖줄기로

머리는 푸르러 무성하다고


고려령 벼랑가 소나무

푸른 붓대로

푸른 하늘에

봉오동 력사

서사시로 엮어가는구나


장백의 혼을 타고

천지의 얼을 이어

세세손손 뿌리를 묻어온

오손도손 화목한 촌민들

피땀으로 꿈을 그려가는데


뒤산 기슭 맑은 내물

가야하에 몸을 실어

두만강에 살을 풀어

동해로 흘러 찾아가는 곳

태평양의 깊고 넓은 품.


부 활

-수남촌 마른 우물가에서 부활한 고목을 보고

□ 최기자


긴긴 세월 허위허위

무릎걸음으로 찾아온

당신은


모진 풍상고초에

창자가 끊기고

가슴이 털렸어도

말라드는 우물가에서

무릎 꿇어 주야장천

아야어여를 길어올렸습니다


고집스레 날숨을 심고

악착스레 들숨을 톺아가며

기어이 하늘 우러러

당차게 호함지게

부활의 푸른 잎새들을

소소리 높이 떠이였습니다


죽어 죽은 것이 아니요

살아 산 것만이 아님을

죽어서 실천하고

살아서 력설하는

당신은


우리에게

살아 죽을 자격을 물어오고

죽어 살아가는 생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물남에 가보아라

ㅡ도문시 수남촌에서

□ 김문세


물남에 가보아라


파아란 하늘 아래 파아란 물동네가

오붓한 구름 쓰고

하얀 이야기 속에 오밀조밀 모여앉아

오늘의 이야기와 어제의 이야기로

오손도손 새 이야기 만들어가고 있다


물남에 가보아라


거기엔 봉오동의 옛이야기가 깊은 물로 고여있고

왜놈을 족쳐 한을 풀던 장쾌한 함성이

깊은 잠에 눈을 뜨고

귀가에 쟁쟁 력사를 잊지 말라

선배들의 두고 간 간절한 부탁 있다


물남에 가보아라


그곳 땅엔 첫 괭이로 한을 박던 울 할배의

기막힌 숨소리가 아리랑 가락에 젖어 함께

숨을 쉬고 있고 울 할매 옷고름에 대롱이던

고향생각이 슬픈 이야기로 언덕에 묻혀있다


물남에 가보아라


력사의 시련 겪은 붉은 태양이 밝은 웃음 속에

흐뭇히 잠을 깬 마을을 품어주어 행복한

이야기 속에 행복한 새 마을 이야기가 오늘을 엮고 있다


물남에 가보아라


사람도 인젠 새 사람, 마을도 인젠 새 마을

력사도 인젠 새 력사, 얼굴을 서로 바꾼

이야기들 오늘의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이야기 엮어가며 도란도란 구수히 엮어

아름다운 새날로 주고받고 있다.


물남에 가보아라…


자, 우리도 이쯤하면 인젠 물남사람

후회 없이 시름 놓고 물남에 남아

이곳 남촌마을 사람이 되자

수남촌 사람으로 영영 이 마을에 남고 말자.


고목과 우물

-석현진 수남촌에서

□ 김학송


천년이 고여있는 옛 우물

해묵은 드레박이 사연을 퍼올리고


우물을 지켜선 고목의 어깨 우에

돋아난 푸른 꿈이 감미롭다


고목과 우물은 오래된 친구

서로를 바라보며 싱그레 웃는다.


수남촌의 아침 안개 속에

-봉오동 전적의 기운 감도는 수남촌에서

□ 리순옥


옛적의 피어린 추억 삭이며

아침 안개는 조용히 산을 내린다


자존과 운명을 피의 꽃으로 피웠던

그제날의 웨침은 의연히 이슬 속에 녹아내린다


내 오늘의 맑은 소리 하나가

이 안개빛의 꽃이라 할 때

안개의 광환에 뿌리를 흔들며

나는 오늘도 하얀 웨침을 피빛으로 물들여본다.


수남촌 당수목

□ 전병칠


증조부할아버지 손등처럼

갈라 터진 거치른 피부

지난 세월 비람과 구름 이야기

주절주절

아름드리 나무 밑둥

번개가 핥고 간 검고 큰 구멍

세월의 전설이

똬리를 틀고 앉아있다

허허벌판 광야에서

미이라로 풍장을 당하고 있다가

어느 날, 간 큰 사나이 가슴에 안겨

여기 수남촌 앵두꽃 골목에

꿈을 심은 백년의 고목

밝은 아침 향해 나래 펼친다

꽃동네 복동네

새로운 신화를 엮으며

부활의 파아란 잎사귀 너울너울

하늘의 태양을 낚는다.


가야하 숨결을 더듬어

□ 김 준


청산의 젖샘이 모여

이 땅을 걸구어주며

봉오동 어귀 감돌아치면서

옛이야기 읊조리는 가야하


젖빛 안개 휘두르고

아침해살 머금고는

은은한 가야금줄 튀긴다

애틋한 은방울을 굴린다


둥기당 당당 둥기당

의분에 터진 정의의 총소리

어절쑤 절쑤 어절쑤

항전에 떨친 의병들 춤가락…


줄기차게 흐르는 강물

지사들의 불굴의 맥락인가

출렁출렁 물파도 소리

세월을 끌고 가는 숨소린가


금실 은실

하얀 겨레들 충정을 모아

꿈을 메운 가야금 울리며

둥실 덩실

하얀 물보라 일으키면서

가야하 물결은 동으로 달린다.


봉오동 오솔길

□ 리기춘


무성한 숲을 헤치고

산속에 굽이치는 오솔길

이 오솔길에 들어서면

뜬근뜬근한 감격에 진저리친다

산의 피줄기 따라

쪽지게에 지고 온

할아버지의 하얀 애환

오솔길 이슬에 젖어있다

백년 세월 오르내리며

항일투사의 발자취를

푸른 향기에 감싸고

피에 젖은 이야기 설레인다

력사의 기억들을 반짝이며

충혼의 숨결 슴배인 오솔길

푸른 하늘에 높이 뻗어가니

산새의 노래자랑 유혹보다

봉오동 전설이 가슴 울린다.


해 뜨는 바다로

□ 석문주


수남촌 강가에서

갈매기무늬 수석 한점 주었네

너무나 기뻐 마을의 정자에 앉아

한참동안 흔상하였네


마을사람들의 꿈을 가득 싣고

강물은 바다로 흘러 흐르는데


날고 싶은 마음 얼마나 간절했을가

꿈의 물결로 수석을 수없이 닦고 닦아

미묘한 갈매기무늬가 만들어졌으니…


남북으로 펼쳐진 부연 양철지붕

어쩌면 하늘로 퍼덕이는

힘찬 날개 짓 하는 것 같네


오 수남촌이여

어서어서 갈매기처럼

해 뜨는 바다로 날으세나.


꽃 진 자리에

□ 김춘희


언제 어디서 왔던가

이곳은

남부녀대의 발자국이 길이 되고

할아버지의 한숨이 벼꽃으로 핀 곳


숲이 푸르고 꺾이고 몇십년

꽃이 피고 지고 몇백번

봉오동 삼개골에 숨겨진 용사들

야스가나의 ‘월강추격대’ 족치던 그 발자취-


타는 불길보다 강한 적개심

홍범도의 지휘봉에서 함성으로 메아리쳤고

용사들의 총칼에서 총탄으로 날아가

검고 그늘진 심장에로 꽂혔으니


장하여라!

빛나라!

무장투쟁의 홰불은

예서 처음 뜨는 해마냥 타올랐어라


오늘도 꽃진 이 자리에

꽃은 또다시 피여나고

락원은 용사들의 숨결로 살찌고 춤춘다

오, 꽃이여, 향기여, 하얀 넋이여,

높이 높이 영원한 기념비로

하늘끝까지 솟아라.


수남마을 샘터에서

□ 김선희


백년도 더 이전부터

가슴 밑둥까지 차오르는

얼의 향연을

저 넉넉한 버드나무에게 묻지 마라


맨발로 달려나오는

드레박의 자취

그 순박한 향기의 끝이 어디인지

그대는 아시는가


물의 남쪽 저 너머에

라이라크는 피고 지고


흙을 품은 수만개 잎새들은

따스한 물의 빛을 모아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석간수의 노래를

뿌리의 전설을 엮어가고 있다.


[시조]  제비야 오너라

□ 신철호


앞산고개 쉬이 넘어

남쪽 갔던 제비야

삭풍이 휩쓸던

겨울이 다 갔으니

박씨를

가득 지고 와 이집저집 나눠줘라


타향 갔던 사람들이

모두다 돌아왔다

울바자 새로 치고

터전 다시 일구나니

심을 곳

없다던 원망 아예 하지 말아라


수남촌 일떠서는

새집마다 처마 넓어

아무데나 둥지 틀고

근심 없이 살다가

박 켜는

타령소리를 다 듣고 강남 가거라.


노란 들판에서

□ 최홍련


이름 모를 노란 풀꽃이

들판에서 하늘하늘 춤을 춘다

단오절 나타난 불청객에

산주인 송아지들 우리를 반색한다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골물이

록음이 짙어가는 풀숲을 꿰질러

비틀거리며 촐랑촐랑 흐른다

맥주 냄새에 저 먼저 취한 건가


솔솔 불어오는 봄바람은

땡볕에 붉어진 내 볼을 식혀준다

살며시 눈 감고 오직 코와 귀만 열어

오로라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조막손 애고사리는 꽃들이 부러워

풀린 곱슬머리 감추며 앙탈을 부린다

고사리 한웅큼 돌미나리 한웅큼

꽃다발보다 더 소중한 추억덩이


태초의 자연에서

나는 숨 쉬는 존재이다.

  •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주소:중국 길림성 연길시 신화가 2호 (中国 吉林省 延吉市 新华街 2号)

신고 및 련락 전화번호: 0433-2513100  |   Email: webmaster@iybrb.com

吉ICP备09000490号 | 吉新出网备字005号 | Copyright © 2007-2017

吉公网安备 22240102000014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