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 김애령

2019-08-23 08:45:15

나는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한다. 20대는 어떤 나이일가? 누군가는 20대는 뭘 해도 아름답고 어떻게 가꾸어도 예쁜 꽃다운 나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20대를 내 인생에서의 전환점이라 한다. 나는 가끔 나의 20대를 되돌아본다. 되돌아보면 볼수록 내 20대는 겉으로는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실패를 맛보면 쉽게 깨지는 유리병과 같다.

그날도 나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손에 리력서를 들고 면접에 나선다. 면접 보러 가는 나의 얼굴은 온갖 미소로 가득찼다. 나도 이제 드디여 회사원이 되는가 보다. 그날의 나는 앞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어떤 고통과 아픔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천진랑만한 무지의 나였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인재초빙회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내 앞에는 인재초빙회에 참가한 세계 500강 기업과 각종 사업단위들이 수두룩했다. 나는 본과 때 성적표를 보며 모든 과목이 A+인 내가 마냥 자랑스럽기만 하다. 거기에다 리력서를 꽉 채운 나의 스펙들은 나를 이곳으로 이끈 발자취들이였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예, 알겠습니다. 여기에다 놓고 가면 됩니다.”

“저기 저 아직 아무 말도 안했는데.”

“예, 그냥 놓고 가면 됩니다.”

“예, 수고하세요.”

벌써 20번째였다. 성적도 스펙도 좋은 내가 벌써 20곳에서나 탈락을 맞았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온다. 옆에 합격된 친구들의 목소리였다. 나는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고 한곳에 더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본과 때 우수한 성적으로 학위를 땄으며 저의 스펙도 매우 우수합니다. 만약 귀사에서 저를 뽑아주신다면 저는 꼭 잘할 신심이 있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끝인가요?”

“예, 끝입니다.”

(쟤 벌써 21곳에서 탈락된 거 아니야? 끈질기도 하다. 나 같으면 벌써 포기 했을 텐데. 쟤는 옷차림과 얼굴이 문제야. 아무리 지금 얼굴보다 마음씨가 중요하다 하지만 첫인상은 얼굴이 아니야.)

친구들이 나에 대한 수군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나는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의 나는 운동복바지에 그냥 보통 티를 입은 나, 130을 넘는 통통한 몸매에 얼굴까지 보잘 것 없는 초라한 나의 모습이였다. 옆에 있는 친구들을 바라보니 하나같이 정장차림을 하고 나선 것이 나와는 조금, 아니 많이 달라보였다. 어디선가 갑자기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으며 나는 주변에 혼자 우두커니 남겨진 채 이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나는 실망한 채로 그곳을 나왔다. 바깥세상은 다를 것 같았지만 내 눈앞의 세상도 여전히 검은색이였다. 옆에 지나가는 사람은 누구도 나에게 “왜 우울해하냐.”하고 물어보는 사람도 나를 다시 찾는 회사도 없었다. 나는 마치 투명인간이 된 느낌이 들었다. 이때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나 합격했어. 우리 오늘 저녁 축하파티 하자.”

“응. 그래 축하해. 근데 오늘 어쩌지, 나 일이 있는데. 다음에 보자.”

“뭐, 다음에, 다음에 언제 시간이 돼? 내가 합격되였다는데 너는 기뻐하지도 않아?”

“내가 오늘 여러 곳에서 떨어져서 마음이 우울해서 그래. 그래서 오늘은 그냥 혼자 있고 싶어서 그래.”

“그건 너구, 그건 네가 못나서 떨어져놓고 합격한 나도 덩달아 우울해 해야 해? 넌 왜 그렇게 리기적이냐. 내가 합격했다는데 친구인 네가 기뻐해주지도 않구. 난 이제야 너의 속마음을 알았어.”

“아니, 나는… 나는…”

나는 아무 반박도 못하고 하루 참았던 눈물을 참지 못하고 그만 터뜨리고 말았다. 나는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얻지 못해서인지, 아님 초라한 나의 모습에서인지, 아님 친구의 위로도 받지 못하고 반대로 모든 것이 내 잘못이라는 친구의 말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인지는 모른다. 다만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그날 오래동안 혼자서 울고 있었다는 것이다.

20대, 겉보기엔 화려하고 아름답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눈길,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쉽게 좌절을 당하고 쉽게 일어날 용기조차 없는 미성숙한 나이다. 그날 ‘유리병’은 깨졌다. 나는 그날 여태까지 겪어보지 못한 좌절하에 모든 것을 잃었다. 내 꿈도, 내 희망도, 내 친구도. 남은 것은 그냥 평범한 나 자신이였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성적도, 스펙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한가지 바로 매력이라는 것을 알았다. 면접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면접관은 우리의 능력에 대해 전혀 모른다. 명문대거나 특별히 우수한 사람 내놓고는 기타 사람은 모두 동등하다. 다만 처음 면접관이 보는 것은 우리가 어느 정도 잘할 수 있는가다. 그것이 바로 한 사람의 매력이다. 우리는 응당 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나도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이 도리를 깨우쳤다.

하지만 그 후에도 나는 오랜 시간 동안 그날의 아픔 속에서 헤여나오지 못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보잘 것 없는 일일 뿐이다. 취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다른 길을 찾으면 될 것이고 로마로 통하는 길은 한갈래 길이 아닌데 말이다. 친구의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그와 나 사이의 에피소드를 생각하면서 ‘누구나 다 그렇지뭐. 너라고 별 수 있겠냐.’하며 리해하면 될 텐데.

20대는 꽃다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뭐든지 겪을 수 있는 나이다. 좌절도, 가난도, 배신도… 그러나 20대는 하나의 유리병과 같다. 겉모양은 반짝반짝 윤기 나지만 한번 깨지면 더는 수습할 수 없는 유리병처럼 20대에 겪었던 모든 좌절은 수습하지도 노력하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주저앉기 마련이다.

어쩌면 지금 어딘가에서 20대를 겪고 있는 이들도 보잘것없는 일에 상처를 받고 있겠지. 한차례의 기말성적에서,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 인간관계에서 상처받고 좌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힘든 일에도 초심을 잃지 말고 일어나서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그 과정은 물론 힘들고 슬프고 아프겠지만 그것이 사람이고 청춘이니까.

20대, 화려하게 반짝거리는, 그러나 쉽게 깨지는 유리병을 닮았지만 또 다른 이름은 그 좌절과 실패 속에서 굳세게 성장해나가는 어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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