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을 들여다본다□ 최균선

2019-08-30 09:59:01

옛날에 농촌에서는 성미가 되우 깐깐한 사람을 두고 ‘빈틈이 없는 사람’이라 하고 일솜씨가 깐지면 ‘물이 못날 사람’이라고 치하했다. 좋은 일이다마다, 그래서 좀 요란한 미칭을 붙인다면 이른바의 완벽주의자라 할가, 완벽주의자의 최대의 특점은 완전완미함을 추구하는 것으로서 이런 욕망은 백사에 완미하지 못하다는 불만족에서 형성되는데 실제 그리한다면 왕왕 자아모순에 빠져들 수도 있다.

금은 순금이 없고 사람은 완인이 없다고 했거늘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바 제 털을 뽑아 제 구멍에 맞출 만큼 너무 융통성이 없어도 고달프다. 사람, 특히 남자는 그래도 기질상, 품성상에서 어덴가 조금은 데설궂은 데가 있어야 번거로운 인생에 달관할 수 있지 않을가 싶다. 내 자신이 기질상 빈구석 투성이여서 원래 고달픈 삶을 보다 편하게 살려면 빈틈도 있어야 한다고 설파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빈틈은 물체와 물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작은 공간, 허술하고 부족하다는 것이라는 두가지 뜻이 있다. 물리적 공간은 필수적이다, 가장 쉬운 례를 든다면 자전거바퀴의 축에 량쪽 나사를 너무 죄여 소위 간극이 조금도 없게 한다면 전혀 돌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아무리 정밀기계라고 돌아가는 회전부분엔 적당하게 틈이 있어야 한다. 윤활한 베아링도 돌아갈 틈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번다한 인생을 살면서 일을 하는 데는 될수록 빈틈이 없어야 하지만 사람관계로 말하면 너무 빈틈이 없이 놀려한다면 오히려 가까이 하기 어렵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듯이 사람이 너무 따지면 친구가 없다고 한다. 꽉 차고 빈틈이 없는 사람은 인간적인 냄새가 없어보이기 마련이다. 매사 빈틈을 주지 않으려는 사람은 마치 날선 면도칼처럼 공연히 사람을 긴장시킨다.

한 사람이 처사함에서 빈틈이 많다고 할 때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못 하는 게 많고 실수와 허점이 많다고 단정지을 것이다. 변화다단하고 번거로운 인생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인데 매사에 완벽하지 않으면 마치 실수를 한 것같이 안절부절하는 사람들이 푸술하다. 그걸 한사코 일일이 다 메우며 살 수는 없음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나 제잘난 멋에 살아가는 세상에서 작정하고 바보로 자처할 수는 없지만 모르면서도 아는 체로 지적인 빈틈을 도배질하려 하려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사람이란 누구나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법인데 기어코 허영에 받들려 둥둥 뜨려한다면 도처에서 벽에 코를 부딪칠 것이다. 매양 남달리 똑똑하게 보여서 얻는 리익보다 때로는 ‘바보’처럼 보여 주위 사람들을 편하게 하면 리익이 더 크다.

사실 백방을 다 한다 해도 완벽할 수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빈틈’이 없을 수 없다. 그걸 억지로 막거나 감추려들면 오히려 속내가 홀딱 드러나게 된다. 막대기의 수직도 종이 한장 차이로 기울게 된다. 살면서 너무 지나치게 빈틈이 없게 하려고 하면 오히려 불상사쪽으로 기울게 되다. 그래서 ‘과칙위붕’이라는 말이 생긴게 아닌가 싶다. 듣는 바에 의하면 제주도의 돌담은 여간한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데 돌과 돌의 사이에 빈틈을 많이 남겨두었기 때문이란다.

이란에서는 아름다운 문양으로 섬세하게 짠 카펫에 의도적으로 흠을 하나 남겨 놓는다고 하는데 그것을 ‘페르시아의 흠’이라 부른단다. 인디안들도 구슬목걸이를 만들 때 깨진 구슬을 하나 꿰여놓는데 그것을 ‘령혼의 구슬’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렇게 하는 데는 나름의 연유가 있듯이 사람도 자신의 심리왕국, 정신가원도 물샐틈없이 감싸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설명이 되겠다.

결벽증이 있고 너무 완벽한 것을 추구하는 사람보다 어딘가에 부족한 듯이 빈틈이 있는 사람에게 인간미와 매력이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더불어 얽히며 사는 세상이니 만큼 대인관계에도 물리적 틈새가 아닌 제3의 공간인 틈새가 존재할 때에 인간관계가 형성되고 다른 사람이 들어설 수 있는 일정한 공간ㅡ 빈틈이 있어야 대인관계가 보다 윤활해질 수 있다.

나 자신의 빈틈을 인정하고 내 마음에 빈틈을 내고 다른 사람들의 빈틈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 제주도의 돌담처럼 인간관계의 밀착성을 조절하는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 자신의 심정을 빌어 남의 마음도 잘 가늠하게 되고 남을 도우려는 마음의 여유가 고유한 것이 아니랴, 품성상 ‘빈틈’이나 인생의 ‘빈틈'은 지식으로 메워지는 게 아니다. 되돌아와서 사람에게 어딘가 빈구석도 있고 무엇인가 부족한 면도 있어야 채워주려 하는 사람도 생기게 되고… 더불어 어우러져 살아가는 맛도 생긴다고 여긴다.

사람 사이의 빈틈은 사랑과 배려로만 메울 수 있다. 빈틈이 있다는 말은 한편으로는 웬만한 공간은 다 채워졌다는 뜻이 아닐가? '실수 마케팅'이라는 것도 있다. 명인이나 위인의 실수는 오히려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살짝 빈틈이 있어야 인간다운 법이다. 사람의 빈틈은 결코 약점만은 아니라 여유이다. 다른 사람이 들어올 수 있게 한 여백이다.

사랑이 오고 사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자신의 빈틈을 그대로 남겨두시라. 그래야 사람 사는 맛도 나고 세상 사는 멋도 있게 된다. 빈틈없이 사는 것보다는 빈틈이 조금은 있게 사는 게 인생의 여유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꼭 욕심만을 버린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모종 의미에서 틈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통의 창구이다. 언제 어디서나 다른 사람에게 빈틈을 보일세라 신경을 곤두세우는 사람은 설사 박식하고 말도 론리정연하게 해도 인정은 각박해보인다. 자신이 하는 말에 틈이 있어야 대방도 대화에 끼여들 여지가 있고 이미 마음에 들어와 있는 사람도 편안하게 한다. 굳이 조그마한 틈이라도 가리려 애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열어놓고 있는 사람을 소탈하다고 한다.

나 자신이 인생을 구멍이 숭숭하게 살아와서인가 사람들에게 빈틈을 보여주는 사람이 더 정이 가는 것을 경험으로 확인하였다. 그런 여백이 있는 사람에게 하소연도 하고 원망도 하고 싫은 소리도 하게 되며 무랍없이 청탁도 하고 술도 마시고 흐트러지고 인정도 돈독해지게 된다. 자신의 빈틈을 받아들이는 '넉넉함'을 가져야 남의 빈틈을 그저 모자람으로, 약점으로만 치부하며 거리를 두지 않을 수 있다.

모든 걸 완벽하게 계획하고 실행하려는 사람은 스스로는 만족할 수 있을지 몰라도 곁사람들에게는 반갑게 받아들일 수 없는 심리부담일 수 있다. 다른 가능성의 여지를 철저하게 막아놓고 정상으로만 향하는 사람. 샛길 같은 것엔 아예 눈길도 돌리지 않는 사람은 자칫 다른 사람에게 거부감을 심어주게 된다. 남자는 더구나 텁텁한 멋이 진정의 그릇이 되는 질박한 감을 선물한다.

부족한 걸 부끄럽다거나 못났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화해로운 공동체가 있는 것 만큼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하늘을 꽉 덮은 먹구름은 해살도 뚫지 못한다. 구름이 찢어진 틈새로 내비치는 해살이 얼마나 반가운가, 삶에는 빈틈이 필요하다. 빈틈이 있어야 숨통이 트인다. 빈틈이 있어야 삶의 방식을 재배치할 여유가 생긴다.

빈틈없이 집공간이나 마음의 골방을 꽉 채우고 나면 더 무엇을 추구할가? 조금은 부족함을 느끼고 조금은 허수룩함을 남겨두어야 채워갈 희망과 꿈이 꼼지락거릴 공간 이 남을테고 또 다른 사람이 다가설 수 있으니 ‘틈’을 보유하시라.

  •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주소:중국 길림성 연길시 신화가 2호 (中国 吉林省 延吉市 新华街 2号)

신고 및 련락 전화번호: 0433-2513100  |   Email: webmaster@iybrb.com

互联网新闻信息服务许可证编号:22120180019

吉ICP备09000490号 | 吉新出网备字005号 | Copyright © 2007-2017

吉公网安备 22240102000014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