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와 어머니(외 2수) □ 석문주

2019-10-11 09:22:03

고향집 옛터로 가는 길 어구에

정답게 서있던 느티나무 보이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항상 이 느티나무 아래에서

자식들을 맞고 바랬습니다


느티나무를 마주하고 우러를 때면

언제나 어머니를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자식들의 공부 뒤바라지 하시느라

거미줄 무릅쓰고 가시밭길 걸으시며

나물 캐러 산이란 산을 다 누비신 어머니


다니신 자국이 너무나 뚜렷하여

산에는 거미줄 같은 그물길이 나졌습니다

그 그물로 돈을 건지고

자식들의 미래를 낚았습니다


거미처럼 온몸의 즙액을 다 주시고

빈 껍질로 뒤산기슭에 묻히신 모습

분묘는 분명 부푼 거미등이였습니다…


거미 같은 어머니-

어머니의 화신인 듯 안아보고픈데

누가 느티나무를 베여갔습니까


톱날에 싹둑 잘린 단면을 응시하다

찰나 어머니의 혼이 보였습니다


그것은 돌기돌기 년륜이 아니였습니다

어머니가 짜놓으신

거미줄 그물이였습니다.


고향의 가르침


방금 고향의 친구집 경사에 참석하고

도시에 있는 나의 집으로 돌아왔다


정말 오랜만에

숱한 고향 사람들을 만났다

할배로 된 우물집 아저씨랑

방아간 숙이의 아버지랑

할매로 된 배나무집 철이의 어머니랑…


웬 일일가

혈육 같은 분들의 모습 떠올릴수록

가슴은 저으기 답답해나고

다리가 조금씩 떨려나고

눈앞이 휭- 어지러워난다


몸에 닿아 따스하던 눈빛들이

지금은 레이저빛처럼 가슴을

아프게 지지는 것만 같다


부드럽게 와 닿던 말씀들이

귀속에 모이고 모이더니

꽝-! 하고 뢰성처럼 터지고

잠 자던 마음을 와닥닥 깨우는 것 같다


시골의 눈과 비와 바람과 해볕에

얽히고 긁히고 그을어 가무잡잡해도

정답게 미소지어보이는 얼굴마다

자연의 경전이 짙게 그려져있었다

수많은 주름으로 밑줄 그은 부분들을

나는 열심히 읽으며 공부를 한다.


할머니의 봄날


시골의 예쁘장한 할머니

뜨락을 산책하다

꽃핀 살구나무를

새삼스레 바라보십니다


팔뚝보다 실한 가지가

땅에 나지막하게 드리웠는데

살짝 그 우에 걸터앉으십니다


그리고 왼팔과

지팽이 잡은 오른팔을

하늘 향해 펼쳐드시는 것이였습니다


순간 나무엔

‘두 가지’ 더 생겼습니다

호호백발이 살구꽃과 어울렸습니다

아름다운 꽃나무

못내 부러웠나봅니다…


문득 손주놈 소리치며 달려옵니다

한참동안 뱅뱅 돌며

할머니를 찾아헤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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