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 신연희
책지기를 만나다

2019-10-23 09:47:28

한 인간에 관해 우리가 갖는 기억은 모두 같을가? 그리고 그것은 모두 진실일가? 우리는 어디까지 그 사람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일가? 그 기억을 과연 믿을 수 있을가? 정말?

종종 뉴스에서 범죄자의 이웃들이 범죄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니야’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 그의 본모습이냐고 묻는다면 마치 동전의 량면처럼 그 모두가 그의 모습일 뿐이다. 우리 모두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어느 화창한 날, 미모의 녀성 사업가 도미노코지 기미코가 자신의 빌딩 사무실 7층에서 추락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언론에서는 ‘허식의 녀왕, 수수께끼 같은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하는데…. 온갖 억측이 란무하는 가운데 한 작가가 그녀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관련자들을 찾아나선다. 기미코의 삶을 증언하는 27인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진실의 꼬리는 쉽게 잡히지 않는다. 순수와 거짓이 뒤섞이고 선함과 악함이 뒤틀리면서 미스터리한 퍼즐 맞추기는 흥미로운 혼돈에 빠져든다. 각 증언마다 독자의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일본 문단의 전설적인 이야기군, 아리요시 사와코의 이야기 《악녀에 대하여》이다.

끝도 없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만 소설의 전개가 늘어짐없이 빠르고 짜임새가 탄탄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읽는 내내 소설 속 망자에 대한 감정은 수도 없이 뒤바뀐다. 때론 련민을 느끼게 되고 때론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러다가 최종에는 정말 악녀인지 아니였는지에 대한 관심은 어느새 사라져있고 대신 혼자 아이를 낳고 아등바등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왔을 그녀가 안쓰러워진다.

읽으면서 이렇게 혼란스럽게 읽히는 책은 오래간만에 접해본다. 출간년도가 1970년이라고 했고 뒤이어 드라마가 두번씩이나 다시 새롭게 방영이 되였다고 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소재면에서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고 우리 실생활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도 있는 가능성에 대한 념두를 두었다는 점에서 작가의 의식이 상당히 앞서 나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악녀의 기준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가?

읽는 내내 떠나지 않은 의문이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인 2차 대전이 끝난 후인 일본의 50~70 년대 모습, 신분제가 페지되여 귀족들이 몰락해가는 모습, 졸부의 탄생, 그 가운데 녀주인공처럼 자신의 일생을 개척해 살아가는 모습들이 보이는 시절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과연 녀주인공처럼 자신의 인생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실행해온 일련의 일들이 악녀로만 비칠 수 있을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과연 그녀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악녀일가? 아니면 적어도 험난한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살아남은 지혜로운 인물인 걸가? 이마저도 확실한 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타인들이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는 그 어떤 인물에 대해 우리들은 얼마나 진실되게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가설을 어떻게 세우든지 실제 27개의 인터뷰중 일부는 분명히 그 가설과 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이 보고 싶은 대로 세상을 보고 사람을 대하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아닐가?

독자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왠지 기미코가 착하고 여린 녀자였을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굉장히 애매모호한 녀자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죄라면 단 하나일 듯싶다.

“나는 죄가 없어요. 그저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했을 뿐이랍니다.”

이 말을 한 것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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