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지키는 백의전사들

2019-10-25 09:42:05

조그마한 흙집 앞에서 하얀 옷의 젊은 간호사가 집안쪽을 바라보는 사진, 고향 풍경이라 이름하여 위챗 모멘트에 올렸다. 의료일군 서넛이 들어서고 나면 더 비비고 들어설 자리가 없는 모양이다.

우리 고향에 아직도 저런 헛간 같은 흙집이 있어? 저 집에 사람이 살아? 타향에 있는 친구들에게는 충격적인 사진인가 보다.

아픈 환자가 사는 초라한 흙집이라는 시각적 이미지가 고향 친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으리라. 그러나 나는 국가에서 추진하고 있는 농촌 의료봉사 정책으로 건강을 되찾고 활기에 차넘치는 고향의 모습을 보고 있다고, 흙집 앞에 서있는 젊은 간호사의 하얀 가운에서 뿜어져나오는 싱싱한 기운을 느낀다고 답글을 날렸다.

흙집과 벽돌집에서 흘러나오는 수많은 사연들이 우리의 고향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고 덧붙였다.

누구도 찾아갈 것 같지 않은 저 흙집을 찾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고향 병원에서 공공위생을 책임진 백의전사들이다. 공공위생과에는 기둥 같은 주과장이 십여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향의 건강을 손금보듯 훤히 알고 있는 사십대 녀인이다. 2003년 사스의 직격탄에 큰 아픔을 겪은 이래, 정부 차원에서 중시하는 농촌 의료사업 현장을 발로 뛰고 심장으로 만나는 간부이다. 어떻게 하면 ‘형식이 아닌 마음’으로 환자와 교감하고 보듬을 수 있을가, 고심어린 노력으로 주변을 감화시킨다. 때가 꼬장꼬장한 환자의 팔을 걷어올려 혈압을 재면서도, 냄새나는 옷 속으로 청진기를 들이밀면서도 얼굴에 해살을 담는다. 온역 대하듯 마스크를 끼고 장갑을 끼는 의료일군들에게 무언의 일침이다.

전사들을 이끌고 빈곤호 가정을 찾아가는 하얀 가운이 유난히 눈부시다. 나긋한 여인의 몸에는 당성이 짙게 녹아있어서, 그녀가 있는 곳에는 공기마저 숭고하고 아름답게 물들여지는 듯하다.

“환자들이 점심을 먹이려고 해서, 도적처럼 도망쳐 나왔어요.”

“우릴 대접하겠다고 밭에서 따온 과일을 먹지 않으면 그분들이 삐져요. 호호호”

촌마을에서 돌아오는 그녀의 표정이 초가을 하늘처럼 명랑하다.

각 촌을 방문하고 돌아온 그들에게는 끝없는 이야기거리가 교환된다. 그럴 때마다 주과장은 당중앙에 보낼 보도자료라도 쓸 것처럼 눈을 반짝이고 앉아서 가치있는 이야기줏기에 골똘하는 모습이다.

신광촌에 살고 있는 권씨는 의사의 손을 꼭 붙잡고 고맙다면서 울기만 하는가 하면, 나라에 빚이라도 지운 것처럼 생떼를 쓰는 신발촌의 허씨에게는 어린 아이 달래듯 얼리고 닥치고 난리법석을 해야 헤헤헤 입이 벌어진다. 김할머니는 번마다 참외를 따다 주랴, 일년감을 따다 주랴 밭으로 질주해서, 채소밭에서 방문진료를 해야 하는 색다른 풍경이 벌어질 정도이다. 나라의 도움만 넙적넙적 바라는 빈곤호에게는 여차여차 대화를 하느라 입이 아프다는… 구구절절 이야기 속에는 웃음과 감동이 너울친다. 개선되여야 할 문제들도 하나 둘 끌려나와서, 토론대 우에 올려지는 진지함도 잃지 않는다.

주과장은 각 촌의 위생소 의사들도 각별히 존경한다. 그들이야말로 고생을 밥에 말아먹으며 현장에서 땀을 흘리는 고단한 분들이라는 것이다. 누가 고향을 떠났고, 누가 귀향했고, 누가 어떤 병을 몇 년째 앓고 있고, 어느집에는 어떤 장애자가 있는지… 경찰의 ‘호구조사’도 이처럼 세심할 수 있을가. 그들의 ‘길잡이’역할이 없으면 고향의 공공위생사업은 비 오는 날 진창길 걷듯 할 거라고.

65세 이상 건강검진이 있는 날이면 촌 위생소 의사들은 려행 단체를 거느린 가이드 같다. 버스를 마련하여 어르신들을 모셔오고, 부축하여 안내하는 모습은 경건하기까지 하다. 귀가 어두운 어르신들에게 목청 돋우면서 환하게 웃는 얼굴에 천사의 모습이 묻어난다.

중약을 처방하는 기본원칙에 ‘군신좌사’라는 것이 있다. 하나의 처방에 주된 작용을 하는 군주가 있고, 군주를 돕는 신하가 있고, 조절작용과 인도 작용을 하는 보좌관과 심부름군이 있어, 단합된 힘으로 병증을 이겨낸다는 것이다. 여러 약재가 어울려 잘 짜인 조직체계를 갖추고 효과적으로 질병을 다스리는 구조이다.

고향 병원에 몸담고 있는 백의천사들은 중약 처방 전에 있는 군신좌사를 닮았다. 하얀 가운을 걸친 백의전사들이야말로 고향의 건강을 지키는 군신좌사가 아니겠는가. 주과장은 군주의 사명에 충실하고 의료일군들은 신약 좌약의 신분으로 열심히 뛰고 각 촌의 위생소 의사들은 길잡이로서의 인도 작용에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하얀 가운을 입은 ‘군신좌사’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건강 지킴이 역할에 나서고 있으니 고향땅을 울리던 지역병 따위도 꼬리를 내린지 오래다. 국가의 의료혜택과 보살핌이 고향 구석구석에 빠짐없이 전달되여 질병과 빈곤의 고통이 덜어질 수 있다면 보다 더 살맛 나고 정다운 고향이 되지 않을가.

군신좌사들이 지키고 있는 땅, 땀과 노력으로 황금들녘을 살찌우고 있는 고향 사람들의 삶은 밝고 산뜻하리라.

가난과 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 감동과 아름다움을 전해줄 고향 풍경을 수시로 위챗 모멘트에 올려야겠다. 약동하는 고향의 면모를 타향에 있는 친구들이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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