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등과 손바닥□ 김은철

2019-10-25 09:34:20

상철이가 퇴근하고 집에 오니 안해 봉순이가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객실 텔레비죤에서는 한창 요청음악회가 방영되고 있었는데 어머니는 쏘파에 앉아 텔레비죤에는 관심없이 또 외손녀의 사진을 들여다 보고있었다. 어제도 저렇게 외손녀의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있더니, 상철이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서재로 들어갔다. 그때 저녁식사를 준비하던 봉순이가 따라들어오더니 남편의 옷깃을 당겼다.

“이봐요, 어머님 거동이 참 이상해요. 저렇게 하루종일 외손녀 사진만 들여다보고 있잖아요. 우리 애들 사진은 보지도 않아요!”

“거야 외손녀가 보고 싶으니까 그러겠지 뭐.”

상철이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 요새 쓰고 있는 소설을 빨리 끝내려고 컴퓨터에 마주앉았다. 상철이가 더 응대해줄 기미를 보여주지 않자 안해는 입을 비쭉거리며 두덜대고는 나가버렸다. 그런데 글을 쓰려고 컴퓨터에 마주앉으니 안해가 두덜거리며 하던 말중에 손등과 손바닥이 어쩌고 저쩌고 하던 말이 머리에 떠오르며 글을 쓰려던 마음을 흐려놓는다.

어머니한테서 치매증상을 발견한 후부터 안해의 태도가 이상해보인다. 물론 상철이가 출근하면 안해가 주동이 되여 어머니를 병원에도 모셔도 가고 약도 제때에 대접하면서 알뜰히 보살피군 하지만. 손등과 손바닥? 무엇이 손등이고 무엇이 손바닥이란 말인가? 분명 안해는 어떤 속셈을 가지고 말하고 있었다. 상철이는 그 속심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당장 까밝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상철이는 가정생활에서 어떤 모순이나 갈등이 생길 때면 언제부터인가 상세히 분석한 끝에 정확한 해결방안을 찾아 처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런 습관은 계모를 모시고 사는 이 가정의 화목을 유지하는 좋은 방도였다.

상철이의 친모는 상철이가 여섯살 나던 해에 세상을 떴다. 그러다가 아버지는 상철이가 여덟살 나던 해에 지금의 어머니를 후처로 맞아들이였다. 계모는 불임증 때문에 원 남편과 갈라졌는데 아버지를 만나자 상철이에게 친자식 이상의 사랑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늘이 내린 복인지 계모는 아버지한테 재가를 온 후 임신하여 딸을 낳게 되였고 그 딸이 시집가서 낳은 손녀도 이젠 다 커서 금년에 대학시험을 치르고 입학통지서를 기다리고 있는중이였다. 그러니 그 딸과 외손녀는 피를 나눈 계모의 유일한 친자식들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모는 줄곧 친자관계와는 상관없이 지금껏 이붓아들인 상철이와 한집에서 살고 있다. 상철이의 두 아들은 모두 계모의 손에서 키워졌고 큰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선생으로 사업하고 둘째아들은 아직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중이다.

상철이 또한 계모와 한집에서 50여년을 살아오면서 계모의 사랑에 감화되여 계모라는 개념을 잊은 지 오래다. 그런데 그 계모가 얼마 전부터 치매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날 저녁 상철이는 자리에 눕자 안해에게 물었다.

“당신 낮에 나한테 손등과 손바닥이 어쩌구 저쩌구 하던데 무슨 말이요?”

“당신 참, 들어보면 모르겠어요? 지금 어머님 맘속에는 오로지 친딸과 친 외손녀 뿐이예요. 우리 애들에 대한 생각은 없단 말이예요.”

“그렇소? 그러니까 우리 애들과 금희(녀동생)네 애들에 대한 어머님의 생각이 다르단 말이구만… 과연 어머니께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가?”

“당신은 참, 당신은 지금까지 어머님과 한집에서 몇십년 살오면서 표면관찰에만 그쳤지 어머님의 내심은 재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아요.”

“당신 보기에 내가 그렇게 데면데면한 사람으로 보이오?”

“적어도 어머니에 대한 태도는 그렇다고 봐요.”

요새 어머니가 외손녀 사진만 들여다 보고 있으니 안해는 어머니가 우리 애들과 녀동생네 애들을 쪽을 놓아 보고 있다는 견해이고 거기에서 도출해낸 결론은 손바닥과 손등이 다르다는 것이다. 분명 안해는 친혈육인 외손녀에 대한 어머니의 관심이 우리 애들에 비하여 더 쏠리고 있는 것에 질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상철이는 즉시 안해의 견해에 대하여 태도를 표해주지 않았다. 만일 그럼! 아무래두 손등과 손바닥은 다르기 마련이지! 하고 맞장구를 쳐준다면 안해는 곧 힘을 얻게 될 것이고 그러면 속셈을 이루어 보려고 애쓸 것이다. 안해의 속셈이란 치매에 걸린 계모를 친딸에게 떠맡기자는 것이 아닌가? 상철이는 안해의 이런 속셈에 대하여 협심할 의향이 전혀 없다. 계모이긴 하지만 계모는 상철이를 친자식처럼 키워왔고 상철의 두 아들은 계모의 등에 업혀 자랐다. 상철의 아버지도 계모의 알뜰한 보살핌을 받으며 장수하시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그런 계모가 치매를 앓으니 안해는 친딸한테  보내겠단다. 의리가 없는 사람! 상철이는 안해가 의리를 저버리고 있는 것 같아 괘씸하게 생각되였으나 내색을 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

“그래 당신은 어머니를 어떻게 하자는 거요?”

“뻔하지 않아요, 저렇게 어머님이 친자식들만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가 붙잡고 있을 리가 뭐예요? 지금이라도 빨리 시누이한테 보내는게 도리잖아요? 거기가 어머님이 있을 자리예요!”

“건 안되오.  팔순넘은 고령에다 치매까지 있는 어머니를 어떻게 동생한테 맡긴단 말이요? 더구나 동생이 척추수술을 한 후에는 제몸도 제대로 건사못해 비들비들한데 거기다 어떻게 떠맡긴단 말이요?”

“그럼 어떡해요? 친딸이 있는데두 우리가 모셔야 된다는 건가요? 지금까지 모셨으면 됐지, 시누이두 그렇지, 우리두 이젠 환갑이 랠모레인데 우리 생각두 하는 게 옳지 않아요? 시누이는 왜 제 몫의 도리도 지키지 않는 건가요!”

안해의 말에 상철이는 발끈했다.

“당신은 지금 어머니가 치매를 앓기 시작하니 친자식과 이붓자식을 쪽을 놓고 보아오던 실상이 드러난다고 보는데 그런데는 어떻단 말이요? 친자식이니까 우리 애들보다 더 생각할 수 있지 않겠소? 그것이 어머니의 진실한 마음이라 하더라도 어찌 질투심을 가지고 어머니를 괘씸하게 본단 말이요? 어머니는 수십년을 우리 가정을 위하여 헌신하며 살아온 분이요. 나와 어머니, 그리고 우리 애들과 어머니 사이에는 ‘이붓’이란 말이 사라진지 오래오. 그런 어머니를 어찌 보모를 내보내듯 하겠소? 당신 말처럼 과연 어머니가 지금까지 속과 겉이 다르게 살아왔다면 그 삶이 얼마나 힘들고 고달팠겠소? 어머니는 무식한 가정주부이긴 하나 깨끗한 심령으로 지금껏 의리를 지키면서 살아온 분이요. 치매를 앓으니 다른 애들은 다 잊고 외손녀 하나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소? 병적 현상으로 문제를 분석해 보란말이오! 우선 금희한테 어머니를 보내겠다는 말을 해선 안되오!”

상철이의 이런 심각한 분석에 안해는 할말이 없다. 그도 자기의 두 아들을 업어키워온 이붓 시어머니의 성실한 인품에  친부모를 모시듯 효성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시어머니가 치매증상을 보이자 그는 시어머니를 친딸한테 보내는 것이 응당한 일이라고 달리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튿날 남편이 출근한 후 그녀는 외손녀의 사진을 쥐고 있는 시어머니와 마주 앉았다.

“어머니, 왜 요새 외손녀 사진만 들고 봅니까?”

그녀가 묻는 말에 시어머니는 긴 한숨을 내쉬며 다시 손에 쥔 외손녀의 사진을 들여다 본다.

“대학시험을 쳤다는 게 붙기나 하겠는지, 근심이 돼서 그래오.”

“어머니두 참, 무슨 근심을 할 게 있어요? 우리 경순이 공부를 얼마나 잘한다구 그래요? 꼭 좋은 대학에 붙을 거예요.”

“공부야 잘하는 애지, 그런데...”

시어머니는 뒤말을 더 잇지 않고 머리를 가로젓는다.

“왜 그래요?”

“꿈, 꿈을 꿨는데, 불길해서... ”

“무슨 꿈을 궜는데요?”

그 물음에 시어머니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몇번 물어도 대답을 안한다. 그래서 정신없는 늙은이로 생각하고 꼬치꼬치 묻지 않았다.

“어머니 그럼 경칠이는 보고싶지 않아요?”

안해는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둘째 아들의 이름을 대면서 시어머니의 마음을 떠 보았다. 그 물음에 시어머니는 왕청같은 소리를 한다.

“우리 경칠이는 비행기를 모는데.”

“네?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지 무슨 비행기를 몬다구 그럽니까?”

“그애는 비행기를 모오.”

안해는 더묻지 않았다. 금방까지 온전한 정신인 것 같았는데 또 엉뚱한 소리다. 시어머니는 다시 손녀의 사진에 눈길을 박는다.

그날 상철이는 퇴근하고 돌아와 어머니가 또 헛소리를 한다는 말을 듣고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 경칠이 어디 있는지 알만해요?”

“경칠이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재이오?”

옳은 대답이다.

“경칠이 보고싶잖습니까?”

“보고 싶소, 어째 아이보고 싶겠소?”

“보고 싶다면서 어째 외손녀 사진만 들고 봅니까? 경칠이는 친손자가 아니니 외손녀 사진만 보는 게 아닙니까? 하나는 손바닥이구 하나는 손등이 돼서?”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오? 손등이나 손바닥이나 다 내 몸에 붙은 건데 꼬집어보우, 어느 게 아프구 어느 게 아니 아프겠소?”

이건 어머니가 온전한 정신으로 하는 말이다. 상철이는 어머니의 마음을 잘못 짚어 물어본 것이 마음에 켕기였다.

드디여 고대 기다리던 경순이의 대학입학통지서가 왔다. 그 소식을 경순이가 스마트폰 영상으로 보내왔다. 영상으로 대학에 붙었다는 손녀의 얼굴을 보는 어머니의 얼굴은 기쁨으로 활짝 피였다. 어머니는 스마트폰 영상에 나타난 외손녀의 얼굴에서 눈길을 걷지 못한다.

“네가 대학시험을 친 후 나는 악몽을 꾸구 얼마나 속을 썩였는지 아니?”

그 말을 들으면서 안해가 물었다.

“어머니 어떤 악몽을 꿨습니까? 말씀해보십시오. ”

“경순이가 대학시험을 친 후 꿈을 꿨는데 경칠이가 모는 비행기를 타고 가던 경순이가 글쎄 비행기에서 떨어지재이겠소? 무슨 빨간 명주 같은 것을 날리면서 말이우.”

“아이 어머니두, 그런 꿈을 궜으면 얘기를 해야지, 경순이 사진만 손에 들고 진종일 보고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이 사람아. 모두 경순이의 대학입학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비행기에서 떨어졌다는 그런 재수없는 꿈이야기를 하겠소?”

이렇게 말하는 어머니의 정신은 너무나 명석하다. 상철이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니 눈에 눈물이 고인다. 바로 그때 열려져있는 창문유리를 바라보더니 어머니가 손짓한다.

“야, 경칠아 어디 가지 말고 빨리 들어와 밥 먹어라!”

창문유리에는 책가방을 메고 길가는 동네애들의 영상이 비껴있었다. 아, 장백산 천지의 날씨가 변덕이 많다더니 치매에 걸리면 저렇게 정신이 변덕이 많은가? 금방까지 정신상태가 해맑던 어머니는 또 왕청 같은 헛소리이다. 성철이와 안해는 그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어이없이 바라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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