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뭐길래?□ 허경수
단편소설

2019-11-01 09:34:13

오 그대여 변치 마소, 오 그대여 변치 마소

말 못하는 이내 마음 알아 주소서~

불타는 이내 가슴 알아 주소서

온 세상을 다 준다 해도

당신이 없으면 나는 나는 못 살아~

류명근은 친구들과 더불어 노래방에서 머리를 흔들며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에험! 지금으로부터 올림픽 개그맨 류명근 신사가 사회를 보겠습니다.”

술이 거나하게 된 류명근은 자청 사회자가 되여 ‘18반 무예’를 발휘하고 있었다.

“알락달락한 생각을 굴리며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 까투리 소리도 좋고 수탉이 암탉을 부르는 소리도 좋고 군이 뚝 떨어지게 노래를 답새깁시다!…”

“우야… 우리 명근 사회자가 제일이야!”

친구들은 일제히 호응해나섰다. 맥주를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놀다 나니 어언 밤 12시가 넘었다.

“다음번엔 분위기를 스리슬쩍 바꾸어 ‘월계화’에 가기오.”

결산을 하고 난 류명근은 취기 어린 목소리로 다음 방안을 선포하였다.

“그러기오. 이번엔 내가 칭커를 할게.”

리근철이가 호박마냥 둥그스름한 얼굴에 느슨한 미소를 지으며 자보를 하였다. 친구들은 우루루 나와서 ‘월계화’ 노래방에 들어갔다. 그들은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놀았다. 결산할 때 리근철은 웃 호주머니에 손이 가더니 스마트폰을 슬며시 꺼내 들고서 총망한 걸음으로 화장실로 가는 것이였다. 서로 눈치를 흘끔흘끔 보며 머뭇거릴 때 류명근이 말없이 결산을 하였다. 그제야 주위의 친구들은 그 누가 시한폭탄을 제거하여 버렸을 때처럼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다음번은 3차, 내가 할게.”

키가 훤칠한 오성걸이 시원한 어조로 한방 쏘았다.

“우야! 그러기오.”

모두들 환성을 질렀다. 그들은 월계화 노래방에서 나와 ‘새별’ 노래방에 들어갔다. 신나게 놀고 나니 새벽 3시가 지났다. 결산할 때가 되니 오성걸은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여 땀도 돋지 않은 얼굴을 쓱 문지르며 다급한 걸음으로 화장실로 가는 것이였다. 모두들 도적놈마냥 서로 흘끔흘끔 눈치를 살피다가 구럭에서 빠져나가는 게마냥 밖으로 비실비실 나갔다. 쏘파에 비스듬히 기대여 앉아있던 류명근은 그만 깜박 잠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류명근이 깨여나 보니 친구들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휘청거리며 카운터 앞을 지날 때 아가씨가 기계적인 미소를 지으며 영업성적인 어조로 말했다.

“손님, 결산을 하고 가세요.”

“엉?! 제 친구가 하지 않았습니까?”

류명근은 얼떠름한 어조로 반문했다.

“아니요.”

아가씨는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음? 모를 소린데…”

류명근은 결산을 하겠다고 호기롭게 자보하던 오성걸의 모습을 회상하며 스마트폰을 꺼내 오성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그의 스마트폰은 이미 잠들어있었다. 얼굴이 가마밑굽마냥 시꺼매진 류명근은 길다란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카드를 꺼내 결산을 하고서 바위돌을 처맨 듯 무거운 발걸음으로 노래방을 나섰다.

리근철과 오성걸의 집은 한 방향에 있었다. 리근철이 걸어가면서 시큰둥한 어조로 말하였다.

“명근이는 너무 헤퍼서 제노릇을 할 것 같지 못하구만.”

“허허….헤프쟁이가 있어야 얻어먹는 사람두 있지.”

오성걸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하….총은 빨리 꺼내 들어야 하고 지갑은 천천히.”

리근철은 새로운 발견이나 한듯이 쾌활한 웃음을 터뜨렸다.

며칠 후, 류명근은 갑자기 위가 아파서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다. 나이 지긋한 남성의사는 한참 동안 세심히 진찰을 하고 사진을 찍어보라고 하였다. 이튿날 사진결과가 나왔는데 그의 위에 종양이 생겨 수술치료를 받게 되였다. 진단서를 받아쥔 류명근은 눈앞이 아찔해났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왕창 꺼지는 환각을 느꼈다.

‘이거 큰일 났구나. 그눔 술이 화근이구나. 맨날 도깨비 술을 퍼먹은 내가 머저리지.’

류명근은 후회막급이였다.

류명근이 수술을 받으려고 입원한 이튿날에 리근철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심심한데 오늘 저녁 또 한잔 답새길가? 이번에는 내가 할게.”

리근철의 걸걸한 목소리였다.

“어, 나 입원했소, 그러재두 전화를 걸가 했는데 수술비가 좀 모자라서, 당신 좀 드티여주겠소?”

류명근이 일루의 희망을 품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거 정말 아이 됐구만, 어제까지 돈이 좀 있었는데 우리 형님이 꿔가는 바람에, 그거 정말 안됐구만…”

리근철은 말을 대충 얼버무리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류명근이 버튼을 눌러 전화를 하니 상대방의 핸드폰은 이미 꺼져있었다. 류명근은 서운한 심정으로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평소 오근철이가 하던 호언장담이 귀전에 방불히 울리는 듯했다.

“부모를 팔아 동미(친구)를 사고 동미는 손발과 같은 거요, 의리를 위해서라면 칼산에 선뜻이 올라야 하고 불바다에 서슴없이 뛰여들어야 하오.”

“후유…”

류명근은 태산을 밀어버릴 듯이 한숨을 길게 뿜고 행여나 하고 오성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입원했는데 수술비가 좀 모자라는구만, 그래서…”

“아, 거 안되였구만, 어제까지 있던 돈을 아버지의 치료비로 쓰다 보니…후에 보기오.”

오성걸은 급촉한 어조로 말하고 나서 전화를 총망히 끊어버렸다.

“후유…”

류명근은 또 한숨을 태풍처럼 뿜었다. 천정을 멍하니 응시하는 그의 눈에서는 실 끊어진 구슬마냥 눈물이 주르륵 굴러떨어졌다.

‘돈이 정말 없어 그러는 걸거야.’

류명근은 자기 나름 대로 분석을 하고 착잡한 기분에서 벗어나려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남산에 저 푸른 소나무가 눈서리에 파묻혀서

천신만고 괴로움 받다가

양춘을 다시 만나 소생할 줄을 동무야 알겠느냐?

노래를 부르고 나니 진흙탕에서 뒹굴다가 맑은 강물에 미역을 감은 개구쟁이시절처럼 기분이 개운해짐을 느꼈다.

며칠 후, 퇴원한 류명근은 궁금하여 오근철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전화번호는 없는 전화번호입니다.”

통신사의 록음이 그의 귀청을 따갑게 때렸다.

“어허?…”

류명근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리성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 똑같은 음성이 그의 귀전을 랭랭하게 때렸다. 류명근은 갑갑한 기분을 풀려고 시내에 나가서 스적스적 거닐었다. 우연히 복권판매소 앞을 지나던 그는 잠간 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기웃거리며 생각을 굴리다가 가녀린 미소를 무우마냥 길다란 얼굴에 띄우며 판매소에 들어가서 복권 한장을 사서 조심스레 웃옷 호주머니에 넣고 집에 갔다.

‘재수 좋은 놈에게는 하늘에서 떡이 떨어진다더니 혹시 나도?’

류명근은 생각을 굴리며 혼자 웃었다.

그런데 이게 웬 호떡이냐? 며칠 후 그는 정말 복권 일등에 당첨되였다. 그는 며칠 동안 고무풍선마냥 둥둥 뜬 기분으로 지냈다.

“띠리리…”

어느 날, 류명근의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전화번호였기에 류명근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참 후에 전화벨은 또 울렸다. 이번에 그는 궁금하여 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양, 내요, 오성걸, 성걸이요.”

귀에 익은 목소리가 아주 친절하게 울렸다.

“양, 참 오래간만이구만, 잘 있었소?”

류명근은 안부를 물었다.

“양, 언제 퇴원했소? 내 가본다 가본다 하면서 시간이 없어 가보지 못했소, 이번 일요일에 만날가?”

오성걸은 간절한 어조로 물었다.

“글쎄…”

류명근은 미적지근하게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가 수술 전에 하던 랭담한 말이 떠오르며 매우 불쾌해난 류명근이였다.

‘고양이가 비린내를 잘 맡는다더니 어디서 내가 복권에 당첨된 소문을 들었는가?’

“어허, 저 나그내 수술하더니만 통쾌하지 못한데?…”

오성걸은 혼자 중얼거리며 다시 전화를 걸었다.

“류동무 지나간 일을 속에 넣지 말고 우리 사내대장부답게 통쾌하게 놀면 아이 되겠소?”

오성걸의 성근한 목소리가 랑랑하게 들려와 류명근의 귀전을 살살 간지럽혔다. 류명근은 밥을 먹다가 머리카락을 씹었을 때처럼 갑자기 역겨움을 느꼈다.

‘사람이라면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되겠는데 낯이 두껍기는 완전 땅 두께구만.’

“띠리리…”

류명근의 핸드폰이 또 울렸다. 역시 모를 전화번호여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두번, 세번이나 집요하게 전화가 오기에 받아보니 익숙한 목소리가 챙챙하게 들려왔다.

“양, 나요. 리근철이요, 안녕하오? 나 어제까지 병원에 입원했댔소, 그래서 문안도 못했소, 당신 언제 퇴원했길래? 이번 주일에 당신이 집에 있겠소? 내 놀러 가자구 그러오.”

리근철의 어조는 급촉하면서도 간절하였다.

“음, 저기 나 시간이 없어서…. ”

류명근은 애매하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띠리리….”

스마트폰이 또 울렸다. 류명근은 내키지 않은 대로 전화를 받았다.

“나와 성걸이가 당신네 집에 놀러 가려고 하는데 되겠소?”

리근철의 간절한 목소리가 조금 위압적으로 울렸다.

“글쎄…”

류명근은 두리뭉실하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허, 원래의 명근이 아닌데?…”

통화를 끝내고 리근철은 중얼거리며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통화를 끝낸 류명근은 긴 한숨을 뿜었다. 병마의 고통 속에서 몸부림칠 때 포수의 눈을 피해 숲속에 숨어버린 여우마냥 잠적하고 전화번호마저 바꾸어버렸던 그들, 생각하면 치가 떨리고 코웃음이 나온다.

‘독을 독으로 치면 되겠는가? 아니 그들도 왜 잘못할 때 없겠는가?’

류명근은 부르르 떨리는 주먹으로 침대를 쾅 내리쳤다.

‘술친구는 개친구라는 말이 옳아 강아지는 한끼만 먹여줘도 주인을 보고 꼬리를 젓는다는데.’

류명근은 고민의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이튿날 오성걸과 리근철의 전화가 집요하게 오니 류명근은 건성으로 받았다.

“당신이 입원했을 때도 못 가보았지, 퇴원해서도 못 가보았지. 내 속에 내려가지 않소, 일요일에 집에서 기다리오, 내 놀러 갈게. 모태주를 사가지고.”

오성걸의 각별히 친절한 목소리였다.

“양, 놀러 오우.”

류명근은 내키지 않은 대로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윽고 리근철의 전화가 걸려왔다.

“류선생, 좋은 말은 고개를 돌려 풀을 먹지 않는다는데, 불쾌했던 일을 화장실에 가서 쏴악 싸버리듯이 없애버리고 호한답게 놀자구 허허허…”

리근철은 롱조로 말하고서 일부러 호탕하게 웃었다.

“호한답게? 하하… 놀러 오우.”

류명근은 너털웃음을 터뜨리고서 침대에 벌렁 누워 천정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지나간 정경들이 주마등마냥 그의 눈앞에 우렷이 떠올랐다. 리근철의 아버지가 입원하였을 때 돈을 꾸어주던 일, 감지덕지해하던 리근철 아버지의 주름 잡힌 얼굴, 실종한 오성걸의 동생을 찾아다니던 일….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 자식이 마지못해서라두 놀러 오라구 하더구만, 음, 일이 좀 풀릴 것 같구만.”

오성걸이 눈을 껌벅거리며 말하니 리근철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느릿한 어조로 말을 받았다.

“우리 새우골을 써서라두 그 자식의 돈을 얼려낼 수 없을가?”

“음. 나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소, 그놈이 씀씀이가 헤프니 우리 둘이 먼저 코밑치성을 하고 그다음에 쥐 소금 녹이듯이 살살 얼려내야지.”

그들은 기름종지를 노리는 쥐마냥 류명근의 ‘벼락 맞아 죽은 소고기’를 호시탐탐 노리였다.

“만약 그 자식이 우리의 얼림수에 넘어가지 않으면 이렇게…”

오성걸은 두 손을 벌리고 안으로 조이는 시늉을 해보였다.

“엉? 죽이자구?”

리근철의 눈은 얼음강판에 넘어진 황소의 눈마냥 대뜸 휘둥그래졌다.

“아니, 랍치하여 ‘단지고음’을 해야지.”

오성걸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엉? 당신 정신이 있소? 감옥이 무섭지 않소?”

리근철은 낯선 사람을 보듯 놀란 눈길로 오성걸을 응시하였다.

“남자는 큰일을 하자면 똥땜이(담량) 커야 하오, 고렇게 마음이 약하구사 무슨 일을 하겠소?”

오성걸은 훈계조로 말하였다.

“양, 음 당신 말이 옳소. 그럼, 잘살자면 지독한 마음을 먹어야지.”

이렇게 말하는 리근철의 눈에서 교활함과 더불어 살기가 번뜩이였다.

(그 자식들 비위가 이만저만이 아닌 개비위로구나. 와서 무슨 말을 하는가 보자.) 류명근은 생각을 굴리며 피식 웃고 말았다.

일요일에 오성걸이와 리근철은 술과 오징어 통졸임을 사들고 류명근이네 집에 왔다.

“어, 불쾌했던 일은 다 하늘에 날려보내기오. 자, 한잔 답새기지.”

오성걸이 술잔에 술을 부어놓고 제의했다. 그들은 한담을 나누며 술을 마시였다. 술이 서너순배 돌자 리근철이 눈알에 교활한 빛을 띠우며 조심스레 물었다.

“음, 좋은 장사항목이 있는데 우리 같이 돈을 벌어보지 않겠소?”

“무슨 항목이길래?”

오성걸은 얼굴에 일부러 호기심 어린 미소를 바르며 리근철을 점도록 응시했다.

“어험, 상업정보는 쉽게 내놓는 게 아니지….”

리근철은 짐짓 틀을 차리며 말에 뜸을 들였다.

“상업정보?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무효가 된다던데….”

류명근은 느긋한 어조로 한술 떴다.

“얼른 말하오, 우리 삼형제가 같이 벌게.”

오성걸은 ‘삼형제’라는 ‘삼’자에 특별히 악센트를 높이며 재촉했다.

“음, 내 이 상업정보만 팔아도 수입이 톡톡할 거요, 어험…”

리근철은 미꾸라지를 먹고 룡트림을 하듯이 밋밋한 배를 슬슬 만지며 내밀었다.

“앗따 비싸게 군다, 비행기 왔다 갔다 하오?”

오성걸은 짐짓 성을 내는 체했다.

“하하하, 아가씨들도 요리 배쭉 조리 배쭉하다가 살그머니 주는 멋이 재미 있지, 내 이 귀한 상업정보를 그리 쉽게 내놓을 것 같소?”

리근철은 배포유한 표정을 지으며 늑장을 부리였다.

“에익, 못 놀겠구만. 줄가 말가 하는 기생년처럼…”

오성걸은 갑자기 대나무에 튕기듯이 화닥닥 일어나서 가려고 서둘렀다.

“하하, 재불에 무스거 굽는 놈처럼 급해두 한다? 글을 써두 서두가 있을라니 음 좀 기다려야지.”

리근철은 따라 일어나서 두툼한 손으로 오성걸을 꾹 눌러 앉혔다.

“음, 내 금방 당신네 어찌는가 보느라구 희극을 놀았단데, 음, 장사에 흥취 있는 것 같구만….”

리근철은 얼굴에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일부러 말에 동안을 두었다.

“탄백하면 관대하게 처리하는 정책이 있는데 이제라도 상업정보를 내놓소…”

오성걸은 롱조로 중얼거리며 리근철의 코수염이 다보록한 얼굴을 응시했다.

“음. 우리 목재장사를 하는 게 어떻겠소? 내가 목재 원천은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으니.”

리근철은 신중한 어조로 말했다.

“그게 될가?”

류명근은 머리를 기웃거렸다.

“되구 말구. 내 사촌형은 전문 목재장사로 살아가는데 별장을 두채나 사놓고 삐까번쩍하며 산단데.”

리근철은 저울추를 삼킨 듯이 자신만만한 어조로 말했다.

“그거야 듣다 첫 소린데.”

약초 캐는 사람이 인삼꽃을 보았을 때처럼 오성걸의 두 눈은 경이로움으로 반짝 빛났다. 류명근은 고개를 기웃거리며 점도록 생각을 굴리다가 느릿한 어조로 물었다.

“무슨 방법으로 림장의 목재를 끌어내린단 말이요?”

“방법이 있소. 나의 형님이 며칠 전에 림장의 생산주임으로 승급되였단데 목재는 얼마든지 끌어내려 팔 수 있소.”

리근철은 태산을 뒤심으로 삼은 듯 자신 있게 호언장담을 했다. 류명근은 서글서글한 눈을 슴벅거리며 생각을 굴리다가 무거운 어조로 물었다.

“판로는 있소?”

“있소, 안쪽(남방)에 있는 내 친구가 전문 목재를 사들인단데.”

리근철은 가슴을 쑥 내밀며 선뜻 대답을 했다.

“음…”

류명근은 머리를 수굿하고서 생각을 굴렸다.

“그거야 좋은 판인데, 이런 기회도 만나자면 량식을 싸가지고 다녀도 못 만난다는데.”

오성걸은 감개무량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음, 그럼 둘이 먼저 해보오, 난 별로 생각이 없소.”

류명근은 심드렁한 어조로 말하고서 술잔을 기울였다.

“엉? 그럼 내 이 귀한 상업정보를 그저 듣고만 말겠소? 이 동미(친구)끼리 너무 하재요?”

리근철의 얼굴색은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전의 하늘이 되더니 언성을 높였다.

“구체적인 주소와 사람 이름이 없는 한 상업정보가 아니지.”

류명근의 어조는 묵은 김치마냥 시큰둥했다.

“엉? 무엇이 어찌고 어째? 사람을 놀리오?”

리근철의 얼굴색은 대번에 돼지간빛이 되였다.

“허허. 리형 너무 조급한 것 같구만, 장사는 신중해야지.”

오성걸은 류명근과 리근철을 번갈아보며 어설픈 웃음을 터뜨렸다.

“장사에 잠시 생각이 없으면 우릴 좀 도와주면 안되겠소?”

리근철은 광풍이 지난 다음 갈대가 슬며시 일어서듯이 유연한 눈길로 류명근을 보며 타협조로 물었다.

“어떻게?”

“거, 미안하지만 돈을 한 백만쯤 드티여 주겠소? 일이 성사된 다음 리윤을 반재기하지.”

리근철의 비위는 어물전의 까마귀 비위 같았다.

“어, 와누르 왜시시한 소리를 하네.”

류명근은 고양이가 소대가리를 안았을 때처럼 눈이 휘둥그래지며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좀 도와주오”

숭어가 뛰면 망어도 뛴다더니 오성걸이도 덩달아 붙는 불에 키질을 했다.

“허, 말만 들어도 아름이 차는구만, 내 무슨 부자 돼서…”

류명근은 모기를 쫓아버리듯이 손을 홰홰 저었다.

“너무 그러지 마오, 우리 다 아는데. 복권을 파는 아줌마가 내 고모란데. 바쁠 때 서로 도와주는 게 동미지, 아이 그렇소?”

리근철의 날이 선 말에 위협감이 슴배여있었다.

“바쁠 때? 어허허… 정말 낯이 두껍기는 기관총을 쏴도 들어가지 않겠구만.”

류명근은 어설픈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오, 요먼저 그 일래 아직도 좋재요? 와누르 좁쌀이구만, 좋은 말은 고개를 돌려 풀을 먹지 않는다오.”

오성걸은 도량이 하늘마냥 넒은 듯이 배포유한 어조로 말했다.

“허허, 그거야 듣다 첫 소린데, 도량이 넓은 동미를 찾아가오.”

류명근은 랭소를 터뜨렸다.

“너무 그러지 마오, 올리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이요.”

리근철이 보리 먹은 송아지마냥 씨근덕거리며 일어나자 오성걸이도 따라 일어났다. 류명근은 쓴 미소를 지을 뿐 미동도 없었다.

리근철과 오성걸은 욕설을 퍼부으며 집으로 돌아가던중 교통사고로 상하여 입원하게 되였다.

“음, 하늘이 징벌을 내렸는가?”

그들이 입원했다는 소문을 들은 류명근은 혼자 중얼거리며 쓴 미소를 지었다.

“명근이가 헤살이란데, 그 집으로 가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병상에 누운 리근철은 오성걸을 보며 맥없이 말했다.

“그럼, 그 자식이 아니였더라면 우리 이런 개고생을 하지 않겠는데.”

오성걸은 눈물이 핑 도는 눈으로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김 빠진 공마냥 시무룩이 응대했다.

“사람의 일은 정말 모르겠구나. 생떼 같던 사람들이 같은 날에 드러눕게 됐으니…”

텔레비죤을 시청하던 류명근은 권태감이 다분한 하품을 하고 나서 잠자리에 누웠다. 몇시가 되였는지 비몽사몽간에 리근철과 오성걸이 피투성이 된 몸으로 나타났다.

“형님에, 우리는 래일 죽게 되오.”

그들은 무릎을 꿇고 비 내리듯이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으악?!”

류명근은 소스라쳐 깨여났다. 그의 온몸에 식은땀이 쭈욱 내배였다.

“후유…”

류명근은 한숨을 길게 뿜었다.

‘좋은 말은 고개 돌려 풀을 먹지 않는다는데.’

고민의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류명근은 요행 잠이 들었다.

이튿날, 류명근은 사과를 한구럭 사들고 착잡한 기분으로 병원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주소:중국 길림성 연길시 신화가 2호 (中国 吉林省 延吉市 新华街 2号)

신고 및 련락 전화번호: 0433-2513100  |   Email: webmaster@iybrb.com

吉ICP备09000490号 | 吉新出网备字005号 | Copyright © 2007-2017

吉公网安备 22240102000014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