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해의 김치사랑□ 최 문

2019-11-15 09:30:51

하늘은 높고 푸르며 물은 맑고 그윽한,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은 풍년의 희소식을 전하며 저물어가고 어느덧 겨울의 문턱에 성큼 다가왔다.

나는 늦가을의 청신한 아침공기를 맘껏 마시며 농부산물시장에 나섰다. 시장은 통통 영근 하얀 배추, 토실토실한 감자, 둥글둥글한 떡호박 등 풍성한 농부산물들로 가관을 이루었다. 풍요로운 시장은 인파들로 붐비고 장사군들의 사구려 웨침소리는 소비자들의 겨울나이 준비를 재촉하고 있었다.

“여보, 오늘만은 집에서 저의 일손을 거들어주면 안되겠습니까?”

수집은 안해의 아침 부탁이였다. 여느때 같으면 ‘바가지를 긁는 잔소리’라고 귀등으로 흘려보내고 못들은 척 산책길에 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김장철이 한창인지라 가정주부들이 고양이 손도 빌어쓸 만큼 팽이처럼 돌아치는 제일 분망한 시기여서 도와나서지 않을 리 없었다.

우리 원주 최씨 가문의 맏며느리로 들어온 안해는 몇십년간 해마다 어김없이 어머니와 함께 김치를 담그어 고맙기만 하다.

몇백근의 통배추를 깨끗이 다듬어 소금물에 하루 동안 담그었다가 이튿날 다시 포기마다 잎 사이에 소금을 뿌려 간이 골고루 들게 초절이를 한다. 이틀이 지나 맑은 물로 씻고 고추, 마늘, 생강 등 다양한, 입맛을 돋구는 고추양념을 발라 움에 넣어 일주일간 숙성시킨 후 먹으면 맵싸하고 짭짜름하며 생신한 제 김치맛이 난다.

이런 맛 때문에 아빠트에 살고 있어도 김치움을 빌어 옛 습관을 고집하며 김치를 담그고 겨울 동안 김치움에 저장한다. 밥맛이 없을 때면 김치볶음밥이나 김치찌개도 만들어 입맛을 돋군다. 연길에 살고 있는 자식들은 지금도 “어머니가 담근 김치가 최고야!” 하며 날라다 먹고 이웃 한족들이 명절에 물만두를 보내올 때면 빈그릇에 김치를 담아 보내군 한다.

나는 매년 김장철이 다가오면 옛일들이 추억 속에서 새삼스레 선히 떠오른다. 그 동란의 시대에 시골에 있는 우리 집은 ‘상중농’이란 성분 때문에 천대와 수모를 당하였다. 봄이면 자류지 분배에서도 가장 척박한 땅뙈기를 분배받아 남새를 심어도 한뽐씩 자라고 마는 설음을 면치 못하였다.

인간은 사람을 구분하여 대하지만 땅만은 사람을 공평하게 대하였다. 안해의 부지런한 일솜씨로 밭은 마을의 유기질비료를 이고 나른 덕분에 가을이면 통배추와 새빨간 고추 그리고 주먹 만큼 큰 감자와 박만한 떡호박을 수확하여 거두어들였다. 집체생산 때 안해가 집안의 유일한 로동력이다 보니 이런 남새는 량식난에 큰 보탬이 되여주었다. 어머니의 손맛이 슴배인 김치를 담그어 겨울 동안 가끔 김치볶음밥을 먹으면 철부지 세자식들은 명절을 맞이하듯 즐거워하였다. 그 후 안해는 김치장사로 세 자식들의 공부뒤바라지를 다한 보람으로 지금은 그들이 국내외에서 설계원, 공정사로 맹활약하고있다.

부지런한 안해는 올해도 터밭에 고추, 배추를 심고 삶은 콩을 발효시켜 포기마다 밑거름으로 주었다. 또 보기 드문 가을가물에도 하루건너 물을 주며 정성스레 키웠다. ‘정성이 지극하면 돌 우에도 꽃이 핀다.’고 남새는 가을풍년을 맞이했다. 무공해 빨간 고추와 통이 앉은 배추를 수확해서 김치를 담그어 움에 넣고 나니 우리 부부의 마음은 한없이 후련하기만 하다.

아침마다 똑딱똑딱 정다웁게 들려오는 안해의 칼도마소리, 단란한 우리 식구 밥상에 맛나는 반찬을 마련하고 있으며 우리 가정에 건강과 웃음꽃을 피워간다. 오늘 아침에도 안해의 칼도마소리는 한수의 경쾌한 노래소리마냥 들려오며 우리 식구들의 단잠을 깨운다.

식탁에 단란히 모여앉은 행복한 우리 가정은 이렇게 보람찬 새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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