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바닥에서 벼이삭 줏는 일 (외 4수)□ 토 정

2020-01-17 10:18:29

가을이 떠난 논바닥에서

벼이삭 주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찾아오는 새벽 된서리 앞서 저녘 때거리 줏는 일

검은줄박이 들쥐의 이 틈에서 낟알 몇알 뺏아오는 일


수레바퀴에 허리 끊긴 논두렁 깊숙히

들쥐네 가족 살고 있지

어린 엄지만한 새끼들은

곧 들이닥칠 엄동을 모른다

엄마를 기다리는 등뼈에는

동녘을 붉히는 아침해의 수줍움이 배여있다


펄쩍 뛰는 메뚜기 곧 떠날 논바닥에

마가을 하늘이 어둑어둑 서산께로 내리면

곧 무서리가 내릴 터

이 도시의 젊은 피들은 모를 것이다

싣걱질 마친 하루의 막바지에서

다시 한번 허리 굽혀 벼이삭 줏는 일

봄을 이고 나온 이파리 먼저 허리통 쇠는 일.




동지달 텅빈 하늘

흩날리는 송이송이 하아얀 눈물

장롱 속 깊이 잠자는 다운코트를 둘쳐입고

첫눈을 밟으러 거리로 나선다


홀씨를 날려보낸 까까머리 민들레는

봄이 오면 다시 피여나건만

서리바람도 맞지 못하고 벌가숭이 되여버린

거위의 하아얀 솜털이

바람타고 뱅글뱅글 머리우를 맴돌아친다


칼바람에 식어가는 계절

너의 솜털을 뽑아

퍽퍽한 내등에 꽂는 하루

깃털 뽑아 둥지 틀며 야위여 가던 사랑새는 떠나고

잘려서 마저 쓰라린 말갈기

첼로의 통허리를 깊숙이 파고든다


철 따라 남으로 날아간

철새여.


22호 태풍


그해 늦여름

22호 초강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

모난 잎들이 모여살던 나무는

비바람에 가지가 꺾이였고

굵은 나무가지를 하늘높이 뻗어올린 나무는

허리통이 뭉텅 잘려 나갔다

멀리서 자리를 옮겨온

아직 옅은 뿌리는 아스팔트길 우에 송두리째 나뒹굴었다

그 와중에

신토불이 야자수는 긴 머리칼 몇 오리 나붓기며

유리창도 추워서 가슴을 찢는 긴긴밤을

용케도 잘 견디여냈다.


첩첩산길


졸리는 종아리 깨우려고

이코노믹에 첫줄을 섰다

졸고 있던 승객들이

하나둘 따라 선다


뒤산 넘는 첩첩산길도

이렇게 생겼나 보다.


겨우살이


여름이 스쳐간 자리

가지를 부여 잡고

서리 맞은 가을이 울먹인다


마디마디 부르트고

머리칼 마저 날아 버린

앙상한 등골에 둥지 틀었다


동지달 가슴 에이는

회초리 맞으며

겨우살이 아래서 사랑하고 싶다.

  •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주소:중국 길림성 연길시 신화가 2호 (中国 吉林省 延吉市 新华街 2号)

신고 및 련락 전화번호: 0433-2513100  |   Email: webmaster@iybrb.com

互联网新闻信息服务许可证编号:22120180019

吉ICP备09000490号 | 吉新出网备字005号 | Copyright © 2007-2017

吉公网安备 22240102000014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