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꽃눈 (외 4수)□ 김학송

2020-01-17 10:20:03

초근목피의 그 시절엔

쏟아지는 함박눈이

쌀가루, 떡가루로 느껴져

어머니는 좁은 치마폭 넓게 펼쳐

쌀눈을 받으며 하얗게 웃으셨다


반백년을 뛰여넘어

추억을 손 잡고

내 앞으로 날려온 눈송이가

젊은 엄마 모습처럼 정겹기만 하구나


오늘도 눈이 온다

이 한해가 떠나가는 날

내 마음의 벌판에

흰눈이 내린다


아이들의 코등에 내리면

뜨거운 노래 되여

봄을 향해 날아가는 눈

처녀들의 머리 우에 내리면

꽃너울 되여 방그레 웃는 눈


흘러간 한해의 무게 만큼

성스러운 빛이 되여

일어서는 눈


세월은 오면서 간다고

인생고개는 오를수록

하늘과 더 가까워진다고


무언의 말씀이

정갈한 문자 되여

송구영신의 깊은 의미를

알뜰한 편지로 전해주는데

아쉬움의 주막에서

솟구치는 저 연기는

누구의 가슴에서 흐르는 한숨인가?…


아,

이제 눈꽃은

봄꽃이 되리라

마음 밭에 날아드는

꿈나비 되리라!


고 독


고독은 밀짚 모자 눌러쓰고

가람가에 앉아있다

기다림으로 줄을 늘여

긴 여름해를 동여맨 채

허공을 새김질하며

덧쌓인 세월을 물속에 방류한다

땅거미가 내려와

낚시찌를 흔들어도

제 자리만 지키며 미동도 없다.


첫눈의 비밀


이른아침, 집문을 나서니

올해의 첫눈이 나를 반긴다

슬픈 기억을 묻어버릴 만큼 내린 눈은

그렇듯 얌전하고 평화롭다

두터운 눈더미 속에서

어떤 이름은 꽃씨가 되여 새봄을 부르고

어떤 이름은 행인들의 발밑에 드러누워

아프게 운다

자동차게 지나갈 때 더 크게 우는 것은

세월에 깔린 첫사랑이

그리움의 붉은 피를 흘리기 때문이리라

첫눈을 따라가면 아득한 구름 속에

그날의 주막이 있을가?...


언제나 첫 느낌으로

언제나 첫 기분으로

미지의 신비와 순결을 속삭이며

첫눈은 그렇게

오늘도 내 가슴에 꽃불을 지핀다.


밤은 풀바람처럼


어둠이 깊어갈수록

더더욱 밝아지는 밤의 눈동자


하루의 목구멍에 털어넣는

술잔의 언어가 향기로운데


굶주린 노래가 아름다운

거리와 골목을 조용히 누비며


밤은 걸어간다

풀바람처럼 살금살금…


떠나간 고향


고향이라는 이름 속에는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 숨어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고향에는 고향이 없습니다

마을에는 마을이 없습니다

떠나가는 농부들 따라

고향도 떠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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