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봄 □ 류서연

2020-02-21 10:08:52

또다시 봄이 오고 있다. 봄은 늘 하나의 새로움으로, 희망으로 우리 인간의 마음에 가장 먼저 찾아오는 듯싶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은 해해년년 어김없이 순환한다. 이는 자연의 섭리이다. 아침저녁으로 겨울의 칼바람이 마구 옷깃을 파고들던 바람의 촉감은 퍽 누그러졌고 겨우내 꽁꽁 말라있던 나무가지도 땅 속 깊숙이 박고 있던 뿌리가 보내주는 영양분을 머금고 퍽 나긋나긋해진 것 같았다. 살짝 나무가지를 꺾어보니 아닌 게 아니라 꺾이지 않고 휘우듬히 활등모양을 이룬다.

앙상한 가지를 점도록 보고 있노라니 봄이 오는 소리가 내 마음에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나이를 자꾸 먹는 탓일가? 이제는 봄을 맞이하는 마음과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나이가 들면서 그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또 한번 봄을 맞이하는 것은 살아있기 때문에 얻는 행운이고 더욱 설레이는 것은 약동하는 자연을 접하며 온몸으로 봄을 느낄 수 있음에 한없이 고맙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가? 나는 사계절에서 특별히 봄을 즐긴다. 여름은 찌는 듯이 무더워 불쾌지수가 높아져서 싫고 가을은 쓸쓸한 조락의 슬픔과 서글픔을 안겨주어 애상을 자아내기에 싫으며 겨울은 만물이 꽁꽁 얼어붙어서 따분하고 단조로워 더구나 싫다. 그래서 만물이 눈을 뜨고 새로움을 가져다주며 겨울 내내 삭막하던 대지에 신선한 푸르름을 선물해주고 사람들에게 하나의 새로운 희망을 선물해주는 봄이 너무 좋다. 아니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또 한번의 봄을 맞이한다는 것은 이 세상에 내가 아직도 살아있음을 각인시켜주는 징표이기도 하다.

한번 크게 아프고 나서 또 하나의 봄을 맞이한다는 것은 어쩌면 나에게는 가슴 벅찬 희열이고 은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봄을 즐김은 그것이 만물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겨울 내내 죽은 듯이 보였던 마른나무 가지가 파릇파릇 피워낸 신록이 대지에 초록 비단옷을 입히는 것도 신기하고 산에 들에 온갖 약초와 나물들이 돋아나기를 바라고 들꽃들이 피여나기를 바라며 언땅에서 저들을 녹여주는 따뜻한 봄해살을 기다리는 것도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매력이다. 그러니 자연을 주관하는 창조주가 선물한 봄이 어찌 아름답지 않으리. 그래서 또다시 오고 있는 봄을 맞이하노라니 마음이 경건해지면서 희망을 품게 된다. 바람은 아직도 쌀쌀하지만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마른나무 가지를 올려다보며 봄의 풍경을 상상해본다.

그런에 이번 봄은 여느때보다도 특별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아니 우리 모두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금도 온 국민이 떨쳐나서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치렬하게 싸우고 있다. 너도나도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비장한 각오로 포성이 없는 전쟁에 뛰여들었다. 80을 넘은 고령의 로의사가 있는가 하면 심지어 배안에 새 생명을 품고 만삭의 몸으로 최전선에 뛰여든 예비엄마도 있으며 엄마의 마지막길도 배웅하지 못하고 육친을 잃은 북받치는 슬픔과 오열을 묵묵히 삼키며 격리구역에서 집방향을 향해 절을 하는 녀전사도 있었다. 새봄을 맞이하려고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싸우고 있는 새시대의 수많은 영웅들을 어찌 한입으로 다 말하랴.

백의전사들은 아름다운 장거로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의 메시지를 안겨주었다. 그 메시지는 거역할 수 없는 힘이 되여 나에게서 너에게로 옮겨지면서 사람들의 마음에 한줄기 밝은 해살을 심어주었다. 우리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곧 물러날 것이고 사람들은 공포 속에서 해탈될 것이며 이 땅에 다시 평화와 안녕이 찾아들고 사람들은 예전의 평범한 일상에로 돌아가 생존을 위해 두 발에 땀이 나도록 열심히 삶의 현장에서 뛰여다닐 것이다. 그리고 새봄을 맞은 무한의 거리는 감격에 넘칠 것이고 곳곳마다에 아름다운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여날 것이며 우리 연변의 지원자들도 개선가를 부르면서 진달래꽃을 즈려밟고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아름다운 조국의 상공에는 희망의 나팔소리가 메아리가 되여 울려퍼질 것이다.

그래서 나도 희망을 안고 봄이 오는 미묘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감개무량한 마음으로 공포와 슬픔과 비애의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가뿐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봄의 희열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한껏 두 팔 벌려 다가오는 희망찬 새봄을 껴안을 것이다. 그리고 봄과 함께 또 하나의 새로운 희망을 내 가슴에 심을 것이다. 그 희망이 내 마음에서 무럭무럭 커가고 무성해지고 탱글탱글 주렁진 열매를 맺을 때면 나는 온갖 시름을 잊고 찬란하게 웃으리라. 드디여 봄을 맞이했노라고…

문득 리상화의 시가 떠오른다.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과 조국에 대한 애정을 절실하고도 소박한 감정으로 노래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다. 이 시는 예전부터 내가 좋아하던 시였다. 나는 속으로 가만히 시를 읊조려본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해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리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마음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해라 말을 해다오”

이 시를 읊을 때마다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겼지만 어김없이 찾아오는 자연의 봄 앞에서 조국을 잃은 분노와 봄을 맞은 작자의 절절한 마음이 너무도 간절하여 마음이 뭉클해온다. 조국을 빼앗겼지만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자연의 봄을 두고 작자는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을가? 하물며 평화시대에 우리 나라가 이토록 번영하고 강대하며 전 국민이 한사람같이 똘똘 뭉쳤거늘 그 어떤 난관인들 못 헤쳐나가랴. 그깟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린다고 겁을 먹을가? 아니 우리 조국은 병독을 이겨낼 것이고 희망의 봄은 다시 우리 곁으로 찾아올 것이며 사랑스러운 어머니 조국은 우리에게 가장 따뜻하고 가장 아름다운 봄을 안겨줄 것이다.

또다시 봄은 오고 있다. 봄이 오는 건장한 발걸음소리가 각일각 가까워지고 꽃들이 피여나는 소리가 아름다운 교향곡으로 되여 우리의 마음에 흘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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